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예술 · 근현대 회화
박수근의 그림은 멀리서 보면 조용하고, 가까이서 보면 표면이 바쁩니다. 회색과 갈색 사이로 물감이 겹겹이 쌓이고, 그 위에 사람과 나무가 단단하게 서 있습니다. 큰 사건보다 길을 걷고, 일하고, 잠시 쉬는 이웃의 모습이 화면에 오래 남습니다.
박수근·질감·나목
박수근(1914~1965)은 주변 사람들의 생활을 자신만의 유화 표현으로 그린 화가입니다. 질감은 표면이 매끈한지 거친지처럼 눈으로 느낄 수 있는 재료의 성질입니다. 나목은 잎이 없는 나무를 뜻합니다.
대표 그림: 아트코포스트 자체 제작 기사 일러스트
먼저 표면을 보고, 다음에 사람을 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박수근 그림의 특징을 물감을 여러 겹 쌓아 만든 거친 표면, 단순한 형태, 절제된 색으로 설명합니다. 돌처럼 보이는 표면도 실제 돌을 붙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물감으로 만든 화면의 인상과 실제 재료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볼 때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작은 차이를 따라가 보세요. 표면의 높낮이가 보이면서 사람과 나무의 윤곽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작품을 볼 기회가 있다면 손으로 만지는 대신, 허용된 거리에서 눈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웃의 하루가 그림의 중심에 놓입니다
박수근은 한국전쟁 이후 서울 창신동에 정착했습니다. 시장 가까운 골목과 이웃의 생활은 그의 그림을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2021~2022년 회고전 해설은 창신동 사람들의 일상과 전후 서울의 풍경에 주목합니다.
그의 화면에는 일을 하거나 아이를 돌보는 사람, 길에 머무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이름을 모르는 인물이라도 몸의 방향과 서로의 거리를 볼 수 있습니다. 누가 누구와 마주 보고 있는지, 혼자 있는지, 짐이나 아이를 어떻게 안고 있는지 살펴보면 일상의 무게가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영상,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큐레이터 전시투어(2021). 당시 전시된 실제 작품과 표면을 살펴보는 기록입니다. 공식 영상 원문
〈나무와 두 여인〉, 제목에 있는 세 대상을 찾아보세요
〈나무와 두 여인〉은 1962년 작품으로, 캔버스에 유채, 130×89cm이며 리움미술관 소장품입니다. 아래 리움미술관의 공식 사진에서 실제 작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나무가 화면을 어떻게 나누는지, 두 인물이 그 주변에 어떤 크기와 간격으로 놓이는지 보세요. 나무와 인물의 형태를 따라간 뒤 바탕으로 시선을 옮기면, 거친 표면이 특정 사물에만 붙은 장식이 아니라 화면 전체를 묶는 방식으로 느껴집니다. 인물의 관계나 대화를 상상할 수는 있지만 실제 인물의 신원과 사연이 확인된 것으로 쓰지는 않아야 합니다.
박수근, 〈나무와 두 여인〉, 1962, 캔버스에 유채, 130×89cm. 리움미술관 소장. 리움미술관 공식 작품 사진
단순한 얼굴에도 볼 것이 남아 있습니다
눈과 입이 자세히 그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사람의 존재가 약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고개를 숙인 각도, 팔과 어깨의 선, 몸이 향하는 쪽만으로도 서로 다른 자세가 드러납니다. 표정을 읽기 어렵다면 몸 전체를 읽어보세요.
색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색이나 갈색을 한 덩어리로 보던 눈을 잠시 멈추면, 밝고 어두운 차이와 따뜻하고 차가운 기운이 보입니다. 강한 색을 많이 쓰지 않아도 화면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박수근의 그림을 다시 보게 합니다.
가난이라는 한 단어에 머무르지 않기
전쟁 이후의 어려움은 그의 그림과 삶을 이해하는 배경입니다. 하지만 그림 속 사람을 모두 불쌍한 존재로만 읽으면 각자의 동작과 관계가 지워지기 쉽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역시 이웃을 바라본 화가의 존중에 주목합니다.
잠시 쉬는 자세의 안정감, 함께 놓인 몸의 리듬, 화면을 차지하는 단단한 윤곽을 보세요. 박수근의 그림에서는 평범한 사람이 그림의 중심에 머뭅니다. 그 사람을 무엇이라 부를지보다 어떤 모습으로 그렸는지 묻는 것이 감상의 좋은 시작입니다.
궁금한 점
표면이 돌처럼 보이는데 돌가루로 그렸나요?
거친 인상만으로 재료를 판단하면 안 됩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작품은 유화이며, 국립현대미술관은 여러 겹의 물감으로 만든 질감을 특징으로 설명합니다.
영상 속 전시를 지금도 볼 수 있나요?
아래 영상은 2021~2022년에 열린 과거 전시의 기록입니다. 현재 전시 여부는 각 소장 기관의 최신 안내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 자료: 국립현대미술관 박수근 해설 보기, 공식 작품 해설 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