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인화하는 바탕이 종이가 아니라 나뭇잎이라면 어떨까요. 잎맥 위로 얼굴이 드러나고, 사람의 표정과 식물의 결이 한 화면에 겹쳐집니다. 미국 게티뮤지엄이 10월 27일(한국시간)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소개한 아크라 셰프(Accra Shepp)의 작업입니다. 작은 화면을 넘기다 멈춰 서게 만드는 이 사진은, 익숙한 재료를 바꾸는 것만으로 이미지의 이야기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보여줍니다.
이번 게시물은 갑자기 탄생한 새 기법의 발표가 아닙니다. 게티가 10월 13일 공개한 작가 인터뷰를 SNS에서 다시 소개한 것입니다. 셰프는 오래전부터 말린 잎에 초상사진을 인쇄해 왔으며, 사진과 글을 엮은 아티스트북 《아틀라스》(Atlas)를 2009년에 만들었습니다. 최근의 관심은 오래 이어 온 실험을 새로운 관객이 만나는 데서 시작됩니다.
얼굴과 잎맥, 서로 다른 두 결이 만납니다
게티에 따르면 셰프에게 중요한 출발점은 19세기 실루엣 사진이었습니다. 사람의 윤곽을 남기는 이미지와 말라버린 잎 사이에서 연결을 발견한 것입니다. 사진 속 인물은 작가가 직접 촬영했습니다. 친구부터 노동자까지 다양한 사람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잎도 아무것이나 고르지 않습니다. 작가는 사진과 어울리는 잎을 자신의 수집품에서 찾아갑니다. 넓고 평평한 표면은 얼굴을 담는 바탕이 되지만, 잎마다 다른 외곽과 잎맥은 인물의 인상을 바꿉니다. 얼굴만 볼 때와 잎 전체를 함께 볼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살펴보면 좋습니다. 초상사진이 한 사람을 알아보게 한다면, 잎의 결은 그 사람이 놓인 자연과 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진 한 장 뒤에 인쇄와 종이 제작이 있습니다
《아틀라스》의 제작은 잎 위에 사진을 얹는 간단한 작업이 아닙니다. 게티가 전한 과정에는 사진 이미지를 고무 전사판으로 옮긴 뒤, 말리고 편 잎에 인쇄하는 단계가 포함됩니다. 이어 종이 제작자가 면과 아바카(종이 섬유를 얻는 식물)로 만든 펄프에 잎을 자리 잡게 하고, 매우 얇은 섬유층으로 덮었습니다.
이후 작가는 보존용 접착제를 묽게 만들어 표면을 보호했습니다. 한 권의 책 안에 촬영, 인쇄, 종이 제작이 함께 들어간 셈입니다. 모두 24부로 제작한 《아틀라스》는 각기 다른 잎을 사용해 한 권씩 다릅니다. 같은 사진이더라도 바탕이 달라지면 완전히 같을 수 없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입니다.
아크라 셰프와 아티스트북
아크라 셰프는 사진가이자 미술가, 작가입니다. 아티스트북은 작품 사진을 모아 설명하는 책을 넘어, 책의 재료·형태·페이지 넘김 자체가 작품을 이루는 책을 뜻합니다. 《아틀라스》는 사람의 몸과 땅의 관계를 사진·글·시·음악으로 탐구합니다.
보존 연구실이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이유
게티연구소는 2025년에 《아틀라스》 한 부를 수집했고, 2026년 6월 보존 연구 행사에서 작가와 제작 과정을 살폈습니다. 어떤 재료로, 어떤 순서로 만들었는지 알아야 작품의 상태를 이해하고 이후에도 돌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10월의 소개를 통해 관객은 완성된 얼굴뿐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손의 일을 함께 보게 됩니다.
나뭇잎은 쉽게 부서질 것 같지만, 작가는 적절히 다루는 잎의 내구성에 주목했습니다. 이를 모든 잎이 영구히 보존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약하다고 여긴 재료를 다시 살펴보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화면 속 사진을 볼 때도 ‘무엇을 찍었나’에 더해 ‘어디에 남겼나’를 물으면 감상의 폭이 넓어집니다.
궁금한 점
햇빛으로 잎의 색을 빼는 사진인가요?
게티가 설명한 《아틀라스》의 핵심은 말린 잎에 이미지를 인쇄하고 종이 섬유와 결합하는 과정입니다. 잎을 쓰는 다른 사진 기법과 같은 방식이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지금 새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인가요?
이번 글은 게티의 최근 공식 SNS 소개를 계기로 작업과 제작 과정을 살펴본 기사입니다. 새 전시 개막이나 국내 관람 일정 발표를 뜻하지 않습니다.
자료: Getty, 〈The Face on the Leaf〉(2026.10.13), Getty Museum 공식 인스타그램(2026.10.27 한국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