할리우드 최고 스타의 갑작스러운 죽음
1962년 8월 6일, 전 세계 언론이 속보를 발표합니다. “할리우드 배우 마릴린 먼로 자택에서 자살”
그녀의 새로운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팬들에게 전해진 소식은 안타깝게도 마릴린 먼로의 사망 소식이었습니다.

일시 : 1962년 8월 4일~5일 (36세)일시ㆍ장소 : 장소 : 로스앤젤레스 비버리힐스 자택 공식 사인 : 신경 안정제 barbiturate과다 복용 (자살 추정)
이후 타살을 주장하는 다양한 억측과 정황들이 등장하면서 논란과 음모론이 계속 이어집니다.
마릴린 먼로 Marilyn Monroe는 할리우드의 영화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 미국 영화 산업을 상징하는 스타였습니다. 그녀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고, 언제나 분주하고 소란스러웠던 할리우드도 잠시 동안 정적 속에서 화려함이 사라진 검은색 도시가 됩니다.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는 단순히 할리우드 스타를 넘어 20세기 미국 대중문화를 관통하는 강력한 상징 자체였습니다.

- 연일 보도 되는 화려한 스타의 삶, 동경의 대상
- 헐리우드 영화 산업과 미디어가 만들어낸 섹스 심볼 Sex Symbol 이미지
그녀의 죽음을 단순한 비극이 아닌 문화적 사건으로 바라본 앤디 워홀은, 사망 소식을 접한 직후 마릴린 먼로의 초상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마릴린 딥틱 [ Marilyn Diptych, 1962 ]
‘딥틱 diptych’은 일반적으로 교회의 제단 위에 올려져 있는 ‘두 폭의 성상화 聖像畵’를 말합니다.

딥틱 diptych :
그리스어 : dɪptɪk = di (두 개의) + ptykhe (접는)
두 폭 제단화, 반으로 접을 수 있는 성상화 등을 지칭
‘딥틱’에는 보통 예수, 마리아, 베드로 등 ‘기독교 성인’의 삶이 그려져 있습니다.
앤디 워홀은 마릴린 먼로를 ‘헐리우드의 성인’으로 추대하는 의식을 행하듯 두 폭의 대형 캔버스 양쪽을 그녀의 얼굴로 가득 채웁니다.

화려한 색상 vs 흑백의 대조
좌측 패널 (컬러) | 우측 패널 (점차 흐려지는 흑백 이미지) |
대중의 환영ㆍ유명세의 화려함 | 개인의 고독 |
끊임없는 스타 이미지의 소비 | 죽음의 공허함 |
마릴린의 찬란했던 스타성 | 시간에 따라 점차 희미해지는 기억과 명성 |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고 소비하고 있는 스타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앤디 워홀은 스타가 하나의 상품처럼 만들어지는 과정을 성찰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는 마를린 먼로의 스타성을 이용해 스타 작가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합니다. 앤디 워홀은 철학자를 흉내내는 근엄한 예술가보다 자신을 적극 홍보하는 실력있는 아이돌에 가까웠습니다.
“앞으로 모든 사람은 15분 동안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것
In the future, everyone will be world-famous for 15 minutes” 앤디 워홀
대중문화의 메커니즘과 상품화 과정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 앤디 워홀의 행보는, 아티스트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하나의 브랜드가 된 아티스트 ‘앤디 워홀’ (작성중)
“이미지는 영원하다!”
“육체는 사라져도 이미지는 영원하다”는 역설을 증명하듯 앤디 워홀은 [ 마릴린 딥틱 ]을 통해 화려한 스타덤 Stardom의 이면을 폭로하면서 동시에 시대를 초월한 스타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녀는 세상을 떠났지만,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는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하게 재생산되고 꾸준히 소비되고 있습니다.
“이미지만 영원하다?”
마를린 먼로가 출연한 영화와 그녀의 삶은 점점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지고 있지만, 앤디 워홀이 재현한 [ 마를린 ]의 이미지들은 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500명의 예술가와 평론가들이 참여한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예술 작품’ 설문조사에서 [ 마릴린 딥틱 ]은 3위로 선정됩니다. ( 2004년, 「가디언 The Guardian」 )
앤디 워홀의 마릴린 딥틱은 “20세기 후반 미국 예술의 변곡점” 「ArtForum」
다양한 버전의 마를린
앤디 워홀은 20점 이상의 [ 마릴린 ] 시리즈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인 소장 [ 마릴린 ]이 경매에 등장할 때마다 최고가를 기록하며 ‘워홀+마릴린’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2년 경매에서 [ Shot Sage Blue Marilyn, 1964 ]은 낙찰가 1억 9,5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20세기 미술품’ 최고가 기록을 갱신합니다.
앤디워홀의 시그니쳐 스타일
차용 & 반복
[마릴린 딥틱]은 그녀가 1953년 출연한 영화 ‘나이아가라’의 홍보 사진을 이용해 제작되었습니다.
차용 借用 appropriation :
라틴어 propius 에서 나온 말로, ‘자기 자신의 것으로 만들다’라는 의미
과거의 예술, 광고, 미디어 등에서 이미 등장한 이미지를 이용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는 제작방법
[ 마릴린 딥틱 ]의 차용 & 복제 (반복) 과정
- 차용 : 영화 ‘나이아가라’ 홍보에 사용된 (대중들에게 친숙한 스타의) 흑백 사진
원본 사진가와 저작권 소송은 합의로 종결. 워홀의 작품들은 이와 유사한 저작권 소송에 자주 휘말렸습니다. - 가공 (변형) : 얼굴 윤곽선 강조 (원본 사진을 고대비 이미지로 변환) → 실크스크린 판 제작
- 복제 (반복) :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동일한 이미지를 여러 차례 반복 인쇄
차용 appropriation :
일상 속 이미지의 재발견
앤디 워홀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이미지나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작품을 많이 제작했습니다.
신문 광고나 스타 사진과 같은 대중매체의 이미지를 원본 그대로 사용하거나 조금 변형해서 자신만의 언어로 재구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표와 연예인은 더 이상 마케팅 도구가 아닌 → 예술 작품의 주인공으로 전환됩니다. 어쩌면 앤디 워홀을 마케팅 하는 도구가 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 마릴린 딥틱 ]은 이러한 차용 기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원본 이미지) ‘마를린 먼로 사진’을 차용하여 → 가공한 후 → 반복해서 찍어내면서, 스타 이미지를 무심코 소비하는 대중문화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또는 강화하고 있습니다.
“생필품도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있다”
화가로 활동하기 전 잡지 삽화가와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앤디 워홀은 상품 포장지, 광고 이미지 같은 상품 디자인에 익숙했습니다.
캠벨 수프 캔 [ Campbell’s Soup Cans, 1962 ]
1962년, 앤디 워홀은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 캠벨 수프 캔 ] 선보입니다.
작품을 처음 본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이런 것도 예술이 맞느냐?”라는 의문과 “소비사회의 본질을 보여준다”는 찬사가 함께했습니다.
→ 팝 아트 & 레디메이드
브릴로 박스 [ Brillo Boxes, 1964 ]
공산품을 → 예술품으로 둔갑시키는 앤디 워홀의 놀이는 계속 됐습니다.
‘브릴로 Brillo’는 동네 마트에서 바로 살 수 있는 ‘가루 세탁 세제’의 이름입니다. 공장에서 생산된 ‘브릴로’ 세제는 4~10개 단위로 큰 박스에 담겨 동네 마트로 배송됩니다. 앤디 워홀은 이 박스의 모양과 크기를 그대로 본뜬 (차용 & 복제) 미술품 [ 브릴로 박스 ]를 제작했습니다.
“전시를 위해 가져다 놓은 브릴로 박스가 전시장 청소 중 치워졌다”는 일화가 전해지는데, 구체적인 장소와 일시 등 명확한 기록이 없어 사실인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실제 ‘제품’과 너무나 똑같은 ‘작품’이었다”를 강조한 설명인 듯 합니다.
‘캠벨 수프 캔’과 ‘브릴로 박스’를 똑같이 만들어서 전시한 앤디 워홀의 의도는 분명해 보입니다.
“현대의 대량생산과 편리한 소비문화를 예술의 언어로 보여주겠다”
앤디 워홀의 예견대로 예술은 ‘사물의 재현’ 그리고 ‘아름답고 숭고한 것’의 표현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거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팝 아트는 예술가들의 캔버스가 거울이 되어 소비사회를 직접 비춰낸 것” Lucy R. Lippard 「Pop Art, 1966」
앤디 워홀의 ‘차용 & 반복’이 던지는 질문
‘반복’되는 마를린 먼로의 ‘얼굴’
[ 마릴린 딥틱 ]에는 마를린 먼로의 얼굴이 50번 반복되어 있습니다.
앤디 워홀은 전통 회화 기법에 구애받지 않고 실크스크린, 사진 전사 등 ‘산업생산’ 방식을 자유롭게 활용했습니다.
실크스크린 silkscreen :
대량생산을 위해 개발된 인쇄 기술로, 동일한 이미지를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산업 기술입니다.
촘촘한 그물망 mesh으로 만들어진 스크린 사이로 잉크를 밀어 넣어서 이미지를 찍어냅니다.
스크린 프린팅 screen printing 이라고도 합니다.
전통 회화 기법과 결별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작품들은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예술품도 ‘생산’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의 실크스크린 작업은 산업 기술을 넘어, 20세기 대중문화를 해석하는 예술 언어였습니다.
“예술가의 손길 없이도 예술이 될 수 있는가?”
오랜동안 사람들은 예술가의 ‘손길’이 작품의 가치를 높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앤디 워홀은 실크스크린을 통해 그러한 관념을 의도적으로 해체합니다. 그의 작업실 ‘팩토리 The Factory’에서 진행되는 과정은 마치 공장의 조립 라인과 유사고, 때로는 스태프들이 대부분의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모두가 기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모두가 서로를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I think everybody should be a machine. I think everybody should like everybody.” 앤디 워홀, 1963년 인터뷰 「Art News」
앤디 워홀의 ‘반복’
워홀의 제작 방식은 “예술품 제작에 예술가의 물리적 개입이 필수적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합니다. 동시에 예술가의 손길이 ‘물리적 접촉’을 넘어 ‘개념적 개입’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같음 vs 다름
실크스크린은 동일한 이미지를 여러 장 찍어낼 수 있는 판화 기법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잉크의 농도, 색상의 강약, 스크린 배치의 미세한 차이로 인해 인쇄된 이미지들은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습니다.
앤디 워홀은 이러한 미묘한 차이를 의도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은 사진이나 광고 이미지를 그대로 옮긴 것처럼 보이지만, 세심한 구성과 색상의 조절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특히, 여러 번 인쇄하면서 세부 요소들을 조금씩 달리 적용해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워홀은 의도치 않은 오차와 의도된 변형을 능숙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 차이는 다른 모든 차이들을 거쳐 스스로 자신을 ‘의지’하거나 재발견한다.”
질 들뢰즈 Gilles Deleuze 「차이와 반복, 1968」
유일한 하나 vs 복제된 여러개
팝 아트 이후, 동일한 작품이 여러 개 존재할 수 있다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된 이미지’가 돈벌이에 치중된 무의미한 복제 (차이 없는 반복)인지, 아니면 새로운 해석과 의미를 만들어내는 창작 행위인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 아우라 : 이미지의 복제 & 의미의 변형 (작성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