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대왕신종, 전설 너머로 만나는 문양과 울림

‘에밀레종’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전설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성덕대왕신종에는 실제 제작의 배경을 전하는 글과 정교한 문양, 연구로 살펴볼 수 있는 소리가 남아 있습니다. 눈으로 보는 장식과 귀로 듣는 울림을 함께 생각하면 이 종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범종·용뉴·당좌·명문

범종은 불교 의식에 쓰는 종입니다. 용뉴는 종을 매다는 용 모양의 고리, 당좌는 종을 치도록 마련한 자리입니다. 명문은 물건에 새긴 글로, 제작 시기와 배경을 확인하는 중요한 기록이 됩니다.

771년, 성덕왕을 기리는 종을 완성하다

경덕왕은 아버지 성덕왕의 공덕을 기리는 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종은 경덕왕 때 완성되지 못했고, 혜공왕 때인 771년에 완성됐습니다. 처음 봉덕사에 있었기에 봉덕사종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지금은 국립경주박물관이 관리합니다.

국가유산포털은 높이 3.66m, 입지름 2.27m, 무게 18.9톤으로 소개합니다. 1,000여 자의 명문에는 제작의 배경과 종교적 의미 등이 담겼습니다. 거대한 크기뿐 아니라 조각과 글, 소리가 한데 모였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문양을 찾아보기

맨 위에는 종을 매다는 용 모양의 고리와 속이 빈 음통이 있습니다. 몸체 위아래를 감싼 띠에는 꽃과 덩굴무늬가 이어집니다. 아래쪽 입구는 곧은 원선으로만 끝나지 않고 꽃잎처럼 굴곡을 이룹니다.

몸체의 천인상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향로를 받쳐 든 인물과 길게 휘날리는 옷자락이 금속 표면 위에 섬세하게 표현됐습니다. 종의 전체 모습과 아래 세부 사진을 번갈아 보면 큰 몸체 안에 얼마나 작은 장식이 들어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성덕대왕신종 표면에 새겨진 향로를 받쳐 든 천인상
성덕대왕신종의 천인상. 사진: 국가유산청 · 사진 출처

전설은 전설, 제작 기록은 기록

아이를 희생해 종을 만들었다는 에밀레종 이야기는 이 종에 얽힌 설화입니다. 종에 새긴 명문으로 확인하는 제작 역사와 같은 자료로 취급할 수 없습니다. 이야기가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과 실제 주조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판단은 다릅니다.

한 가지 성분의 검출 여부만으로 설화 전체를 확정하거나 반박하는 방식도 조심해야 합니다. 이 글은 전설 속 희생을 제작 사실로 서술하지 않고, 명문과 공식 조사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에 중심을 둡니다.

맥놀이,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이유

종소리의 강약이 반복되는 현상을 맥놀이라고 합니다. 가까운 두 주파수의 소리가 겹칠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해설은 성덕대왕신종의 미세한 비대칭과 재료의 불균일함이 서로 가까운 고유주파수를 만들어 낸다고 설명합니다.

이 원리는 종의 보존 상태를 살피는 데도 쓰입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025~2029년 정기 타음조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종을 쳤을 때 나타나는 고유주파수와 맥놀이의 변화를 살펴 균열이나 변형 가능성을 점검하는 조사입니다.

2025년 박물관 발표에 따르면 파손 우려로 1992년 이후 정기 타종은 중단됐습니다. 보존을 위한 조사와 특별 공개회를 매일 열리는 타종 행사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실제 관람과 소리 체험 일정은 박물관의 최신 공지를 확인하세요.

궁금한 점

에밀레종과 성덕대왕신종은 같은 종인가요?

같은 종입니다. 성덕대왕신종이 공식 명칭이고, 봉덕사종·에밀레종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현장에 가면 원래 종을 늘 치나요?

정기 타종과 보존 조사는 다릅니다. 상시 타종을 전제로 방문하지 말고 박물관의 관람·체험 안내를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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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공식 유물 안내 · 박물관 해설·연구 자료. 최초 게시 2025년 2월 13일 · 내용 개정 2026년 10월 23일. 목록의 게시 날짜는 연재 읽기 순서에 맞춰 조정했습니다.

소리 원리: 국립중앙박물관 범종 해설. 전시실 운영은 최신 공지를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