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꽃과 구불구불한 잎이 항아리의 배를 감쌉니다. 흰색으로 그림을 그린 듯하지만, 바탕을 덜어내 꽃을 남긴 부분도 있습니다. 분청사기는 흙을 바르는 일과 긁어내는 일이 모두 무늬가 되는 그릇입니다. 무엇을 더했고 무엇을 남겼는지 살펴보면 표면이 한결 흥미로워집니다.
분청사기·백토·박지
분청사기는 회색 계열의 바탕흙에 흰 흙으로 장식한 자기입니다. 백토는 장식에 쓰는 흰 흙을 뜻합니다. 박지는 백토를 입힌 뒤 무늬 이외의 부분을 긁어내어 밝은 무늬와 어두운 바탕을 드러내는 기법입니다.
대표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본관14562.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 원본 자료
흰 그릇처럼 보여도 바탕과 표면이 다릅니다
분청사기를 볼 때는 먼저 흰 부분과 회색 또는 짙은 부분이 어디서 만나는지 찾아보세요. 백토를 바른 자리와 바탕흙이 드러난 자리가 한 그릇 안에 함께 있습니다. 표면 위의 색 차이는 재료를 다룬 과정과 연결됩니다.
분청사기라는 이름은 당시 사람들이 쓰던 고유한 그릇 이름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닙니다. 국가유산청의 해설에 따르면 미술사학자 고유섭이 사용한 분장회청사기라는 명칭을 줄여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름보다 먼저 그릇의 흰 표면을 보는 편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박지 항아리에서 꽃과 바탕을 번갈아 보세요
이 글의 사진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분청사기 박지 모란 넝쿨무늬 항아리입니다. 조선시대 작품이며 소장품번호는 본관14562입니다. 높이는 45cm입니다. 다른 모란무늬 병이나 장군의 정보와 섞지 않고 이 항아리의 형태와 표면을 살펴봅니다.
몸통의 커다란 꽃잎과 잎은 밝게 남고, 그 사이에는 짙은 바탕이 드러납니다. 꽃의 윤곽뿐 아니라 꽃 사이에 생긴 빈 모양도 따라가 보세요. 잎과 넝쿨이 서로 이어지며 둥근 몸통 전체를 감싸는 리듬을 만듭니다.
항아리 아래쪽에는 흰 흙을 바른 부분과 짙은 바탕이 만나는 경계가 보입니다. 그릇의 표면이 언제나 같은 밀도로 채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풍성한 무늬와 상대적으로 비어 있는 부분의 차이도 이 작품을 보는 재미입니다.

긁는 방법이 달라지면 무늬도 달라집니다
분청사기는 모두 박지로 만든 그릇이 아닙니다. 조화는 백토를 입힌 표면에 선으로 무늬를 긁어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박지가 무늬 주변의 면을 덜어낸다면, 조화는 선을 따라 그림을 읽는 데 초점을 둘 수 있습니다.
귀얄은 거친 붓 같은 도구로 백토를 바르는 기법입니다. 표면에 남은 붓질의 방향이 감상의 단서가 됩니다. 인화는 도장으로 무늬를 찍고 그 자리에 백토를 채워 넣는 방법입니다. 한 그릇에 기법이 함께 쓰이기도 하므로 실제 유물의 설명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유로워 보이는 무늬에도 제작의 질서가 있습니다
큼직한 꽃과 빠른 선은 오늘의 눈에 자유롭게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장인이 아무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둥근 그릇에 무늬를 배치하고 흙이 마르는 상태를 살피는 일에는 경험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국가유산청 해설은 분청사기에 관청이나 제작 지역의 이름이 새겨진 사례도 소개합니다. 감각적인 무늬 뒤에는 그릇을 만들고 거두어 쓰던 사회의 체계도 있었습니다. 모든 분청사기를 소박한 민간용 그릇 하나로 묶기는 어렵습니다.
다음에 분청사기를 만나면 흰색의 양부터 비교해 보세요. 이어 긁어낸 선, 넓게 남긴 꽃잎, 붓이 지나간 결을 찾으세요. 같은 흰 흙도 어떤 도구와 손길을 만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이 됩니다.
궁금한 점
분청사기는 백자와 같은 것인가요?
서로 구분하는 도자기 종류입니다. 분청사기는 회색 계열 바탕흙에 백토로 장식한 특징을 보입니다. 흰색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백자로 판단하지 말고 바탕흙과 장식 방법을 함께 확인하세요.
사진의 항아리에는 모든 분청 기법이 쓰였나요?
아닙니다. 사진의 유물은 박지 모란 넝쿨무늬 항아리입니다. 귀얄·인화·조화 설명은 분청사기의 다른 표현법을 비교하기 위한 것으로, 모두 이 항아리에 쓰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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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공식 해설·소장품 안내 · 관련 해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