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예술 · 미디어아트
텔레비전은 보통 앞에 앉아 정면으로 봅니다. 그런데 백남준의 〈TV 정원〉에서는 식물 사이에 놓인 여러 화면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익숙한 물건을 다른 방향으로 배치했을 뿐인데, 텔레비전을 보는 몸의 자세부터 달라집니다. 화면의 영상과 주변 공간이 함께 작품이 되는 순간입니다.
백남준·미디어아트·설치
백남준은 영상과 전자 장치를 예술의 재료로 탐구한 작가입니다. 미디어아트는 영상·소리·방송·디지털 기술 등 매체를 활용하는 예술입니다. 설치는 물건 하나뿐 아니라 그 배치와 주변 공간까지 함께 구성하는 작업을 뜻합니다.
대표 그림: 아트코포스트 자체 제작 기사 일러스트
화면을 담은 상자도 작품의 일부입니다
백남준아트센터가 소개하는 〈TV 정원〉의 재료에는 CRT TV 모니터, LCD TV 모니터, 살아 있는 식물, 소리와 영상을 전달하는 장치가 함께 적혀 있습니다. CRT는 뒤가 두툼한 브라운관 방식의 텔레비전이고, LCD는 액정 화면입니다. 텔레비전은 영상을 전달하는 통로이면서 공간에 놓이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식물 잎 사이에 있는 화면은 하늘을 향하거나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습니다. 한 대를 정면에서 오래 보는 익숙한 방식 대신, 여러 대를 한꺼번에 바라보거나 시선을 옮기게 됩니다. 무엇이 나오는지만큼 어디에 놓였는지가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1974와 2002, 두 연도를 구분해 읽습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소장품의 제작연도를 ‘1974(2002)’로 표기합니다. 작품의 첫 구상·제작 시점인 1974년과 해당 소장 설치의 2002년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작품이 처음 등장한 시점과 지금 살펴보는 개별 설치의 시점을 하나로 섞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크기는 ‘가변크기’로 안내됩니다. 설치되는 공간과 배치에 따라 전체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식물이나 모니터를 아무렇게나 바꾸면 같은 작품이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여기서는 백남준아트센터가 소개한 소장품과 공식 영상의 설치 모습을 기준으로 봅니다.
백남준아트센터 공식 영상, 큐레이터와 함께 1: 백남준 〈TV 정원〉(2021). 실제 설치의 화면과 공간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공식 영상 원문
화면 속에는 〈글로벌 그루브〉가 흐릅니다
텔레비전에서 재생되는 영상은 백남준의 1973년 비디오 작품 〈글로벌 그루브〉입니다. 여러 문화권의 음악과 춤이 편집을 통해 빠르게 이어집니다. 한 가지 줄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는 영화와는 보는 방식이 다릅니다.
아래 공식 영상으로 실제 화면과 설치를 보면서, 시선이 한 화면에 붙잡히는지 여러 화면 사이를 움직이는지 살펴보세요. 영상을 완전히 이해하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리와 움직임이 서로 연결되거나 어긋나는 느낌도 작품을 경험하는 일부입니다.
식물과 기술은 같은 공간에서 자랍니다
‘자연은 살아 있고 기계는 차갑다’는 식으로 둘을 쉽게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TV 정원〉에서는 식물과 전자 화면이 하나의 공간을 이룹니다. 빛나는 화면은 잎 사이에서 보이고, 식물의 모양은 화면을 가리거나 감싸면서 새로운 풍경을 만듭니다.
이것을 기술이 자연을 파괴한다는 한 문장의 메시지로만 고정하면 작품의 여러 관계를 놓칠 수 있습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해설은 자연과 기술이 어우러지는 공간에 주목합니다. 서로 다른 재료가 함께 있을 때 감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편이 작품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입니다.
캔버스에서 공간으로, 감상의 몸짓이 달라집니다
이 연재에서 나혜석의 색, 박수근의 표면, 김환기의 점을 보던 시선은 이제 공간 전체로 옮겨갑니다. 벽의 그림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서던 몸은 식물 사이의 화면을 내려다보고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눈으로 보는 일에 시간과 움직임이 더해집니다.
이 흐름은 앞선 예술을 뒤의 예술이 대체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늘도 그림과 조각, 영상과 설치는 나란히 만들어집니다. 백남준의 〈TV 정원〉은 예술의 재료와 감상 방식이 얼마나 넓어질 수 있는지, 익숙한 텔레비전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궁금한 점
〈TV 정원〉은 TV에 식물 영상을 틀어 놓은 작품인가요?
실제 살아 있는 식물 사이에 여러 TV 모니터가 놓이는 설치입니다. 화면에서는 〈글로벌 그루브〉라는 별도의 비디오 작품이 재생됩니다.
공식 영상에 나온 모습과 언제나 똑같이 전시되나요?
가변크기의 설치이며, 영상은 촬영 당시의 모습입니다. 실제 관람을 계획한다면 백남준아트센터의 최신 전시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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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백남준아트센터 〈TV 정원〉 보기, 공식 작품 해설 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