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전시, 해주항아리와 탈에서 만나는 북녘의 생활미술

식사를 나르던 작은 상과 음식을 담던 항아리에도 만든 사람의 취향과 쓰던 사람의 생활이 남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은 이런 물건에서 감상을 시작할 수 있는 전시입니다. 거창한 상징을 먼저 찾기보다 나무의 무늬와 그릇의 그림, 탈의 표정을 살펴보면 북녘의 지역 문화가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전시는 서울 국립민속박물관 본관 기획전시실Ⅰ에서 2027년 2월 14일까지 열립니다. 2026년 8월 12일 개막했으며, 공식 안내는 북한 지역의 삶과 문화에 관한 민속자료 316건 346점을 소개한다고 설명합니다. 오늘의 북한 생활 전체를 보여주는 전시라기보다, 여러 시대의 자료를 통해 북부 지역의 생활문화와 미감을 살펴보는 자리로 이해하면 좋습니다.

한 지역의 물건을 모두 같은 모습으로 묶지 않습니다

첫 부분 「각자의 기억」은 황해도·개성·평안도·함경도의 자료를 살펴봅니다. 같은 북부 지역이라도 자연환경과 생활의 배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시는 평야와 바다를 낀 황해도의 생활, 옛 도읍이자 상업도시였던 개성의 모습, 평양의 도시문화와 신앙, 함경도 여러 지역의 기억을 함께 놓습니다.

지도에서 지역 이름을 확인한 뒤에는 그 이름이 붙은 물건 하나를 골라보세요. 어느 재료로 만들었고 어떤 부분을 튼튼하게 했는지, 장식은 어디에 모였는지를 살펴봅니다. 한 점의 물건이 그 지역 전체를 대표한다고 단정하지 않고, 지역의 특징을 알아가는 단서로 삼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박천 반닫이에서는 앞면의 금속 장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볼 수 있습니다. 공식 소개는 검은 무쇠판을 촘촘히 뚫은 장석(가구에 붙이는 금속 장식)이 특징이라고 설명합니다. 나무 면과 금속 면이 만나는 자리, 작은 구멍이 모여 만드는 무늬를 살펴보세요. 수납이라는 쓰임과 표면의 꾸밈이 함께 드러납니다.

해주항아리에서는 모양과 그림을 따로 살펴보세요

전시 공간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 가운데 하나는 항아리를 모아 놓은 수장타워입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개방형 수장고의 방식을 전시장 구성에 적용했다고 설명합니다. 물건을 한 점씩 보는 경험과 여러 점을 한눈에 비교하는 경험이 이어지도록 만든 것입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로 전시의 해주항아리 수장타워
해주항아리를 모은 수장타워.

해주항아리는 20세기 초 황해도 해주에서 제작된 백자 항아리로 소개됩니다. 공식 설명은 일반 옹기와 달리 실내에 놓아 사용하면서 장식품의 역할도 했다고 짚습니다. 같은 항아리라도 입구와 어깨의 모양, 몸통이 부푸는 정도를 비교하면 각각의 인상이 달라집니다.

이어 그림을 보세요. 공식 보도자료는 모란과 물고기, 국화처럼 여러 무늬를 소개합니다. 꽃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지, 줄기와 잎 사이에 빈 곳을 남기는지, 푸른 그림이 흰 바탕과 어떤 대비를 이루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정교하게 같은 그림을 반복했는지보다 물건마다 다른 붓의 움직임을 찾는 감상도 가능합니다.

여러 점을 나란히 볼 때는 가장 큰 항아리만 보지 말고, 비슷한 모양 두 점을 골라보세요. 같은 소재를 그렸어도 그림을 놓은 높이와 크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비교 기준을 하나만 정하면 많은 유물이 한꺼번에 보여도 부담이 줄어듭니다. 진열장과 전시물에는 손대지 않고 눈으로 차이를 찾아봅니다.

해주반의 다리와 탈의 표정, 생활과 놀이의 다른 감각

두 번째 부분 「마주한 서로」에는 살림과 배움, 음식과 놀이에 연결된 물건이 등장합니다. 해주반에서는 판 형태의 다리에 무늬를 도려낸 투조를 눈여겨볼 수 있습니다. 나무가 남은 부분만 보다가 비어 있는 부분을 함께 보면, 가벼움과 장식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탈은 다른 방법으로 보세요. 봉산탈과 강령탈, 해주탈, 북청사자놀음탈 등은 공동체의 놀이와 공연에 연결된 자료입니다. 먼저 눈과 입의 크기, 얼굴의 굴곡과 색을 비교해보면 좋습니다. 오늘의 캐릭터처럼 귀엽거나 무섭다는 첫인상에서 출발해도 되지만, 실제 역할과 쓰임은 설명을 읽어 확인해야 합니다.

전시 안내에 소개된 봉산탈춤 사자탈은 2017년 자료입니다. 오래된 전통을 다루는 전시라고 해서 모든 물건이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제작 연도와 전승의 역사는 서로 다른 정보입니다. 전시된 탈의 모양과 함께 언제 만들어졌고 어떤 공연 문화와 관계되는지를 살펴보세요.

금강산은 그림과 엽서에서 다르게 남습니다

세 번째 부분 「하나의 추억」은 금강산을 둘러싼 기록과 이미지를 살펴봅니다. 유람기와 기행문, 지도와 병풍, 화첩과 사진엽서가 같은 장소를 저마다 다르게 전합니다. 글은 여행의 순서와 감정을 설명하고, 그림은 여러 풍경을 선택해 구성하며, 사진과 엽서는 한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제로 전시에서 그림과 기록 자료를 볼 수 있는 실제 전시 공간
그림과 기록이 만나는 전시 공간.

공식 주요 자료에는 릴리안 밀러의 1928년 〈금강산도〉와 엘리자베스 키스의 1921년 〈원산〉도 소개됩니다. 서로 다른 시선이 북부 지역의 풍경과 생활을 어떻게 선택했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림 한 장을 당시 지역의 모든 사람과 생활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사진처럼 받아들이지는 않는 편이 좋습니다.

풍경 그림에서는 크게 그린 것과 작게 그린 것을 먼저 비교해보세요. 바위와 나무, 길과 사람 가운데 무엇이 중심이 되는지 살피는 것입니다. 같은 장소의 이미지가 여러 점 보이면 산봉우리의 모양을 맞히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자를 어느 자리에서 바라보게 하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많은 유물 사이에서는 세 가지 기준만 골라도 충분합니다

이 전시는 수백 점의 자료를 소개하지만 모든 설명을 같은 속도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좋아하는 재료 하나를 정해 시작해보세요. 나무 가구에서 출발해도 되고, 푸른 무늬가 있는 도자기나 표정이 인상적인 탈에서 시작해도 됩니다. 마음에 남은 물건의 이름과 지역을 함께 적어두면 다시 찾기 쉽습니다.

  • 쓰임: 무엇을 담거나 옮기고, 어떤 자리에서 사용했을까요?
  • 꾸밈: 무늬를 그리거나 뚫어 장식한 자리는 어디인가요?
  • 기록: 제작 시기와 수집·전시 시기를 구분할 수 있나요?

가족과 함께 본다면 같은 물건에서 각자 가장 먼저 본 부분을 이야기해보세요. 누군가는 항아리의 몸통을, 누군가는 작은 물고기 무늬를 먼저 보았을 수 있습니다. 느낀 점을 나눈 뒤 설명을 다시 읽으면 감상과 자료의 정보를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첫인상을 정답과 오답으로 나누지 않아도 됩니다.

11월에는 16시 입장 마감을 기억하세요

국립민속박물관 본관의 11월~2월 관람 시간은 09:00~17:00이며, 입장은 종료 1시간 전까지입니다. 11월 나들이라면 16시 입장 마감을 기준으로 일정을 잡는 편이 좋습니다. 이 기간에는 수요일 야간 연장 개관도 운영하지 않습니다. 관람료는 무료이고 일반 관람은 사전예약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장소는 서울 종로구 삼청로 37의 본관입니다. 파주관과 혼동하지 마세요. 본관 상설전시관1은 12월 21일까지 휴관 예정이라는 별도 공지가 있지만, 이번 전시가 열리는 기획전시실Ⅰ과는 구분됩니다. 다른 전시까지 함께 볼 계획이라면 방문 당일 열리는 공간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궁금한 점

현재 북한의 생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나요?

여러 시대의 민속자료를 통해 북부 지역의 생활문화와 미감을 살피는 전시입니다. 자료마다 제작 연도와 지역이 다르므로 오늘의 생활 전체를 대신한다고 보지 않는 편이 정확합니다.

예약이나 경복궁 입장권이 필요한가요?

박물관 일반 관람은 사전예약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경복궁 관람은 별도의 유료 관람으로 안내되어 있으니 함께 방문할 때 구분하세요.

언제까지 관람할 수 있나요?

2027년 2월 14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본관 기획전시실Ⅰ에서 열립니다. 설 당일 등 휴관일과 변경 공지는 공식 관람 안내에서 확인하세요.

항아리와 상, 탈과 풍경 그림은 서로 다른 물건이지만 모두 사람이 무엇을 쓰고 바라보며 즐겼는지 보여줍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익숙한 모양 속의 낯선 차이 하나를 찾아보세요. 작은 무늬나 다리의 구조를 오래 보는 일이 생활 속 미술을 발견하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로 전시 보기 →

자료·사진: 국립민속박물관 공식 전시 안내·보도자료·전시 사진 원본(대표 탈 전시 공간, 본문 항아리·기록 전시 공간). 관람 조건: 본관 관람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