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을 빻는 일이 작품이 된다, 돌봄의 디자인이 발견한 손길

미술 작품 앞에서 콩을 빻고, 바닥을 문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집안일처럼 보이는 이 움직임이 작품의 한 과정이 됩니다. 문화역서울284가 공개한 10월 18일 현장 사진에는 관객들이 작가와 함께 한지 바닥을 돌보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기획전시 《돌봄의 디자인》에서 진행한 이병엽·차진엽의 〈평평〉 관객 참여 프로그램입니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익숙한 질문을 조금 바꿉니다. ‘무엇을 새로 만들었을까’에서 ‘이미 있는 것을 누가, 어떻게 계속 쓰게 할까’로 시선을 옮기는 것입니다.

돌봄의 디자인 · 문화역서울284

옛 서울역사를 복원한 문화공간에서 열리는 기획전시입니다. 보수·수선·점검·청소처럼 공간을 유지하는 행위에 주목합니다. 2026년 9월 17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어집니다.

콩을 빻아 한지 바닥을 돌봅니다

〈평평〉에 등장하는 ‘콩댐’은 불린 콩을 갈아 기름과 섞고 장판에 바르는 전통 수선 방식입니다. 낯선 이름이지만 핵심은 단순합니다. 바닥을 새로 버리고 바꾸기보다, 손으로 가꾸며 계속 쓰는 일입니다.

전시 공식 설명에 따르면 〈평평〉은 작가의 이전 전시에서 참여자들이 함께 가꾼 콩댐 한지장판을 재구성한 작업입니다. 이번 관객 참여 프로그램에서는 콩을 빻는 일에서 출발해 한지 바닥을 돌보고, 그 위에서 몸을 움직이며 바닥과 몸의 관계를 느껴 보았습니다.

그저 완성된 장판만 본다면 지나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재료를 준비하고 손을 반복해서 움직이는 과정을 보게 되면, 매끈한 표면 뒤에 얼마나 많은 수고가 있는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작품은 물건 하나를 보여주는 데서 사람의 행동과 시간으로 넓어집니다.

〈평평〉 · 콩댐 · 프랙티스

〈평평〉은 이병엽과 차진엽의 작업입니다. 콩댐은 콩과 기름으로 한지 장판을 가꾸는 수선 방식이며, 프로그램 이름의 프랙티스는 몸으로 직접 해보는 실천을 뜻합니다. 재료를 다루는 손과 바닥을 딛는 몸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10월 18일 실제 참여 현장

아래 공식 게시물은 《돌봄의 디자인》에서 진행한 〈평평〉의 관객 참여 현장을 담았습니다. 사진을 넘겨 보며 참여자의 손, 바닥의 재료,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살펴보세요.

〈평평〉 관객 참여 현장, 2026년 10월 18일. 출처: 문화역서울284 공식 인스타그램 · 현장 사진 원본 보기 ↗

멋진 공간에는 ‘그다음’이 있습니다

새로 문을 연 도서관이나 공원을 떠올려 보세요. 처음에는 건물의 모양이나 가구의 색이 눈에 들어옵니다. 시간이 지나도 편안한 장소로 남으려면 다른 일이 이어져야 합니다. 닳은 곳을 고치고, 바닥을 닦고, 고장 난 부분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이 전시가 다루는 공공디자인은 이런 ‘그다음’까지 포함합니다. 공공디자인은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장소와 시설, 서비스를 더 편하게 만드는 디자인입니다. 완성 사진에 잘 드러나지 않는 관리와 노동도 우리가 공간을 경험하는 데 영향을 줍니다.

이 관점으로 보면 디자인을 보는 기준도 늘어납니다. 눈에 보기 좋은가에 더해 오래 쓰기 편한가, 고치기 쉬운가, 누가 계속 돌보고 있는가를 묻게 됩니다. 새것의 매력을 즐기는 일과 오래 쓰는 가치를 알아보는 일은 일상 안에서 함께할 수 있습니다.

공공디자인

공원, 거리, 공공건물, 안내 체계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환경을 다루는 디자인입니다. 이 기사에서는 시설을 만드는 순간뿐 아니라, 사람들이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과정에 주목합니다.

오래된 역을 고치는 손길도 기록이 됩니다

전시에서는 배윤호 감독의 다큐멘터리(실제 인물과 사건을 기록한 영화) 〈서울역〉도 상영합니다. 옛 서울역사가 문화공간으로 복원되는 과정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지금 우리가 들어서는 공간에 그 공간을 되살린 사람들의 시간이 겹쳐지는 셈입니다.

건물을 볼 때는 대개 외관이나 내부 구조를 기억합니다. 복원 과정을 함께 보면 질문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고쳤을까요. 오래된 장소가 오늘의 공간이 되려면 어떤 손길이 필요했을까요. 건축을 한 장의 사진보다 긴 이야기로 바라보게 하는 방법입니다.

〈평평〉과 〈서울역〉은 재료와 표현 방식이 다릅니다. 하나는 몸으로 바닥을 돌보는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공간의 변화를 담는 영상입니다. 두 작업을 함께 생각하면 ‘돌봄’이 추상적인 구호보다 구체적인 행동에 가깝다는 점이 보입니다.

배윤호 · 〈서울역〉

배윤호 감독이 옛 서울역사의 복원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전시가 열리는 건물이 오늘의 공간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세 가지 장면

전시의 생각을 일상으로 가져온다면, 특별한 도구보다 관찰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작품의 정해진 해석이 아니라 이 주제를 생각해 보기 위한 생활 속 예입니다.

  • 고친 자국: 새로 칠한 벤치나 수선한 옷의 흔적을 보고, 왜 버리지 않고 고쳤는지 생각해 봅니다.
  • 잘 작동하는 장소: 편하게 쓰는 공간에서 청소와 점검, 안내를 맡는 사람들의 역할을 찾아봅니다.
  • 다음 사용자를 위한 행동: 함께 쓰는 도구를 제자리에 두거나 사용한 자리를 정리하는 일도 공간의 경험을 이어 줍니다.

이 작은 행동을 모두 예술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예술이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일의 가치를 드러낼 수는 있습니다. 무엇이 작품이 되는가와 함께, 어떤 수고를 우리가 보지 못했는가도 물어볼 수 있습니다.

직접 만나보고 싶다면

《돌봄의 디자인》은 11월 1일까지 문화역서울284 1·2층에서 무료로 열립니다. 기본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이며, 월요일은 쉽니다. 수요일에는 오후 7시까지 연장 운영합니다. 입장은 종료 30분 전에 마감합니다.

참여 프로그램은 예약 상태를 확인하세요

10월 18일 현장 리뷰 게시물은 다음 〈평평〉 프로그램을 10월 25일 오후 1시·4시로 안내하면서, 모집 인원이 모두 차 예약이 마감됐다고 알렸습니다. 취소로 자리가 생길 수 있으므로 참여를 원한다면 공식 안내의 예약 링크에서 현재 상태를 확인해 주세요. 전시 관람과 프로그램 참여는 별도로 계획하면 좋겠습니다.

돌봄의 디자인 공식 안내 확인 ↗

궁금한 점

콩을 빻는 일이 왜 작품에 들어가나요?

〈평평〉은 한지 바닥을 가꾸는 재료와 행동을 함께 다룹니다. 관객은 완성된 표면뿐 아니라 그것을 유지하는 손길과 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돌봄’은 사람을 보살피는 일만 뜻하나요?

이 전시에서는 사물과 공간을 관리하고 고쳐 쓰는 일까지 살펴봅니다.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공간을 쓰도록 하는 수고가 중심에 있습니다.

체험 예약이 끝나면 전시도 못 보나요?

공식 현장 리뷰는 작품이 전시 공간에 놓여 있고 프로그램 진행 모습도 볼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의 예약과 일반 전시 관람은 구분해 확인하세요.

자주 쓰는 물건을 오래 지켜 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단단한 재료일 수도 있고, 망가지기 전에 손본 누군가일 수도 있습니다. 《돌봄의 디자인》은 익숙한 물건과 공간에서 그 사람의 손을 다시 찾아보게 합니다.

자료 확인: 2026년 10월 21일. 문화역서울284 공식 전시 안내와 10월 18일 〈평평〉 현장 리뷰를 참고했습니다. 관람 및 프로그램 운영은 주최 측 공지를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