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나전칠기, 작은 조개껍데기로 만든 빛나는 무늬

검은 바탕 위에 작은 꽃들이 촘촘하게 놓였습니다. 가까이 보면 꽃잎의 빛과 가느다란 줄기의 빛이 서로 다릅니다. 고려 나전칠기의 무늬는 붓으로만 그린 그림이 아닙니다. 조개껍데기와 금속선, 나무와 옻칠이 함께 만든 표면입니다.

나전·자개·칠기·경함

나전은 조개껍데기의 안쪽 빛나는 층을 얇게 가공해 무늬로 장식하는 기법입니다. 이렇게 쓰는 조개 재료를 자개라고 부릅니다. 칠기는 옻칠 등을 한 물건이며, 경함은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상자입니다.

 

경전을 담는 상자에 꽃과 넝쿨을 놓았습니다

이 글의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나전경함입니다. 소장품번호는 증9291이며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박물관은 고려 후기 작품으로 추정합니다. 길쭉한 직사각형 상자에 뚜껑을 얹고, 뚜껑 윗부분의 모서리를 비스듬히 다듬었습니다.

상자의 큰 형태를 본 다음 표면으로 시선을 옮겨 보세요. 꽃이 반복되고 그 사이를 넝쿨 같은 선이 이어 줍니다. 작은 무늬가 촘촘해도 상자 전체의 윤곽은 분명하게 남습니다. 담는 기능과 겉을 꾸미는 일이 함께 고려된 물건입니다.

 

자개 꽃과 금속 줄기는 다른 재료입니다

주요 무늬는 모란과 넝쿨을 조합한 모란당초문입니다. 자개를 얇게 갈고 꽃잎처럼 필요한 모양으로 오려 붙였습니다. 빛나는 재료의 조각들이 모여 한 송이의 꽃과 반복 무늬를 이룹니다.

넝쿨의 줄기에는 금속선을 사용했습니다. 박물관은 구리와 아연을 섞은 황동선이라고 설명합니다. 무늬 사이의 경계에는 두 가닥을 꼰 선도 쓰였습니다. 꽃잎과 줄기가 서로 다른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알면 작은 차이가 더 잘 보입니다.

작은 자개 꽃과 금속선 넝쿨무늬가 반복되는 고려 나전경함의 정면
고려 나전경함, 증9291.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 사진 출처

 

오려 붙이고, 잘라 잇고, 다시 선을 새깁니다

줄음질은 자개를 무늬의 모양대로 오려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끊음질은 가늘게 만든 자개를 잘라 이어 무늬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 경함에는 두 기법이 함께 쓰였고, 꽃이나 둥근 무늬 안에 다시 선을 새겨 세부를 표현한 부분도 있습니다.

한 가지 도구로 한 번에 완성한 표면이 아닙니다. 넓은 꽃잎과 가는 선, 작은 원의 반복을 차례로 살펴보세요. 서로 다른 크기의 재료를 맞추어 전체 무늬가 끊기지 않도록 연결한 작업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빛나는 표면 아래에는 나무와 칠이 있습니다

경함의 바탕은 나무판을 연결해 만들었습니다. 박물관의 조사에 따르면 표면에 천을 입히고 여러 차례 칠을 올렸습니다. 자개 장식은 이런 바탕 위에 놓입니다. 겉의 반짝임만큼 그것을 받치는 구조도 중요합니다.

지금 보이는 표면에는 칠이 갈라지거나 자개가 떨어진 부분이 있습니다. 일부 무늬는 후대 보수로 덮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사진에서 보이는 빈자리나 어두운 부분을 모두 처음 제작한 모습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상감청자가 그릇 표면을 파고 다른 색의 흙을 메워 무늬를 만든다면, 여기서 본 나전칠기는 자개와 금속선으로 표면을 장식합니다. 고려 공예 안에서도 재료를 다루는 방식은 달랐습니다. 두 작품을 번갈아 보면 푸른 유약의 빛과 자개의 빛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자개는 색을 칠한 조개껍데기인가요?

자개는 조개껍데기 안쪽의 빛나는 층을 가공한 재료입니다. 각 유물에 쓰인 채색이나 다른 재료의 사용 여부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모든 고려 나전칠기가 경전 상자인가요?

아닙니다. 다양한 불교 기물과 생활용품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글은 증9291 경함 한 점의 구조와 장식 방법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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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공식 해설·소장품 안내 · 관련 해설 · 대표 사진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