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라고 하면 손에 들어오는 컵과 접시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사람 키와 비교하며 보게 되는 구조물이나 금방 흩어질 듯한 흰 덩어리도 흙으로 만들었다면 어떨까요. 같은 재료가 쓰임이 분명한 생활 물건에서 공간과 기억을 묻는 조각으로 넓어집니다. 올해 경기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 수상작은 그 변화를 구체적인 형태로 보여줍니다.
한국도자재단은 2026년 10월 29일 국제공모전 수상작 58점을 비엔날레 폐막 뒤에도 소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77개국 작가 1,050명이 1,397점을 출품한 공모입니다. 숫자의 규모만큼 눈여겨볼 부분은 심사의 질문입니다. 독창성과 도자 고유의 특성, 작가가 환경과 사회에 반응하는 방식이 주요 기준으로 제시됐습니다. 예쁜 그릇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드는가보다 넓은 범위를 바라본 셈입니다.
집을 닮은 구조물, 구멍과 표면을 따라갑니다
GCB대상을 받은 작품은 독일 작가 데이비드 라우어의 〈펀치카드 하우스〉입니다. 재단은 흙과 유약의 특성이 드러나는 대형 작품으로 소개했습니다. 심사위원단도 제작 기술과 작가의 메시지가 어우러진 점을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흙이라는 재료를 작은 물건에만 연결하던 생각을 잠시 내려놓게 됩니다.

실제 작품 사진을 보면 여러 층의 구조와 커다란 구멍이 먼저 들어옵니다. 단단한 벽으로 내부를 가린 집이라기보다 안과 밖이 계속 교차하는 틀처럼 보입니다. 구멍 너머로 바탕이 드러나면서 빈 부분도 형태를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윤곽을 한 번에 읽은 뒤 어느 부분이 이어지고 어디가 뚫려 있는지 눈으로 따라가보세요.
표면에는 서로 다른 색이 겹치고 흘러내린 듯한 인상이 있습니다. 이를 보고 제작 과정을 마음대로 확정하기보다는, 유약의 색과 질감이 규칙적인 구조를 어떻게 흔드는지 관찰하면 좋습니다. 건물을 닮은 형태와 고르지 않은 표면 사이에서 질서와 변화가 동시에 느껴집니다. 사진에서 관찰할 수 있는 특징과 실제 제작법에 관한 설명은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작품 이름의 ‘펀치카드’는 구멍을 뚫어 정보를 기록하던 카드를 떠올리게 합니다. 제목을 단서로 삼아 구멍의 배열을 살펴볼 수 있지만, 그 연상만으로 작품의 의미를 하나로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이 본 구조를 먼저 말해보고 작가의 설명과 비교하면 감상이 더 구체적입니다. 무엇이 보이는지 설명하는 일은 해석을 시작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눈처럼 보이는 흰 덩어리가 오래 남는 재료를 만납니다
대표 사진은 GCB우수상을 받은 작가 듀오 더 그립스의 〈다시는 눈이 내리지 않을 거야〉입니다. 러시아·투르크메니스탄 출신 두 작가가 함께한 작업으로 소개됐습니다. 흰 덩어리의 거친 표면과 그 아래를 받치는 단순한 구조가 강한 대비를 만듭니다. 작품 이름을 읽고 다시 보면 눈이나 얼음처럼 사라질 수 있는 풍경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보이는 인상과 재료의 시간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눈은 녹지만 구워낸 도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남습니다. 덧없어 보이는 형태를 오래 남는 재료로 표현하면 관람객은 무엇을 기억하고 싶었는지 질문하게 됩니다. 이는 제목과 사진에서 시작할 수 있는 감상 제안입니다. 특정 기후 현상이나 지역의 사건을 작가가 직접 지목했다고 단정하는 설명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멀리서 전체 덩어리를 보고 가까이서 표면을 읽는 방법도 유효합니다. 같은 흰색 안에서 돌출된 부분과 그늘진 부분이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지 살펴보세요. 매끈하게 다듬은 표면만 도자기의 장점은 아닙니다. 거친 결이나 불규칙한 틈도 손과 재료, 빛이 만나는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형태를 보고 난 뒤 받침과 작품의 관계까지 시선을 넓혀보면 좋습니다.
사진 심사 다음에 실물을 보는 이유
이번 공모는 온라인 1차 심사와 실물 2차 심사를 거쳤습니다. 도자기는 정면 사진 한 장으로 모든 특징을 알기 어려운 매체입니다. 카메라가 고른 각도와 빛에 따라 무게감이나 크기, 표면의 깊이가 달라 보입니다. 손바닥 크기인 줄 알았던 물건이 실제로는 훨씬 클 수도 있습니다. 크기를 확인하는 일은 단순한 부가 정보가 아니라 감상의 바탕이 됩니다.
실물 앞에서는 옆으로 조금 이동해보는 것만으로도 빈 공간의 모양과 겹침이 달라집니다. 사진에선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던 부분이 떨어져 있거나, 무늬인 줄 알았던 것이 실제 구멍일 수도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동선과 안전선을 지키며 여러 방향을 비교하세요. 작품을 만져야만 재료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빛과 그림자도 표면을 읽는 단서입니다.
컵을 고르는 눈과 조각을 보는 눈을 함께 써보세요
- 형태: 입구와 손잡이처럼 쓰임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남아 있는지, 전혀 다른 구조로 바뀌었는지 봅니다.
- 표면: 색·광택·거친 결이 형태와 어떤 관계를 만드는지 비교합니다.
- 크기와 공간: 작품이 놓인 높이와 받침, 주변의 빈 곳까지 함께 살펴봅니다.
- 제목: 먼저 보이는 특징을 말한 뒤 제목이 감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생각해봅니다.
생활 도자기에서 쓰던 감각을 그대로 가져와도 좋습니다. 컵의 입술 닿는 부분이나 손잡이의 균형을 살피듯, 조각에서도 가장자리와 연결부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편하게 쓰이는가라는 질문에만 머무르지 않고 어떤 몸의 감각이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지 질문을 더해보세요. 익숙한 재료이기에 오히려 예상 밖의 변화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수상작 전시가 이어진다는 소식과 실제 개관일은 구분해야 합니다. 재단은 11월 2일 새 공지를 통해 경기도자미술관을 재정비로 11월 2~12일 임시 휴관하고, 11월 13일 재개관한다고 밝혔습니다. 국제공모전 수상작 전시는 2027년 2월 14일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방문을 계획한다면 폐막 전 통합권 안내보다 미술관의 최신 운영 공지를 먼저 확인하세요.
궁금한 점
도자기는 꼭 그릇의 형태여야 하나요?
이번 공모는 생활 물건의 쓰임을 넘어 구조와 공간, 환경과 기억을 다루는 작업을 함께 소개했습니다. 재료의 특성을 어떤 표현으로 바꾸었는지 살펴보면 좋습니다.
지금 바로 경기도자미술관에 가도 되나요?
11월 2일 공지 기준으로 11월 2~12일은 임시 휴관이며 11월 13일 재개관 예정입니다. 이후 일정도 방문 전 최신 공지를 확인하세요.
본문 사진은 실제 수상작인가요?
대표 사진은 더 그립스의 〈다시는 눈이 내리지 않을 거야〉, 본문 사진은 데이비드 라우어의 〈펀치카드 하우스〉입니다. 한국도자재단이 이번 보도자료로 제공한 실제 작품 사진입니다.
이번 수상작에서 도자기의 범위가 넓어지는 방식은 재료를 지우는 데 있지 않습니다. 흙과 유약, 구워낸 표면이기에 가능한 인상을 새로운 형태로 바꾸는 데 있습니다. 그릇을 볼 때 익숙했던 눈으로 작품의 가장자리와 빈 공간을 따라가보세요. 손에 쥐는 물건에서 출발한 감각이 공간을 보는 즐거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료·사진 제공: 한국도자재단, 2026년 10월 29일 국제공모전 수상작 보도자료. 운영 정보: 2026년 11월 2일 경기도자미술관 임시 휴관 공지. 작품 사진은 해당 수상작을 소개하는 기사 자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