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은 꽃을 심어 예쁘게 꾸민 장소만은 아니었습니다. 창밖의 산을 바라보고, 화분 하나를 가꾸고, 벗과 앉아 그림과 글씨를 이야기하던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부산박물관 교류기획전 《조선의 정원, 마음을 심고 풍경에 노닐다》는 이런 일상의 공간이 어떻게 그림과 공예, 취향으로 이어졌는지 살펴보는 전시입니다.
전시는 10월 13일부터 12월 13일까지 부산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무료로 열립니다. 공식 소개에 따르면 국보인 백자 청화산수화조문 항아리와 보물인 독서당계회도, 정조 필 〈파초도〉·〈국화도〉 등 정원 문화와 관련한 유물 80여 점을 선보입니다. 야외 정원을 그대로 옮겨놓은 행사라기보다, 정원을 바라보고 누렸던 방식을 회화와 공예, 실감영상으로 만나는 자리입니다.
정원이 작아도 바라보는 풍경은 넓을 수 있습니다
전시의 첫 부분 「마음을 심다」는 선비들이 정원에 담고자 했던 삶의 방향을 살펴봅니다. 실제로 넓은 정원을 가꾸는 일에는 공간과 형편의 제약이 따릅니다. 전시는 현실의 제약을 넘어 마음속에 가꾸었던 상상의 정원인 ‘의원(意園)’도 소개합니다. 정원이 땅의 크기만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 관점으로 그림을 보면 작은 집 한 채와 그 주변 풍경의 관계가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사람이 머무는 자리가 화면의 어느 곳에 있는지, 빈 공간이 얼마나 넓은지 살펴보세요. 그림 속 풍경이 실제 장소의 기록인지 이상적인 공간의 표현인지도 작품 설명을 통해 구분하면 좋습니다.
여기서 감상의 기준은 정원이 얼마나 화려한가에만 있지 않습니다. 무엇을 가까이 두고 무엇을 멀리 바라보고 싶었는지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오늘의 집에서 햇빛이 드는 창가나 자주 앉는 의자를 떠올려보면, 옛 정원에 담긴 취향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담장 안과 밖을 잇는 ‘차경’을 찾아보세요
두 번째 부분 「자연을 들이다」는 바깥의 산세와 숲을 정원에 끌어들이는 차경을 다룹니다. 모든 풍경을 직접 소유하거나 안으로 옮길 필요 없이, 바라보는 자리와 방향을 정해 자연을 경험하는 방식입니다. 창문이나 담장의 틈이 풍경을 자르는 액자처럼 작동하는지 상상하며 볼 수 있습니다.
전시 도입부에는 네모난 연못에 둥근 섬을 만든 ‘방지원도’ 연출물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실제 유물과 오늘의 전시 연출을 구분해 보세요. 옛 정원 문화를 이해하도록 새로 만든 장면과 당시의 그림·그릇은 서로 다른 종류의 자료입니다. 각각 무엇을 직접 보여주고 무엇을 설명하기 위해 구성했는지 살피면 전시의 흐름이 또렷해집니다.
실감영상 〈별서에서의 하루〉도 정원에서 머무는 시간을 상상하는 통로가 됩니다. 영상을 먼저 본 뒤 유물로 돌아와도 좋고, 그림과 공예를 본 뒤 영상의 공간과 비교해도 좋습니다. 영상에 나온 모든 장면을 특정 유물의 실제 사용 모습으로 단정하기보다 감상을 돕는 재구성으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정조가 그린 파초에서는 잎과 바위의 자리를 봅니다
이번 전시에 나오는 정조 필 〈파초도〉는 왕이 남긴 그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눈길을 끕니다. 하지만 이름을 확인한 뒤에는 화면 자체로 시선을 옮겨보세요. 넓은 잎이 차지하는 면적, 가늘게 솟은 줄기, 주변의 바위와 빈 바탕이 어떻게 관계를 이루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파초의 잎에는 넓게 퍼지는 부분과 접히거나 끝이 흐트러진 부분이 함께 보입니다. 같은 먹빛 안에서도 짙고 옅은 곳을 비교해보세요. 잎의 모양을 식물도감처럼 정확히 확인하는 감상과, 잎을 이루는 붓의 흐름을 살피는 감상은 서로 다른 재미를 줍니다. 어느 한쪽만 정답으로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함께 소개되는 정조 필 〈국화도〉와 비교할 때도 출발점은 작고 구체적인 차이면 충분합니다. 화면에서 식물이 차지하는 크기와 줄기의 방향, 비어 있는 자리의 비율을 각각 살펴보세요. 식물에 담긴 상징은 설명을 읽어 이해하되, 그림 속 모든 세부를 하나의 덕목으로 단정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항아리에도 작은 풍경의 창이 열립니다
백자 청화산수화조문 항아리는 흰 바탕에 푸른 그림을 더한 도자기입니다. 국가유산포털은 몸통의 네 곳에 꽃 창처럼 구획한 부분을 만들고 산수와 꽃·새·돌의 무늬를 번갈아 그렸다고 설명합니다. 그릇의 모양과 그 위에 펼쳐진 풍경을 함께 보는 데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그림이 평평한 종이에 놓일 때와 둥근 그릇을 두를 때의 차이를 떠올려보세요. 한 자리에서는 일부 무늬가 보이고 다른 부분은 몸통 뒤로 돌아갑니다. 전시장의 관람 동선과 진열 조건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시선을 옮기며, 무늬가 구획을 어떻게 채우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유물이나 진열장에 손을 대지는 않습니다.
이 항아리를 볼 때는 정원 풍경을 그대로 옮겼다고 미리 결론 내리지 않아도 됩니다. 산수와 꽃, 새 같은 소재가 생활 공예의 표면에서 어떤 장식이 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그림을 걸어두는 일과 그릇을 곁에 두는 일이 생활 속에서 풍경을 누리는 서로 다른 방식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풍경을 함께 보는 사람들도 전시의 주인공입니다
세 번째 부분 「풍경에 노닐다」는 정원에서 벗과 어울려 시·서·화를 나누거나 바둑과 투호를 즐기던 모습을 소개합니다. 시·서·화는 시와 글씨와 그림을 함께 이르는 말입니다. 독서당계회도처럼 모임을 담은 그림에서는 풍경뿐 아니라 사람들이 어느 자리에 모였는지 살펴보세요.
인물이 작은 그림일수록 먼저 큰 공간의 구성을 보고 사람의 자리를 찾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건물과 나무, 물가가 어떻게 이어지고, 모임의 자리가 그 사이 어디에 놓였는지 보는 것입니다. 다만 그림 속 모임을 오늘의 공공 정원 이용 풍경과 그대로 같다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당시 모임의 성격과 참가자는 개별 작품 설명으로 확인하세요.
해설을 들으면 세 부분의 관계가 잘 보입니다
공식 안내는 휴관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2시 도슨트 해설을 운영한다고 설명합니다. 예약 없이 현장에서 선착순 30명이 참여하며, 20명 이상의 단체는 신청할 수 없습니다. 친구나 가족과 방문한다면 시작 시간에 맞춰 전시장 안내를 확인해보세요. 당일 운영이 바뀔 수 있으므로 출발 전 공지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어와 영어 오디오 가이드는 전시실과 리플릿의 QR코드로 접속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작품 앞에서 설명을 골라 듣고 싶을 때 활용해볼 만합니다.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해설은 11월 27일 금요일 오후 3시에도 예정되어 있으며, 공식 안내상 현장 선착순 50명입니다.
- 기간·장소: 2026년 12월 13일까지, 부산 남구 유엔평화로 63 부산박물관 기획전시실
- 시간: 화~일 09:00~18:00, 입장 마감 17:00
- 휴관·요금: 월요일과 1월 1일 휴관, 관람 무료.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다음 평일 휴관
- 이동: 박물관은 주차 혼잡으로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합니다.
궁금한 점
실제 야외 정원을 산책하는 전시인가요?
회화와 공예, 실감영상으로 조선의 정원 문화를 소개하는 실내 전시입니다. 전시 연출물과 역사 유물을 구분해 감상하면 좋습니다.
박물관이 닫기 직전에도 입장할 수 있나요?
관람 종료는 18시이지만 공식 입장 마감은 17시입니다. 마감 시간을 별도로 보고 일정을 잡으세요.
식물 이름을 많이 알아야 하나요?
잎과 가지의 모양, 그림 속 여백, 그릇에 놓인 무늬를 비교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식물의 의미와 당시 취향은 작품 설명과 해설을 참고하면 됩니다.
정원을 본다는 것은 멋진 풍경을 찾는 일과 함께, 그 풍경을 어디에서 누구와 누릴지 생각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음에 남은 그림 하나와 공예품 하나를 골라보세요. 서로 다른 물건이 자연을 일상 가까이 두는 방법을 어떻게 보여주는지 비교하면 관람의 여운이 길어집니다.
자료: 부산박물관 공식 전시 자료·관람 안내·항아리 설명. 대표 외관 사진(2013): neepster(원본, 이용조건). 〈파초도〉 사진(2009): 森上(원본, 이용조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