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알아듣는 조각, 숨에 반응하는 예술…AI를 만나는 새 방식

AI에게 질문을 입력하고 답을 받는 일은 이제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 화면 속 글자 대신, 눈앞의 조각이 목소리를 알아듣고 대답한다면 느낌이 달라질까요? 내 숨에 맞춰 전시 공간이 변한다면 어떨까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ACT 페스티벌 2026 《아이, 휴먼: 테크네세에 응답하기》가 이런 만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0월 23일 시작하는 이번 행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기술의 성능만이 아닙니다. 작가들은 대화와 호흡, 어긋난 움직임을 작품의 재료로 삼습니다. AI로 무엇을 더 빨리 만들 수 있는지에서 한 걸음 나아가, 사람이 기술을 어떻게 대하고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되묻는 시도입니다.

ACT 페스티벌 · 테크네세

ACT 페스티벌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예술과 기술의 관계를 다루는 행사입니다. 올해 주제에 쓰인 ‘테크네세’는 기술이 우리의 감각과 판단, 관계를 바꾸는 시대를 가리키려고 행사에서 제안한 말입니다. 널리 확정된 시대 구분이라기보다 이번 기획을 이해하는 열쇠로 보면 좋겠습니다.

대답하는 조각 앞에서 달라지는 질문

노진아의 신작 〈네르바 아티피시아〉는 음성 인식과 AI 대화 시스템을 결합한 조각입니다. 공식 작품 설명에 따르면 관객의 말을 알아듣고 대답하며, 시선과 표정도 조금씩 움직입니다. 반투명한 표면 아래로 기계 구조가 보이고 몸 밖으로 선이 뻗어 있어, 사람을 닮았으면서도 기계라는 사실을 감추지 않습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답을 얼마나 정확히 했을까?’만은 아닙니다. 같은 말도 얼굴과 목소리를 가진 형상에게 들으면 더 다정하거나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작품은 그런 기대가 어디에서 생기는지 살펴볼 계기를 만듭니다. 사람이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기계가 실제로 같은 감정을 지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공식 안내는 이 작품을 백남준의 〈로봇 K-456〉과 함께 놓는다고 설명합니다. 오래된 로봇과 오늘의 대화형 조각을 나란히 보는 구성은, 더 똑똑한 기계가 등장한 역사와 더불어 사람이 기계에게 바라온 모습도 돌아보게 합니다.

노진아 · 백남준

노진아는 조각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관객과 대화하는 로봇 작품을 만들어 온 작가입니다. 백남준은 텔레비전과 비디오, 로봇을 예술의 재료로 넓힌 작가입니다. 이번에는 서로 다른 시기의 작업을 통해 사람과 기계의 관계를 함께 살펴봅니다.

공식 영상에 담긴 작품의 실제 모습

ACC가 개막을 앞두고 공개한 공식 예고 영상입니다. 작품의 형상과 움직임을 미리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개막 전 자료이므로 일반 관람이 시작된 뒤의 관람객 현장 기록과는 구분해 보세요.

ACT 페스티벌 2026 공식 예고 영상. 출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식 인스타그램 · 원본 영상 보기 ↗

클릭 대신 숨으로 움직이는 작품

정혜련의 신작 〈슈냐타로부터〉에서는 관람객의 호흡이 작품을 바꾸는 계기가 됩니다. 공식 설명은 센서가 날숨의 이산화탄소 변화를 감지하면 화면 속 세계가 사라지고, 빛과 연기, 로봇 팔의 움직임으로 이어진다고 안내합니다. 로봇 팔은 호흡의 파형(변화를 선으로 나타낸 모양)을 바탕으로 모래판에 기호를 그립니다.

사람의 몸이 단순히 작품 앞에 서 있는 것을 넘어, 작품이 움직이는 조건의 일부가 되는 셈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바로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익숙한 사용법과 달리, 숨을 불어넣은 뒤 변화를 기다리는 시간이 생깁니다. 기술을 명령의 대상으로만 대하던 습관을 잠시 바꾸어 볼 수 있겠습니다.

정혜련 · 피지컬 AI

정혜련은 빛과 선, 움직임으로 공간과 사람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가입니다. 피지컬 AI는 화면 안의 답변에 머무르지 않고 센서와 기계의 몸을 통해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인공지능을 가리킵니다. 이 작품에서는 호흡을 감지하는 장치와 로봇 팔이 연결됩니다.

손으로 그린 선과 AI가 함께 만드는 움직임

심래정의 〈.603〉은 손으로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AI 애니메이션을 만든 작업입니다. 작가는 오류 코드와 인간의 유전자가 만나 ‘래’라는 존재가 태어났다는 가상의 설정을 세웠습니다. 실제 생명공학 실험에 관한 설명은 아닙니다. 관객은 벽의 작은 구멍으로 안쪽의 흑백 영상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 작업에서는 손으로 남긴 선과 AI가 더한 움직임을 함께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과물을 보고 곧바로 ‘사람이 만들었을까, AI가 만들었을까?’라고 둘 중 하나를 고르기보다, 작가가 어떤 선을 그리고 어떤 장면을 보여주려 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기술이 들어간 작품도 창작자의 선택과 이야기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심래정 · 글리치

심래정은 손으로 그린 흑백 애니메이션과 영상 설치를 중심으로 작업하는 작가입니다. 글리치는 기계나 디지털 화면에서 생기는 어긋남과 오류를 뜻합니다. 이번 기획은 이런 틈을 곧바로 없애기보다, 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잘 작동하는가’에서 ‘어떤 관계인가’로

대화형 조각, 호흡에 반응하는 공간, 손그림과 AI를 잇는 영상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술을 사용합니다. 이 사례들에서 읽을 수 있는 변화는 AI가 완성된 이미지를 뽑아내는 도구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목소리를 주고받고, 몸의 신호를 감지하고, 기다리는 시간까지 작품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렇다고 작품의 반응을 곧바로 기술의 능력이나 의식에 대한 증거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어떤 반응이 관찰되는지 보고, 그 반응에 내가 어떤 뜻을 붙이는지 나눠 생각해 보세요. ‘내 말을 이해했나?’와 함께 ‘나는 왜 이해받았다고 느꼈나?’를 묻는 순간, 익숙한 AI 사용 경험도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직접 만나려면

전시는 2026년 10월 23일부터 11월 8일까지 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3·4관에서 열리며 무료입니다. 화·목·금·일요일은 오전 10시~오후 6시, 수·토요일은 오후 8시까지 운영하고 월요일은 휴관합니다. 10월 22일 현재는 개막 전입니다.

행사에는 가상·증강현실을 아우르는 XR 작품도 포함됩니다. 이 작품들은 별도 사전 신청이 필요하며, 현장 참여는 남은 체험 자리가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무료 전시라는 안내가 모든 체험의 즉시 입장을 뜻하지는 않으므로, 작품별 조건과 현재 예약 상황은 공식 페이지에서 확인해 주세요.

작품 설명·참여 조건 공식 확인 ↗

궁금한 점

AI가 스스로 만든 작품만 나오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작가가 조각과 대화 시스템, 센서, 로봇 팔, 손그림 등을 각자의 표현 방식에 맞춰 결합한 작업들입니다.

로봇이 대답하면 실제 감정이 있다는 뜻인가요?

대화와 표정의 반응은 작품의 표현 방식입니다. 그것만으로 기계가 사람과 같은 감정을 경험한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전문 지식이 없어도 볼 수 있을까요?

먼저 작품이 내 말이나 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세요. 그다음 내가 느낀 친근함과 낯섦을 떠올리면 이야기를 시작하기 좋겠습니다.

예약 없이 모든 작품을 체험할 수 있나요?

XR 작품은 사전 신청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현장 참여는 잔여 자리가 있을 때로 제한되며, 현재 빈자리가 있다고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자료 확인: 2026년 10월 22일. ACT 페스티벌 공식 소개, 참여작가·작품 및 예약 안내, ACC 공식 예고 영상을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