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로컬, 용인과 상파울루가 함께 만든 마음·달·소리의 미술

한국과 브라질의 미술관이 함께 전시를 만든다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완성된 작품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기는 방법도 있지만, 처음부터 서로의 도시를 방문하고 질문을 나누며 새 작품을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와 상파울루 피나코테카 미술관의 이번 협업은 두 번째 방식에 가깝습니다.

11월 5일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문을 연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하늘의 잔물결을 따라―달, 메아리, 모기, 그리고 밈》은 두 기관의 공동 연구와 신작 제작을 바탕으로 합니다. 참여 작가는 김 크리스틴 선, 비아히츠, 제인 진 카이젠, 비비안 카쿠리 네 명입니다. 서로 다른 지역의 경험이 벽화와 영상, 몸에서 나온 소리로 이어진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작품이 도착하기 전에 사람과 질문이 먼저 오갔습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2024년부터 피나코테카 미술관과 협업해왔다고 설명합니다. 공식 개막 자료에 따르면 양 기관의 큐레이터와 작가들은 지난해 서로의 도시를 방문했습니다. 문화와 역사, 언어와 예술, 이주의 경험을 함께 살피고 사전 포럼을 통해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전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신작과 기존 작품을 함께 보여줍니다.

이런 제작 방식에서는 무엇을 공동의 질문으로 정하느냐가 중요해집니다. 멀리 떨어진 사람들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말이 통하지 않을 때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는지 같은 질문입니다. 관람객에게는 하나의 답을 확인하기보다 작가마다 연결을 다르게 풀어낸 방식을 비교할 기회가 생깁니다.

그 배경에는 백남준의 실험이 있습니다. 그는 예술과 기술을 통해 멀리 떨어진 장소와 사람을 잇는 가능성을 탐구했습니다. 이번 작가들은 그 문제를 오늘의 영상과 소리, 언어로 다시 생각합니다. 오래된 텔레비전의 모습만 닮게 만드는 대신, 지금 우리가 어떻게 만나고 소통하는지 묻는 것입니다.

마음이 덩어리가 된다면, 만남은 어떤 모양일까요

김 크리스틴 선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마음 땅 덩어리〉(2026)를 선보입니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두 개의 마음을 단단하고 검은 덩어리로 표현하고 서로 맞닿게 한 대형 벽화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어떤 크기와 무게로 느끼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합니다.

마음이 만난다고 하면 부드러운 대화를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덩어리가 닿는 모습에서는 가까워지는 힘과 서로 밀어내는 긴장을 함께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림을 볼 때는 검은 형태의 윤곽과 맞닿은 자리, 벽을 차지하는 크기를 나누어 살펴보세요. 실제 설명으로 확인한 형태에서 출발해 내 관계의 경험을 떠올려보는 감상 방법입니다.

상파울루 피나코테카 미술관에서는 이 작업에 호응하는 〈땅 마음〉(2026)을 선보입니다. 두 장소에서 다른 작업이 서로 응답하도록 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전시장을 하나만 보더라도 다른 도시에서 이어질 장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눈앞의 작품을 조금 더 넓은 관계 속에 놓아볼 수 있습니다.

달과 제주의 바다는 어떻게 마주 보게 될까요

제인 진 카이젠은 코펜하겐 룬데타른 천문대에서 촬영한 〈옛 달, 새 달〉과 제주 앞바다를 항공 영상으로 담은 〈해류〉를 마주 보게 배치합니다. 모두 2026년 작업입니다. 도시 이름만 보면 멀리 떨어진 장소이지만, 달과 바다의 흐름이라는 단서를 따라가면 서로 연결된 자연을 떠올리게 됩니다.

제인 진 카이젠의 옛 달 새 달과 해류가 설치된 백남준아트센터 전시장
제인 진 카이젠의 영상 설치, 2026.

이 작업에서는 영상 하나의 아름다움과 두 영상이 놓인 관계를 번갈아 보면 좋겠습니다. 한쪽을 보는 동안 다른 쪽은 내 뒤나 옆에 놓일 수 있습니다. 시선을 돌리는 동작 자체가 두 장소를 오가는 경험이 됩니다. 실제 화면과 공간의 조건에 맞춰 움직이며, 어디를 볼 때 어떤 장면을 놓치고 다시 만나게 되는지 느껴보세요.

연결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의 기능으로만 생각하면 이런 장면은 쉽게 지나칠 수 있습니다. 공식 소개는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달과 해류, 조수 같은 자연의 힘을 매개로 관계를 맺어왔다고 짚습니다. 새 기술만이 연결을 만든다는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 이미 우리를 이어온 조건을 돌아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몸속의 소리가 붉은 스피커를 통해 퍼집니다

비비안 카쿠리의 〈클렙시드라〉(2026)는 붉은 콘크리트 스피커와 덩굴처럼 이어지는 케이블로 구성됩니다. 공식 개막 자료는 여러 사람의 정맥에서 녹음한 소리를 전시장 전체로 확장하는 사운드 조각 설치라고 설명합니다. 몸 안의 작은 움직임이 다른 사람이 함께 머무는 공간의 소리가 되는 셈입니다.

붉은 콘크리트 스피커와 케이블로 구성된 비비안 카쿠리 클렙시드라 전시 전경
비비안 카쿠리, 〈클렙시드라〉, 2026.

사진에서는 붉은 색과 케이블의 형태가 먼저 보이지만 실제 감상에서는 소리도 중요합니다. 한 자리에 머물렀을 때와 위치를 바꾸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살펴보세요. 이것은 작품이 늘 같은 소리로 들린다고 단정하는 안내가 아니라 공간과 몸의 관계를 확인해보자는 제안입니다. 현장 안내를 따르며 기기와 케이블은 만지지 않고 감상합니다.

삼바와 언어에서도 연결의 흔적을 찾습니다

비아히츠는 모잠비크 출신 무용가이자 안무가 쑴베 무순자와 함께 〈삼바의 세 가지 기원: 뛰어오름, 목욕, 기도〉(2026)를 작업했습니다. 브라질의 대표적인 음악과 문화 표현인 삼바의 역사적 흔적과 어원을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익숙한 춤의 이름이 여러 지역과 사람의 이동을 돌아보는 통로가 됩니다.

또 다른 신작 〈언어는 백신이다〉(2026)는 언어가 현실을 바꾸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힘에 주목합니다. 제목은 의료 효과를 알리는 말이 아니라 작품의 문제의식을 담은 표현입니다. 말을 누가 만들고 누구에게 전달하는지,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생각하며 볼 수 있습니다.

네 작가를 하나의 국적이나 유행으로 묶기보다 연결에 쓰는 재료를 비교해보세요. 누구는 검은 형태를 맞대고, 누구는 영상을 마주 놓고, 누구는 신체의 소리를 퍼뜨립니다. 춤과 언어를 추적하는 방식까지 더하면 같은 질문이 서로 다른 감각으로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공동 창작의 재미는 이런 차이에서 드러납니다.

  • 형태: 두 마음은 어디에서 닿고, 어느 방향으로 뻗어 있나요?
  • 영상: 두 화면 사이에서 내 시선과 몸은 어떻게 움직이나요?
  • 소리: 눈으로 본 물체와 귀로 듣는 경험은 어떻게 이어지나요?

궁금한 점

백남준 작품만 모은 회고전인가요?

용인 전시는 네 작가의 신작과 기존 작업을 함께 소개합니다. 백남준의 연결과 소통에 관한 실험을 오늘의 작가들이 다시 생각하는 협업으로 보면 좋습니다.

한국과 브라질 전시는 같은 구성인가요?

부제와 구성이 다릅니다. 용인은 「달, 메아리, 모기, 그리고 밈」, 11월 28일 개막 예정인 상파울루 전시는 「백남준과의 대화」로 소개되며 신작과 백남준 작품의 대화를 구성할 예정입니다.

한국에서는 언제까지 볼 수 있나요?

백남준아트센터 제2전시실에서 2027년 3월 28일까지 열립니다. 연계 토크·수어 통역 해설·워크숍은 개별 일정과 운영 조건을 공식 안내에서 확인하세요.

두 미술관의 협업은 멀리 있는 작품을 가까이 가져오는 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서로 다른 장소의 경험을 나누고, 그 차이를 재료 삼아 새 작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합니다. 관람할 때는 마음에 남은 작품 하나를 골라, 무엇과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했는지 한 문장으로 적어보세요. 거창한 미술 용어 없이도 이번 실험을 내 말로 이어볼 수 있습니다.

백남준아트센터 공식 전시 보기 →

자료: 백남준아트센터 · 현대자동차그룹 공식 개막 자료. 대표(김 크리스틴 선)·본문(제인 진 카이젠, 비비안 카쿠리) 전시 사진: 홍철기,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원본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