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에 내 얼굴과 목소리를 닮은 존재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나와 정반대의 주장을 펼칩니다. 내 모습을 한 상대와 대화하면 생각도 달라질까요. 11월 4일부터 8일까지 서울 성수와 광화문에서 열리는 ‘2026 아트코리아랩 AI 융합 페스티벌’은 감각과 기억을 중심으로 이런 질문을 펼칩니다.
AI가 이미지를 얼마나 그럴듯하게 만드는지에 익숙해진 지금, 예술가들의 관심은 관객이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로 넓어집니다. 공식 주제는 ‘SENSE THE M.O.M.: AI 시대, 몸의 감각을 다시 묻다’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아트코리아랩이 함께 마련한 이번 행사는 완성된 결과물과 함께 사람이 기술에 반응하는 과정에 주목합니다.
나와 닮은 상대에게 다른 생각을 듣습니다
공식 프로그램에 소개된 《위키드 미러》는 안드레아스 레프스가드와 소피 부르고스토르센의 대화형 설치입니다. 관객이 사회적 문제에 관한 태도를 밝히면, 얼굴과 목소리를 닮은 AI 복제 이미지가 반대 입장을 말합니다. 얼굴 복제와 음성 인식, 대형 언어모델(문맥을 바탕으로 언어를 처리하고 생성하는 AI 기술)이 결합됩니다.
자기 모습을 본다는 익숙한 거울의 경험이 낯선 대화로 바뀌는 셈입니다. 여기서 감상할 지점은 ‘얼마나 진짜처럼 보이나’에만 있지 않습니다. 같은 말도 내 얼굴을 한 상대에게 들으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 말에 동의하거나 불편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기술이 답을 주기보다 관객의 판단을 돌아보게 하는 장치로 쓰입니다.
기억을 들려주고, 움직임으로 응답합니다
섭스트레이트의 《낭만공학 카르디아》는 자동차와 함께한 기억을 AI와 나누는 참여형 작품입니다. 관객은 익숙한 길이나 함께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공식 설명은 이를 실제 자동차를 되살리는 일이 아니라, 관객의 말에서 추측해 만든 응답으로 설명합니다. 기억을 기계가 어떻게 이야기로 바꾸는지 보는 실험입니다.
노진아의 《Physical AI VLA 개발 프로토타입》은 관객의 움직임에 로봇이 팔과 손을 움직이며 반응하는 연구 과정을 보여줍니다. 명령을 정확히 처리하는 기계의 성능보다, 마주 보고 말을 건네는 상황에서 어떤 관계를 느끼는지 묻습니다. 두 작품은 기억과 몸이라는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사람과 기술의 만남을 다룹니다.
디지털 도플갱어와 프로토타입
디지털 도플갱어는 얼굴이나 목소리 등을 바탕으로 만든 가상의 닮은 존재를 뜻합니다. 프로토타입은 아이디어와 작동 방식을 시험하기 위한 초기 제작물입니다. 완성된 상용 제품처럼 보기보다 무엇을 실험하는지 살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관객은 구경꾼에서 작품의 조건으로
정지현의 《플랫파킹》은 사진 속 사물의 보이지 않는 뒷면과 두께를 AI 등으로 추정해 입체 조각으로 만듭니다. 사진에 없는 부분을 상상하고 실제 물체로 옮긴다는 점에서, AI와 전통적인 조각 작업이 어디서 만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디지털 결과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형태가 될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도 생각하게 합니다.
이런 작업들을 연결해 보면 AI 예술을 ‘컴퓨터가 대신 만든 그림’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관객의 이야기, 작가가 정한 규칙, 기계의 반응과 실제 공간이 함께 작품을 이룹니다. 어떤 요소를 사람이 결정했고, 어떤 부분이 참여에 따라 바뀌는지 찾아보는 것이 감상의 좋은 출발점입니다.
행사는 스페이스 S-50과 아트코리아랩에서 열립니다. 전시와 공연, 토크와 체험의 세부 일정은 서로 다르며 사전 접수가 필요한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지금 공개된 안내를 실제 개막 뒤의 체험 후기처럼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가오는 축제는 우리 몸과 감정이 AI 시대의 예술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할지 확인할 계기가 될 것입니다.
궁금한 점
AI 기술을 잘 몰라도 이해할 수 있나요?
관객의 말이나 움직임이 들어간 뒤 무엇이 바뀌는지부터 보세요. 기술 이름보다 나와 작품 사이에 일어나는 변화를 따라가면 접근하기 쉽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바로 입장할 수 있나요?
공식 안내에는 공연과 일부 참여 프로그램의 사전 접수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방문 전 프로그램별 장소와 시간, 접수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자료: 아트코리아랩 공식 개요·프로그램, 2026년 10월 27일 공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