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건물이 스크린으로, 광화문 빛 예술에 새 작가를 부른다

퇴근길에 늘 지나던 건물에 물결이 흐른다면 어떨까요. 창문과 기둥은 그대로인데, 빛의 움직임에 따라 익숙한 거리가 낯선 풍경으로 바뀝니다. 미술관 문을 열지 않아도 작품을 만나는 순간입니다.

광화문의 건물 외벽을 새로운 작품으로 채울 공모가 시작됐습니다. 서울시는 ‘2026 서울라이트 광화문’에서 선보일 미디어파사드(건물 겉면에 영상과 빛을 펼치는 표현) 작품을 11월 16일 오후 6시까지 모집합니다. 올해 주제는 ‘윤슬 : 시간의 수면’입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와 상상의 시간이 겹치는 광화문과 서울을 바라봅니다.

이번 소식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큰 화면의 크기보다 도시의 평범한 길이 창작자의 무대가 되는 방식입니다. 보는 사람에게는 산책길의 발견이고, 만드는 사람에게는 실내 전시장과 다른 조건을 풀어야 하는 도전입니다.

서울라이트 광화문 · 아뜰리에 광화

서울라이트 광화문은 광화문 일대에서 빛과 영상을 선보이는 행사입니다. 이번 공모 작품을 상영할 ‘아뜰리에 광화’는 세종문화회관 외벽을 활용하는 미디어아트 공간입니다. 광화문 건물 자체와 세종문화회관 외벽은 서로 다른 장소이므로 구분해서 보면 좋습니다.

미디어파사드

‘파사드’는 건물의 바깥면을 뜻합니다. 그 면을 영상과 빛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미디어파사드입니다. 이 글에서는 건물과 영상이 함께 만드는 장면에 주목합니다.

휴대전화 화면과는 무엇이 다를까요

손바닥 안의 영상은 화면을 끄면 사라집니다. 건물에 펼쳐지는 영상은 주위 풍경까지 감상에 들어옵니다. 같은 물결이라도 반듯한 벽에 비출 때와 기둥 사이를 가로지를 때의 느낌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작품을 볼 때는 영상 속 대상만 따라가기보다 빛이 건물의 모양과 어떻게 만나는지 살펴보면 흥미롭습니다. 기둥을 길게 늘여 보이게 하는지, 벽을 깊은 공간처럼 느끼게 하는지, 잠시 원래 건물의 모습을 드러내는지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화면의 물결이 건물 전체를 덮다가 한쪽에서 멈춘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때 작품의 일부처럼 보이는 것이 영상인지, 실제 벽의 그림자인지 구별해 보는 것도 재미입니다. 이는 특정 출품작의 내용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건물과 빛을 함께 감상하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실제 외벽에서는 이렇게 보입니다

아래는 미디어아트서울 공식 계정이 공개한 2026 아뜰리에 광화 《물드는 빛》 현장 기록입니다. 한승구·홍나겸 작가가 참여한 전시로, 공식 안내에는 세종문화회관 외벽에서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매일 오후 7시~11시에 상영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번 겨울 공모 선정작과는 별개의 전시입니다.

출처: 미디어아트서울(@mediaartseoul) · 《물드는 빛》 공식 현장 영상 보기 ↗

현장 기록을 볼 때는 가까이 잡은 화면과 건물 전체가 보이는 장면을 비교해 보세요. 영상만 볼 때 놓치기 쉬운 작품의 규모와 주변 공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윤슬’은 화려한 효과 말고도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잔물결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풍경이지만, 작품으로 옮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반짝임이 생겼다 사라지는 모습에서 오래된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속도의 물결로 오늘의 분주한 도시를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아트코포스트가 주제에서 읽어본 가능성입니다. 실제 출품작이나 심사 결과를 뜻하지 않습니다.

관람할 때도 ‘무슨 뜻인지 맞혀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 눈에 가장 오래 남은 색이나 움직임 한 가지를 고른 뒤, 왜 그 장면이 좋았는지 생각해 보세요. 함께 간 사람과 같은 장면을 다르게 기억하는지도 이야기해 볼 만합니다.

작가에게는 큰 화면보다 ‘장소에 맞는 생각’이 중요해집니다

실내에서 끝까지 집중해서 보는 영상과,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서 마주치는 영상은 감상의 조건이 다릅니다. 건물 앞에 선 사람도 있고, 걸어가다가 몇 초만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창작자는 이런 서로 다른 시선을 상상하며 작품을 구성해야 합니다.

출품을 고민한다면 멋진 장면을 늘어놓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볼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은 왜 이 건물에 있어야 할까’, ‘멀리서도 중심이 보일까’, ‘중간부터 보더라도 눈길을 붙잡을까’ 같은 질문입니다. 아래 표는 현재 공개된 공모 정보의 핵심입니다.

항목 공식 공모 안내
접수 2026.10.14.~11.16. 18:00
참여 대상 대한민국 국적 누구나
선정 규모 6명 또는 팀
1차 심사 발표 2026.11.23. 예정
상영 공간 아뜰리에 광화 · 세종문화회관 외벽

공고에는 선정 작품을 행사 기간에 상영하고, 이후 2029년 말까지 서울시 공공 미디어아트 전시 공간에 전시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출품자는 제작 가이드와 제출 서류, 작품 활용 조건을 원문에서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서울라이트 광화문 공식 공모 보기 →

방문 일정과 공모 일정은 다릅니다

10월 14일~11월 16일은 작품 접수 기간입니다. 이 날짜를 겨울 축제 관람 기간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 글에서 확인한 공모 페이지에는 겨울 행사 전체의 확정 운영 일정이 제시돼 있지 않습니다. 방문 전 공식 채널의 최신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

다음에 광화문을 걸을 때는 벽도 한 번 보세요

이런 빛 예술의 매력은 익숙한 장소를 다시 보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평소에는 건물의 이름이나 입구만 기억했다면, 이번에는 벽의 간격과 기둥의 높이, 빛이 닿는 면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공모가 어떤 작품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 확인할 수 있는 변화는 분명합니다. 건물 외벽이 새로운 작가의 작업을 기다리는 전시 공간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음 산책에서는 짧은 영상 한 편이 도시를 어떻게 다르게 보이게 하는지 잠시 멈춰 감상해 보세요.

궁금한 점

지금 가면 공모 작품을 볼 수 있나요?

아직 접수 단계이므로 이번 공모의 선정작을 볼 수 있는 시점은 아닙니다. 본문에 소개한 《물드는 빛》은 현재 별도로 운영 중인 전시입니다.

미디어아트를 처음 보는데 무엇부터 보면 좋을까요?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하나를 고른 뒤, 그 빛이 건물의 기둥이나 벽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살펴보세요. 정답을 찾기보다 자신에게 남는 인상을 이야기하면 됩니다.

공모에 관심이 있으면 어디서 준비하나요?

위 공식 공모 버튼에서 공고문과 제출 서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상 제작 가이드 링크도 제공되니 작업 전에 규격과 조건을 확인해 주세요.

자료 확인: 2026년 10월 20일 기준. 서울시 공식 공모 안내, 미디어아트서울 공식 현장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상 방법과 창작에 관한 해석은 아트코포스트의 편집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