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섬을 다시 바라보는 사진, 이명호 《(no)thing》 관람 포인트

매일 보는 나무도 사진 한 장에 담기면 낯설어집니다. 어디에서 잘라 보았는지, 무엇을 화면 안에 남겼는지에 따라 풍경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명호의 개인전 《(no)thing》은 나무와 섬을 통해 우리가 보고 있는 장소와 그곳에 쌓인 시간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갤러리현대는 2026년 10월 29일부터 12월 20일까지 이번 개인전을 엽니다. 2018년 개인전 이후 8년 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선보이는 전시입니다. 키리바시의 풍경을 기록한 〈키리바시〉 연작과 덕수궁 선원전 터의 회화나무를 담은 〈헤리티지〉 연작을 중심으로 신작 30여 점을 소개합니다.

이명호와 사진의 ‘재현’

이명호는 사진을 통해 사진과 회화,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탐구해 온 작가입니다. 재현은 눈앞의 대상을 이미지로 다시 보여주는 일입니다. 이 전시에서는 무엇이 찍혔는지와 함께, 그 장소가 사진 안에서 어떻게 새롭게 보이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시선, 지금 존재하는 섬의 풍경

〈키리바시〉는 태평양의 섬나라 키리바시를 기록한 2026년 연작입니다. 갤러리는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삶의 터전이 사라질 위험에 놓인 장소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사진에는 지금 눈앞에 존재하는 풍경과 앞으로 달라질 수 있는 미래가 함께 겹쳐집니다.

이 연작을 볼 때는 바다를 휴양지의 배경처럼만 보지 않아도 좋습니다. 먼저 화면에서 육지와 물이 만나는 자리를 찾아보세요. 그 경계가 누군가에게는 집과 일상의 조건이라는 생각을 더하면, 익숙한 풍경 사진과 다른 질문이 생깁니다. 이 감상은 사진 속 특정 지점이 언제 사라진다고 단정하는 예측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갤러리현대가 공개한 이명호 《(no)thing》 작품 소개 · 공식 게시물 보기

두 번째 시선, 한자리에 남아 있는 나무

〈헤리티지〉는 덕수궁 선원전 터의 회화나무를 담은 2024~2026년 연작입니다. 여기서 회화나무는 ‘회화 작품 같은 나무’라는 표현이 아니라 나무의 이름입니다. 갤러리는 수백 년간 자리를 지켜온 이 나무를 통해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시간 흐름을 떠올립니다.

나무의 모양을 본 다음에는 주변 공간과의 관계를 살펴보세요. 무엇을 중심에 두고 얼마나 많은 배경을 남겼는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에서 볼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한 번에 전체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오래 머문 나무와 계속 바뀌는 주변을 생각하면 좋습니다.

키리바시·헤리티지

키리바시는 태평양의 섬나라입니다. 〈헤리티지〉의 영어 제목 Heritage는 물려받은 유산을 뜻합니다. 두 연작은 서로 다른 장소를 다루지만, 현재의 풍경에 과거의 시간과 미래의 가능성이 함께 놓인다는 점에서 연결해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섬과 나무를 비교하면 보이는 것

두 연작을 따로 본 뒤에는 기억에 남은 사진을 한 점씩 골라보세요. 섬을 보면서는 앞으로 달라질 장소를 생각하게 되고, 오래된 나무를 보면서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시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서로 반대처럼 보이는 두 방향이 모두 “지금 여기에 무엇이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만납니다.

전시 제목 《(no)thing》도 감상의 실마리입니다. 제목에 정답을 끼워 맞추기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를 오가보세요. 사진에 찍힌 나무는 볼 수 있지만 그 나무를 지나간 모든 시간은 직접 볼 수 없습니다. 풍경은 선명한데 그곳에 얽힌 이야기는 설명과 상상을 통해 조금씩 만나게 됩니다.

사진을 보는 거리를 바꿔보세요

먼 거리에서는 화면의 큰 덩어리와 여백을, 가까이에서는 사진의 세부와 표면을 살펴보는 순서가 좋습니다. 한 위치에서만 본 뒤 지나가기보다 몇 걸음 움직이며 시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해보세요. 작품의 실제 크기와 전시장 배치는 온라인 이미지로 보는 경험과도 다를 수 있습니다.

작품 제목과 제작연도를 확인한 뒤 처음 느낀 인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고요해 보였던 장면이 시간이나 환경에 대한 이야기로 읽힐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진을 같은 메시지로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에 남은 한 장에서 출발해도 충분합니다.

방문 정보

  • 전시 이명호 개인전 《(no)thing》
  • 기간 2026년 10월 29일~12월 20일
  • 장소 갤러리현대, 서울 종로구 삼청로 14
  • 구성 〈키리바시〉·〈헤리티지〉 연작 중심의 신작 30여 점
  • 문의 02-2287-3500

방문할 날짜의 운영시간과 휴관 여부, 촬영 가능 범위는 갤러리의 최신 안내를 확인하세요. 작품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기 전에는 다른 관람객의 동선과 작품 보호를 위한 현장 안내도 살피는 편이 좋습니다.

궁금한 점

키리바시와 덕수궁을 함께 다루는 이유가 있나요?

갤러리는 두 연작을 중심으로 장소와 역사적·사회적 현실로 확장되는 이명호의 작업을 소개합니다. 사라질 위험이 있는 장소와 오랜 시간을 지켜온 나무를 나란히 생각하면 감상의 접점이 생깁니다.

회화나무가 그림을 뜻하나요?

아닙니다. 회화나무는 나무 이름입니다. 이번 〈헤리티지〉 연작의 대상은 덕수궁 선원전 터에 있는 회화나무입니다.

온라인으로 먼저 작품을 볼 수 있나요?

갤러리현대 공식 전시 페이지와 아래 공식 게시물에서 소개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본문 게시물은 갤러리가 공개한 원 게시물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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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갤러리현대 공식 전시 소개 및 공식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