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서 식재료를 고르면 내 앞의 접시에 요리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먹을 수 있는 음식 대신 빛으로 차린 식탁입니다. 덕수궁 돈덕전에서 11월 3일 시작한 《대한제국 황실 만찬, AI로 차리다》는 역사 전시에 관람객의 선택을 더합니다. 과거의 연회 문화를 배우는 시간과 새로운 요리 이미지를 만드는 경험이 한 공간에서 만납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와 다베로아트가 함께 마련한 이번 시도는 황실 연회에 관한 연구·재현·전시 성과를 체험 콘텐츠로 확장한 사례입니다. 이미 완성된 영상을 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람객이 고른 재료가 화면의 결과를 바꾸는 방식입니다. 기술의 이름보다 선택이 어떤 경험으로 이어지는지 살펴볼 만합니다.
재료를 고르는 행동이 화면의 내용이 됩니다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관람객은 양고기와 꿩고기, 연어, 트러플, 캐비어 등 30종의 식재료 모형 가운데 원하는 것을 골라 연회 식탁에 올립니다. 센서가 재료를 읽으면 생성형 기술이 요리 이미지를 만들고, 언어 모델이 메뉴 이름과 이야기를 한국어·영어로 생성합니다. 체험 시간은 약 5분으로 안내됐습니다.
메뉴를 고르고 결과를 받는 일처럼 보이지만, 그 사이에는 여러 단계의 연결이 있습니다. 손으로 모형을 선택하는 행동이 정보가 되고, 그 정보가 이미지와 문장으로 바뀌고, 다시 식탁의 접시 위에 나타납니다. 눈앞의 결과와 내 행동 사이의 관계가 분명할수록 관람객은 체험의 흐름을 따라가기 쉽습니다.
이런 전시에서는 내가 무엇을 선택했는지와 결과에 무엇이 반영됐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감상 방법입니다. 색이나 재료의 조합을 바꿨을 때 화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세요. 다만 생성된 메뉴가 당시 실제로 먹었던 요리의 기록과 같다고 받아들이지는 않아야 합니다. 관람객의 조합으로 새로 만들어지는 표현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식탁 위 접시와 벽의 주방이 연결됩니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은 벽면의 디지털 주방에서 펼쳐지고, 완성된 이미지는 프로젝션 매핑으로 중앙 식탁의 접시에 비춰집니다. 화면을 벽에만 두지 않고 식탁과 접시라는 생활의 물건에 연결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실제로 음식을 기다리고 마주하는 행동과 영상의 진행이 겹쳐집니다.
대표 사진에는 27m 규모 LED 미디어월의 황실 만찬 영상과 앞쪽 연회 식탁이 함께 보입니다. 공식 자료는 문관·무관과 각국 외교관의 복식과 훈장 등을 고증해 제작한 영상이라고 설명합니다. 역사적 인물이 등장하는 화면이지만, 그 시대에 촬영된 기록 영상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식탁과 벽의 관계를 볼 때는 화려함만 찾기보다 시선이 이동하는 방향을 살펴보세요. 재료를 고를 때는 손 가까이에, 조리 과정에서는 벽에, 결과를 볼 때는 접시에 시선이 놓입니다. 하나의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화면을 따라가게 만드는 구성이 체험의 리듬을 만듭니다.
새로 만든 요리의 바탕에는 오래 조사한 자료가 있습니다
이번 콘텐츠는 국가유산청이 지난 10년간 쌓아온 대한제국 황실 연회 문화의 연구와 재현 성과를 토대로 개발됐다고 안내됐습니다. 공식 붙임 자료는 2017년 덕수궁 석조전에서 재현했던 서양식 연회 상차림도 함께 소개합니다. 그때의 재현은 황실 연회를 주관했던 엠마 크뢰벨의 저서에 남은 메뉴 기록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이처럼 자료에 남은 내용을 조사하고 재현한 과정과, 이번에 관람객이 새로 조합하는 결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전자는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당시의 문화를 이해하려 했는지 살피게 합니다. 후자는 그 연구를 소재로 삼아 오늘의 관람객이 다른 표현을 만들어보는 경험입니다. 둘을 연결하면서도 경계를 알아두면 전시가 더 명확해집니다.
생성된 요리 이름이나 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져도 그것을 곧바로 역사적 사실로 옮겨 적어서는 안 됩니다. 어떤 내용이 연구 자료의 설명인지, 어떤 부분이 체험 중 만들어진 문장인지 구분해보세요. 역사와 기술이 만나는 전시를 즐길 때 필요한 관찰이기도 합니다. 눈앞의 결과가 무엇을 근거로 하고 있는지 질문할 수 있습니다.
조리도구와 식기를 보면 이야기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전시는 디지털 체험과 함께 복식·서적·조리도구·식기 등 황실 연회 관련 유물과 전시품 60여 건을 선보입니다. 이화문 샹들리에와 철제 조리도구, 이화문 양식기 등입니다. 식탁을 꾸미는 물건과 음식을 준비하는 물건을 함께 보면 연회가 한 접시의 요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공식 사진 자료에는 20세기 초 제과 틀과 냄비 등 조리도구도 소개됩니다. 모양이 서로 다른 틀을 보면 어떤 후식을 준비했을지 궁금해집니다. 새 주방 시설과 식기가 필요했던 서양식 연회 문화를 실제 물건으로 살펴보는 지점입니다. 영상의 움직임에서 잠시 눈을 떼고 재료와 크기, 구조를 관찰하는 시간도 가져보세요.
디지털 체험을 먼저 했다면 유물 설명을 읽고 화면을 다시 떠올려보는 순서도 좋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배경으로 보이던 조명이나 식기가 연회 문화를 설명하는 요소로 읽힐 수 있습니다. 눈길을 끄는 장면과 그것을 받치는 자료를 번갈아 만날 때 콘텐츠의 구성이 더 잘 드러납니다.
문화유산을 창작의 재료로 만나는 새로운 방식
이번 전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6년 인공지능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에 선정된 기업과 덕수궁관리소의 협력으로 마련됐습니다. 공공기관의 연구와 민간의 기술·설비를 연결한 방식입니다. 문화유산을 어떤 도구로 새롭게 경험하게 할지 살펴볼 수 있는 사례이지만, 기술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성과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관람객에게는 참여 과정이 이해하기 쉬운지, 역사 자료와 새로 만든 내용이 구분되는지, 체험 뒤 더 알고 싶은 질문이 남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관람의 목적이 되기보다 유물과 문화에 관심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는지 살펴보세요. 콘텐츠의 의미를 일상의 언어로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 선택과 결과: 내가 고른 재료가 이미지와 이야기에 어떻게 연결되나요?
- 자료와 창작: 실제 연구를 설명하는 내용과 체험 중 생성된 표현이 구분되나요?
- 화면과 유물: 디지털 장면을 본 뒤 실물 자료에서 새롭게 궁금해진 부분이 있나요?
궁금한 점
체험에서 만든 음식을 실제로 먹나요?
공식 안내는 생성된 요리 이미지를 식탁 위 접시에 비추는 디지털 체험이라고 설명합니다. 음식 제공이나 시식 행사로 이해하지 않아야 합니다.
돈덕전에서는 언제까지 볼 수 있나요?
2027년 3월 28일까지 휴궁일을 제외하고 돈덕전 1층에서 열립니다. 안내 시간은 09:00~17:30, 입장 마감은 17:00이며 전시는 무료지만 덕수궁 입장료는 별도입니다.
사진의 연회 장면은 옛날 기록 사진인가요?
대표와 본문은 이번 전시의 실제 공간을 촬영한 공식 제공 사진입니다. 그 안의 벽면 영상과 접시 위 요리는 디지털로 표현한 콘텐츠이며 역사 당시의 촬영 기록과 구분됩니다.
빛으로 차린 접시는 사라질 수 있지만, 그 앞에서 생긴 질문은 남을 수 있습니다. 당시 연회는 어떤 물건과 기술로 준비됐을까요. 오늘의 나는 어떤 재료를 고르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을까요. 덕수궁의 새 체험은 오래 연구한 문화유산을 오늘의 선택과 연결해보는 한 가지 방법을 보여줍니다.
자료·사진: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2026년 11월 2일 공식 보도자료 및 붙임 사진자료. 사진은 이번 전시의 실제 전경을 담은 보도용 제공 자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