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더미 옆에 꽃과 두루마리가 놓이고, 다른 그림에서는 호랑이가 나뭇가지의 까치 아래에서 고개를 돌립니다. 책거리와 호랑이 그림에는 보기 좋은 장식뿐 아니라 잘 살고 무사하기를 바라던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눈앞의 사물과 동물에서 출발하면 옛 그림이 생활 가까이 다가옵니다.
책거리·책가도·길상·벽사
책거리는 책과 여러 기물을 함께 그린 그림입니다. 책장을 갖춘 구성을 책가도라고 부르는 등 명칭은 자료에 따라 겹쳐 쓰이기도 합니다. 길상은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뜻이고, 벽사는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뜻입니다.
대표 그림: 까치와 호랑이, 조선, 작가 미상, 건희4066.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 원본 보기
책만 그린 그림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들의 모음입니다
책거리에는 책과 문방구뿐 아니라 꽃, 그릇, 과일 같은 물건이 함께 등장합니다. 무엇을 소중하게 여겼고 어떤 삶을 바랐는지 생각하게 하는 구성입니다. 오늘날 방 한쪽에 좋아하는 물건을 모아 두는 모습과 비교해 보면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인천시립박물관의 해설은 책거리가 궁중에서 민간까지 사용된 장식 그림이라고 설명합니다. 책장이 있는 형태와 책장 없이 여러 물건을 배치한 형태가 있으며, 감상과 수집의 취향도 함께 담겼습니다. 모든 책거리를 같은 사람들을 위해 만든 똑같은 민화로 묶기는 어렵습니다.
한 폭 안에서 책과 꽃이 쌓이는 방식을 보세요
본문 사진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책거리 병풍, 신수2455 가운데 한 폭입니다. 책과 두루마리, 꽃과 기물이 화면 위아래로 포개집니다. 먼저 무엇이 그려졌는지 찾아본 뒤 물건의 모서리와 둥근 선을 번갈아 따라가 보세요.
책의 옆면은 가는 선이 반복되고, 표지와 두루마리에는 여러 색과 무늬가 놓입니다. 꽃과 가지는 위로 뻗어 물건들이 모인 아래쪽과 다른 리듬을 만듭니다. 사물 하나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일뿐 아니라 여러 모양을 한 화면에 어울리게 놓는 일이 중요합니다.
사진 속 모든 꽃과 열매에 바로 하나의 뜻을 붙이기보다, 먼저 형태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책거리 전반에는 학문과 출세, 부귀와 평안을 바라는 의미가 연결됩니다. 개별 그림의 소재와 주문한 사람, 걸었던 장소를 알면 그 뜻을 더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호랑이는 무서운 동물이면서 웃음을 주는 얼굴입니다
대표 이미지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까치와 호랑이〉, 건희4066입니다. 조선시대 작품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작가는 미상입니다. 큰 몸의 호랑이와 나무 위의 작은 까치가 한 화면에 있습니다.
몸집의 차이부터 본 다음 호랑이의 눈과 입, 굽은 몸과 꼬리를 살펴보세요. 힘센 동물을 그렸는데도 표정과 자세에서 친근함이나 익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까치가 있는 방향과 호랑이의 얼굴이 향하는 곳을 비교하면 둘 사이의 관계를 상상하게 됩니다.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은 호랑이의 벽사적 의미와 까치의 길상적 의미뿐 아니라 사회 풍자로 읽는 해석도 소개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호랑이를 양반, 모든 까치를 서민으로 고정할 수는 없습니다. 작품마다 위협과 장난, 친밀함이 서로 다르게 표현됩니다.
어디에 걸었을지 상상하되 기록과는 나누어 봅니다
책과 꽃을 곁에 두고 싶다는 마음, 집안이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옛 장식 그림을 이해하는 좋은 실마리입니다. 병풍은 여러 폭을 펼쳐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고, 걸개 그림은 벽 한쪽에 시선을 모읍니다. 그림의 형태를 보면 감상 방식도 달라집니다.
다만 이 글에 실은 두 유물이 실제로 어느 집의 어떤 방에 걸렸는지는 해당 소장품의 짧은 안내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쓰임을 개별 작품의 확정된 이력으로 바꾸지 않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성과 재료에서 감상을 시작합니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방에 둔다면 어느 쪽이 더 눈길을 끌지 생각해 보세요. 물건을 쌓아 만든 책거리의 질서일 수도 있고, 고개를 돌린 호랑이의 표정일 수도 있습니다. 복을 바라는 뜻을 몰라도 색과 선을 즐길 수 있고, 뜻을 알면 그림을 바라볼 이야기가 하나 더 생깁니다.
궁금한 점
책거리에는 꼭 책장이 있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책과 기물을 책장 안에 배치하기도 하고, 책장 없이 쌓거나 나열하기도 합니다. 책거리와 책가도라는 이름의 사용 범위는 해설 자료에 따라 겹칠 수 있습니다.
호랑이 그림은 모두 민화인가요?
호랑이는 궁중 회화와 화가의 작품, 민간 장식 그림과 종교화 등 여러 맥락에서 등장합니다. 호랑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작 주체와 쓰임을 하나로 단정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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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안내 · 관련 해설 · 까치호랑이 해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