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만 보고 가면 아쉽다, 63빌딩 퐁피두 THE CUBISTS에서 봐야 할 장면들

퐁피두센터 한화 THE CUBISTS, 63빌딩에서 만난 큐비즘의 20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들어선 퐁피두센터 한화를 직접 찾았습니다. 개관전은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The Cubists: Inventing Modern Vision)》. 피카소와 브라크의 유명세만 앞세운 전시일 것이라 생각하면 조금 다른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실제로 전시장을 따라 걷다 보면 한 사람의 천재를 보여주는 전시라기보다, 20세기 초 예술가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어떻게 한꺼번에 뒤집었는가를 보여주는 미술사 여행에 가깝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촬영한 작품과 전시장 풍경을 떠올리며, 관람 전에 알아두면 좋은 포인트부터 실제로 보면서 눈에 들어왔던 부분까지 차근차근 정리해봅니다.

먼저 알고 가면 좋은 핵심

전시는 1907년부터 1927년까지 약 20년에 걸친 큐비즘의 탄생과 변화, 국제적 확산을 다룹니다.

퐁피두센터 소장품 91점이 8개 섹션으로 구성되고, 별도의 KOREA FOCUS에서 한국 근현대예술과의 접점까지 연결합니다.

즉, 피카소 작품 몇 점을 감상하는 전시가 아니라 큐비즘이라는 새로운 시각 언어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보는 전시입니다.

63빌딩에 새로 생긴 퐁피두센터 한화, 공간부터 꽤 다릅니다

63빌딩이라고 하면 오랫동안 전망대와 아쿠아리움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별관 전체를 새롭게 구성한 퐁피두센터 한화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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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는 둥글게 열린 천장과 넓은 여백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가운데에는 레몽 뒤샹-비용의 《대형 말》이 놓여 있습니다. 제가 티켓을 들고 촬영한 사진에서도 뒤편에 보이는 바로 그 조각입니다. 큐비즘을 조각으로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라 개관전과 로비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시장으로 올라가면 분위기는 한층 절제됩니다. 흰색과 회색 벽, 검은 천장, 곡선으로 이어지는 전시 벽과 넓은 통로가 작품 사이에 상당한 여백을 만들어냅니다. 작품이 많은데도 시선이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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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느낀 공간의 특징

작품을 빽빽하게 걸기보다 한 작품을 보고 몇 걸음 이동한 뒤 다시 다음 작품을 마주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특히 큰 곡면 벽과 깊게 열린 통로 덕분에 작품 한 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시장 자체를 하나의 장면처럼 바라보게 됩니다.

미술관 건축은 프랑스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가 맡았습니다. 외관은 63빌딩의 강한 수직선과 반대로 수평적인 흐름을 강조하고 있으며, 자연광과 야간 조명을 활용한 이른바 빛의 공간을 지향합니다.

THE CUBISTS는 왜 1907년부터 시작할까

큐비즘을 쉽게 설명하면 사물을 한쪽에서 바라본 모습 그대로 그리는 대신, 앞·옆·위에서 본 정보와 기억 속 형태까지 한 화면 안에서 다시 조립하는 방식입니다.

사진처럼 잘 그리는 능력이 중요했던 오랜 회화 전통에 이 방식은 상당히 과격했습니다. 얼굴 하나를 그려도 정면과 옆면이 동시에 등장하고, 테이블과 악기와 사람의 몸이 평면 조각처럼 흩어집니다.

큐비즘 Cubism

20세기 초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를 중심으로 발전한 미술 운동입니다. 하나의 고정된 시점에서 대상을 재현하는 원근법에서 벗어나 형태를 여러 면으로 분해하고 다시 구성했습니다. 이후 추상미술과 미래주의, 구성주의를 비롯한 20세기 미술의 다양한 실험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세잔에서 피카소와 브라크로

전시의 시작 부분은 갑자기 피카소부터 등장하지 않습니다. 폴 세잔과 아프리카·오세아니아 미술에서 받은 영향, 그리고 피카소와 브라크가 공간과 형태를 점차 해체해 가는 과정을 이어 보여줍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큐비즘이 어느 날 완성된 하나의 양식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사람과 풍경의 형태가 충분히 알아볼 수 있지만, 조금씩 면이 나뉘고 공간이 압축되면서 나중에는 무엇을 그렸는지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합니다.

분석적 큐비즘, 그림이 퍼즐처럼 보이는 이유

1909년~1911년 무렵 피카소와 브라크가 전개한 분석적 큐비즘에 이르면 색은 베이지·회색·갈색 계열로 줄고 형태는 작은 면으로 잘게 나뉩니다.

처음 보면 조금 어렵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제목부터 확인하기보다 작품 앞에서 먼저 악기의 줄, 얼굴의 윤곽, 탁자의 모서리 같은 단서를 찾아보는 편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감상 팁

큐비즘 작품 앞에서 무엇을 그린 건지 모르겠다고 바로 작품 설명을 읽지 않아도 됩니다. 10초 정도 그림 안에서 현실의 흔적을 찾아본 다음 제목을 확인해보세요. 처음에는 추상처럼 보였던 면들이 갑자기 사람, 기타, 탁자 또는 도시 풍경으로 연결되는 순간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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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만 있는 전시가 아닙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퐁피두 컬렉션 작가는 43명입니다.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를 중심에 놓지만 페르낭 레제, 후안 그리스, 로베르와 소니아 들로네, 프랑시스 피카비아, 알베르 글레이즈, 나탈리아 곤차로바 등으로 시야를 넓힙니다.

작가 전시에서 볼 포인트 관람 키워드
파블로 피카소 대상을 해체하고 평면으로 재조립하는 과정 분석·콜라주·무대
조르주 브라크 풍경과 정물에서 점차 사라지는 원근법 공간·구조
페르낭 레제 기계적인 형태와 강한 조형감 도시·기계
로베르·소니아 들로네 색채와 원형 리듬으로 확장되는 큐비즘 빛·색·운동
알베르토 마넬리 강한 색면 속에서도 남아 있는 인물과 사물 색면·단순화

현장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온 알베르토 마넬리

제가 촬영한 작품 가운데 강렬한 빨간 수레가 등장하는 작품은 알베르토 마넬리의 1914년작 《수레 위의 노동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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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윤곽선으로 나뉜 빨강·파랑·초록·노랑의 면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완전히 추상화된 그림처럼 보이다가 자세히 보면 붉은 수레와 사람, 바퀴, 가로등이 하나씩 발견됩니다.

바로 이런 작품 때문에 이번 전시를 단순히 갈색과 회색으로 가득한 어려운 큐비즘 전시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전시 후반으로 갈수록 색은 점점 강해지고, 큐비즘은 각 작가에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형됩니다.

국내 최초 공개, 피카소의 대형 발레 무대막

또 하나 놓치기 아까운 작품은 피카소의 《메르퀴르 발레 무대 막》입니다. 회화 한 점의 크기를 넘어 공연과 무대예술로 확장된 피카소의 작업을 보여주는 대형 작품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 큐비즘이 캔버스 안에서만 머문 운동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회화에서 시작된 형태의 실험이 무대, 공연, 디자인과 시각문화 전체로 번져 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전시 후반의 KOREA FOCUS가 의외로 중요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마지막의 KOREA FOCUS였습니다.

서양 큐비즘을 충분히 보여준 뒤 한국 근대미술을 억지로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1920년대 이후 새로운 서구 미술 언어가 한국의 미술·사진·문학·음악·무용과 어떻게 만났는지를 자료와 작품을 통해 살펴봅니다.

한국 근현대 회화 21점을 비롯해 아카이브와 미디어 설치, 영상 작업이 함께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식 전시 작가 정보에는 KOREA FOCUS 참여 작가 11명이 별도로 표기됩니다.

왜 KOREA FOCUS까지 봐야 할까?

큐비즘을 유럽 안에서 끝난 하나의 미술 양식으로 이해하는 것과, 그 시각적 혁신이 다른 지역과 시대에서 어떻게 번역됐는지를 보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특히 한국 관람객에게는 서양미술사의 한 장면이 우리 근대미술의 변화와 연결되는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섹션의 의미가 큽니다.

제가 직접 본 전시장, 작품만큼 관람객의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오늘 촬영한 전시장 사진을 다시 보면 작품만큼이나 관람객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유명 작가 작품이 있는 구간에서는 작품 앞에 사람들이 길게 모여 있었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 앞에서는 훨씬 여유롭게 작품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한 가지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피카소 작품에만 시간을 몰아주지 말고,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작품 앞에서 잠시 멈춰보는 겁니다.

큐비즘의 중요한 점은 누가 가장 유명한가보다 하나의 발상이 여러 예술가에게 전달되면서 얼마나 다른 결과로 변하는가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촬영 시 유의하세요

전시장에서는 휴대전화로 플래시 없이 촬영할 수 있습니다. 전문 카메라, 플래시, 셀카봉, 짐벌 및 상업 목적 촬영은 제한됩니다. 작품별 별도 안내가 있을 경우 현장 표시를 우선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관람 전에 알아둘 THE CUBISTS 전시 정보

항목 내용
전시명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영문명 THE CUBISTS: Inventing Modern Vision
기간 2026년 6월 4일~2026년 10월 4일
장소 퐁피두센터 한화 1·2 전시실, 서울 영등포구 63로 50 63빌딩
성인 관람료 28,000원
화·목·금·일 10:00~18:00 / 입장마감 17:30
수·토 10:00~21:00 / 입장마감 20:30
휴관 매주 월요일

성인 28,000원, 조금 저렴하게 볼 수 있는 날도 있습니다

성인 개인 관람료는 28,000원입니다. 청소년과 시니어, 예술인패스 소지자는 할인 요금이 적용됩니다.

특히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로, 연령과 관계없이 14,000원에 관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온라인 예매가 아니라 당일 현장 발권 방식이라는 점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관람 일정 잡을 때 주의

온라인 개인 예매는 매월 15일 오전 10시에 다음 달 일정이 열립니다. 인기 시간대에는 현장 대기가 생길 수 있으므로 날짜가 정해졌다면 사전 예약이 편합니다.

오히려 수요일·토요일 야간 관람도 괜찮습니다

화요일·목요일·금요일·일요일은 오후 6시에 문을 닫지만 수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운영합니다.

작품 수가 적지 않고 KOREA FOCUS까지 제대로 보려면 서둘러 돌기보다 최소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를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작품 설명을 꼼꼼히 읽는다면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이 전시를 더 재미있게 보는 3가지 방법

1. 피카소보다 먼저 브라크와 세잔의 흔적을 찾기

큐비즘을 피카소 개인의 스타일로만 보면 작품 사이의 연결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초반부에서는 세잔이 공간을 다루는 방식과 브라크의 풍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먼저 살펴보세요. 이후 피카소 작품이 훨씬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2. 색이 언제 다시 강해지는지 관찰하기

분석적 큐비즘 구간의 제한된 색조를 지나 들로네, 레제, 마넬리 등의 작품으로 이동하면 전시장이 갑자기 달라 보입니다. 형태 해체라는 아이디어가 색채와 결합하면서 같은 큐비즘 안에서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납니다.

3. 마지막 KOREA FOCUS를 별개의 부록으로 보지 않기

서양의 미술 사조가 한국에 그대로 복사됐는지, 아니면 다른 시대와 사회 안에서 변형됐는지를 생각하면서 보면 전시가 한 단계 넓어집니다. 이 부분까지 보고 나면 THE CUBISTS라는 제목의 복수형 의미도 더 분명해집니다.

관련·도움되는 사이트 정보

퐁피두센터 한화 공식 전시 정보

전시 기간, 참여 작가, 주요 작품, 프로그램과 예매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THE CUBISTS 공식 전시 정보 확인

퐁피두센터 한화 관람 안내

운영시간, 관람료, 할인 대상, 사진 촬영 규정을 방문 전에 확인하기 좋습니다.

관람시간·요금 확인

프랑스 퐁피두센터 공식 전시 페이지

서울 전시가 파리 퐁피두센터 국제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소개되는지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Centre Pompidou 전시 정보 보기

결국 이 전시는 그림을 보는 방법에 관한 전시입니다

오늘 전시장을 나오면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특정 거장의 이름보다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도 하나의 규칙일 뿐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큐비스트들은 눈앞의 대상을 예쁘게 재현하는 대신 쪼개고, 돌려보고, 다시 붙였습니다. 100년도 더 지난 지금은 익숙한 현대미술의 언어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세계를 바라보는 규칙 자체를 바꾼 사건에 가까웠습니다.

퐁피두센터 한화가 첫 전시로 큐비즘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어 보입니다. 새로운 미술관의 시작을 과거의 명작 전시가 아니라 새로운 시각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묻는 전시로 열었다는 점입니다.

피카소를 좋아한다면 물론 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하지만 피카소를 잘 몰라도 괜찮습니다. 그림을 보며 왜 얼굴이 저렇게 생겼을까, 왜 공간을 굳이 부쉈을까라는 질문 하나만 가지고 들어가도 전시는 충분히 재미있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국 섹션까지 보고 나오면, 큐비즘이 오래된 유럽 미술사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과 답변

THE CUBISTS 전시는 언제까지 하나요?

2026년 10월 4일까지 진행됩니다.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성인 입장료는 얼마인가요?

일반 성인 개인 관람료는 28,000원입니다. 청소년·시니어·예술인패스 등은 할인 요금이 적용되며, 문화가 있는 날에는 현장 구매 기준 14,000원입니다.

전시장 사진 촬영이 가능한가요?

휴대전화로 플래시 없이 촬영할 수 있습니다. 전문 카메라, 플래시, 셀카봉, 짐벌과 상업 목적 촬영은 제한됩니다.

피카소 작품이 많이 나오나요?

피카소는 전시의 핵심 작가이지만 피카소 개인전은 아닙니다. 브라크, 후안 그리스, 레제, 들로네, 피카비아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을 통해 큐비즘이 확산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미술을 잘 몰라도 볼 만한가요?

오히려 큐비즘을 처음 접하는 관람객에게 전체 흐름을 이해하기 좋은 구성입니다. 작품을 처음부터 이해하려 하기보다 형태가 어떻게 변하고 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면서 보는 편이 훨씬 편합니다.

관람 시간은 어느 정도 잡아야 하나요?

개인차가 있지만 작품과 설명, KOREA FOCUS까지 차분히 본다면 약 1시간 30분~2시간 정도를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