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는 순간 작품이 된다, 아트북이 보여주는 창작의 선택

책을 고를 때 유난히 표지를 오래 만져 보거나, 펼쳤을 때의 색감에 마음이 간 적 있나요. 내용을 읽기 전부터 손과 눈이 반응하는 순간입니다. 종이의 두께, 글자의 자리, 페이지가 묶인 방식도 그 느낌을 만듭니다.

책의 이런 모습 자체를 예술로 바라보는 시도가 서울아트책보고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10월 7일 시작한 《아트북그라피: 예술과 출판이 교차하는 지형》은 책을 다루는 다섯 팀의 작업을 통해 아트북의 여러 모습을 보여줍니다. 새 소식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책의 내용에 더해 만드는 방법과 독자에게 전해지는 과정까지 창작으로 다룬다는 점입니다.

아트북 · 서울아트책보고

아트북은 예술 분야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책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전시도록과 작품집, 예술가가 독특한 형태로 만든 책, 팝업북, 독립출판물 등이 포함됩니다. 서울아트책보고는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지하 1층에 있는 아트북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제본 · 타이포그래피

제본은 종이 여러 장을 한 권으로 묶는 방법입니다. 타이포그래피는 글자의 모양과 크기, 배치 등을 다루는 디자인입니다. 책에서는 무엇을 담느냐뿐 아니라 어떻게 읽고 펼치게 하느냐에도 영향을 줍니다.

작은 만듦새가 감상을 바꿉니다

같은 사진이라도 한 장을 크게 펼쳐 놓을 때와 작은 사진 여러 장을 이어 볼 때의 인상은 다릅니다. 앞뒤 페이지가 얼마나 비치는지, 다음 장면까지 얼마나 여백을 두는지도 보는 속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장의 사진 앞에 빈 페이지가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곧바로 다음 사진을 보여주는 책과는 멈추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때 빈 공간은 남는 자리가 아니라 감상을 조절하는 선택이 됩니다. 이는 특정 출품작을 설명한 것이 아닌, 책의 구성이 만드는 효과를 떠올리는 예입니다.

이런 선택을 알아차리면 책은 다 읽었는지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집니다. 어떤 장면에서 손을 멈췄는지, 다시 펼쳐 보고 싶은 면은 어디인지도 감상의 일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전시에서는 책을 어떻게 보여줄까요

아래는 서울아트책보고가 공식 SNS로 공개한 《아트북그라피》 현장 사진입니다. 여러 장의 사진을 넘겨 보며 책과 인쇄물이 공간 안에 놓인 방식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진: 박도현 · 출처: 서울아트책보고 · 공식 전시 사진 더 보기 ↗

평소에는 책장에 꽂힌 책의 등이나 표지만 보게 되지만, 전시에서는 여러 작업을 한 공간에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어느 면을 펼쳐 놓았는지, 주변 작업과 어떤 차이가 보이는지 살펴보면 한 권의 책이 가진 개성이 더 잘 드러납니다.

분류하고, 만들고, 연결하는 일도 작업이 됩니다

이번 전시의 로호타입은 책의 크기와 제본, 인쇄 방식, 글자 배치 같은 요소를 바탕으로 책을 새롭게 분류합니다. 소설이나 미술처럼 내용으로 나누는 분류에 익숙했다면, 책의 형태를 기준으로 다시 보는 방식이 색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코우너스는 서로 다른 형태로 만든 책들과 제작 조건을 다룹니다. 완성된 표면에서 한 걸음 들어가 종이와 인쇄, 제본이 어떻게 결과를 만드는지 생각하게 하는 접근입니다.

미디어버스와 신신의 협업은 책이 만들어진 뒤의 삶에 주목합니다. 책이 사람과 지식 사이를 이동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모습으로 시선을 넓힙니다. 이처럼 책을 만들고 전달하는 일에는 디자인뿐 아니라 선택과 연결의 과정도 들어 있습니다.

로호타입 · 코우너스 · 미디어버스×신신

로호타입은 활자와 그래픽을 다루는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코우너스는 디자인과 출판·인쇄를 함께 합니다. 미디어버스는 출판과 서점 활동을 이어가며, 이번에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신신과 협업했습니다. 각 팀이 책을 바라보는 출발점의 차이를 기억하면 작업을 비교하기 편합니다.

내가 가진 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집에 있는 책 두 권을 나란히 펼쳐 보세요. 사진집과 소설처럼 서로 다른 분야여도 좋고,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이어도 좋습니다. 먼저 내용 대신 손에 닿는 느낌과 펼쳐지는 모습을 비교해 봅니다.

살펴볼 부분 떠올려 볼 질문
종이와 인쇄 빛을 받을 때 색과 표면이 어떻게 보이나요?
글자와 여백 어느 부분에 눈이 먼저 가나요?
묶인 방식 잘 펼쳐지는지, 펼치며 드러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 표는 작품의 우열을 가리는 기준이 아니라, 책을 보는 감각을 넓히기 위한 아트코포스트의 제안입니다. 비싼 재료나 복잡한 형태가 반드시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표현하려는 내용과 만드는 방식이 어떻게 어울리는지 보는 편이 흥미롭습니다.

특히 디지털 화면에 익숙한 독자라면 종이책을 펼치는 속도와 방향을 의식해 볼 만합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웹과 인쇄, 소프트웨어 같은 제작 환경도 함께 다룹니다. 종이와 디지털을 오가는 책의 가능성까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책을 만드는 선택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아트북이라는 이름이 낯설어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감각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표지가 좋아서 오래 간직한 책, 사진이 시원하게 펼쳐져 기억에 남은 책, 작은 크기라 자주 들고 다닌 책을 떠올려 보세요.

그 경험 뒤에는 누군가가 종이와 크기, 순서와 묶는 방법을 고른 시간이 있습니다. 이번 소식은 그런 선택을 창작의 앞자리로 가져옵니다. 다음에 책 한 권을 집었을 때, 마음에 드는 페이지와 함께 그 페이지를 그렇게 보이게 만든 방법도 한 번 살펴보면 어떨까요.

《아트북그라피》는 서울아트책보고 갤러리에서 12월 6일까지 열립니다. 서울시 안내에 따르면 전시는 별도 예약 없이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세부 운영과 연계 프로그램은 공식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트북그라피 공식 작업 소개 보기 →

궁금한 점

아트북은 그림이 많은 책이라는 뜻인가요?

그림의 양만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종이와 형태, 인쇄와 편집 등 책을 이루는 요소가 예술적 표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중요합니다.

전시된 책은 모두 만지거나 넘겨 봐도 되나요?

작업마다 감상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현장의 표시와 안내를 확인하고, 열람이 허용된 자료만 다뤄 주세요.

작품을 보려면 책을 사야 하나요?

전시 관람은 무료로 안내돼 있습니다. 도서 구입이나 연계 프로그램 참여는 전시 입장과 별개의 조건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각각의 안내를 확인하면 됩니다.

자료 확인: 2026년 10월 21일 기준. 서울아트책보고 공식 전시·작업 안내, 서울시 발표, 공식 현장 사진을 참고했습니다. 감상 예시와 창작에 관한 해석은 아트코포스트의 편집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