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남긴 사진 한 장이 수십 년 뒤 전시장의 주인공이 된다면 어떨까요. 전주 기록사진전 《기록을 하는 사람, 당신은》은 유명한 건물의 옛 모습과 평범한 시민의 추억을 함께 펼칩니다. 전주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장소를 다시 보는 시간이, 처음 찾는 사람에게는 도시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만합니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전주 하얀양옥집에서 열립니다. 시민들이 모으고 기증한 자료를 중심으로 사진과 생활 물건 100여 점을 소개합니다. 멋진 풍경을 빠르게 훑기보다 사진 속 작은 단서와 그 옆의 사연을 번갈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하얀양옥집 · 전주시민기록관
하얀양옥집은 전주 완산구 경기전길 67에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옛 도지사 관사입니다. 이번 전시는 전주시민기록관이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과 협업해 진행합니다. 전시 안내의 ‘생활박물류’는 화로·공중전화기처럼 지난 생활을 보여주는 물건을 뜻합니다.
1. 건물 하나보다 그 주변을 먼저 보세요
첫 감상 포인트는 장소의 변화입니다. 전주시가 소개한 자료에는 풍남문, 전동성당, 경기전, 오목대, 향교, 한벽당 등 여러 명소의 옛 모습이 포함됩니다.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의 풍경을 따라가며 같은 도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는 구성입니다.
사진 앞에서는 이름을 아는 건물을 찾은 뒤 시선을 가장자리로 옮겨보세요. 길의 폭, 건물 앞 빈터, 사람들의 옷차림처럼 평소 여행 사진에서 지나치기 쉬운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장마다 무엇이 남아 있고 무엇이 바뀌었는지 질문해보는 감상법입니다. 실제 변화의 이유나 정확한 시기는 사진 옆 설명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사진의 촬영 방향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같은 건물이라도 어느 쪽에서 찍었는지에 따라 주변 풍경과 건물의 크기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옛 사진이 지금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건물 자체가 변했다고 판단하기보다, 카메라가 서 있던 자리부터 떠올려보세요. 풍경을 비교하는 재미가 조금 더 구체적이 됩니다.
2. 1980년 전주천,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한 장면
전주시 공식 게시물에는 〈1980년 전주천의 아이들〉이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사진 제공자는 최영철 님입니다. 물이 흐르는 낮은 경사면과 그 주변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유명한 건축물 없이도 도시의 기억을 충분히 전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이 사진을 볼 때는 물줄기와 사람들의 움직임을 함께 따라가보세요. 누군가는 몸을 낮추고, 누군가는 다른 방향으로 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그 자세의 차이가 정지된 화면에 활기를 줍니다. 사진 속 아이들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각자의 몸짓을 보는 것만으로도 화면을 천천히 읽을 수 있습니다.
같은 게시물의 〈1972년 풍남제〉 사진은 또 다른 규모의 풍경을 보여줍니다. 사진 제공자는 윤경희 님입니다. 여러 사람이 모인 행사 장면과 큰 구조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전주천 사진에서는 개별 인물의 동작을, 풍남제 사진에서는 사람들이 모인 방식과 화면 전체의 배열을 비교해보면 좋겠습니다. 일상과 축제는 도시를 기록하는 서로 다른 시선입니다.
전주시청 공식 게시물. 슬라이드를 넘기면 전주천·풍남제 등의 실제 옛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원본 게시물 보기 ↗
3. 승차권 한 장도 여행을 보여줍니다
전시는 사진만으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1960~1990년대 승차권과 입장권 등 기록물 수집 공모전의 주요 자료, 우아동 돌화병과 화로, 공중전화기 같은 생활 물건도 소개합니다. 여행이 끝난 뒤 주머니에 남았던 작은 종이와 집에서 쓰던 물건이 전시의 단서가 됩니다.
승차권을 만난다면 먼저 그 물건이 어떤 이동을 위해 쓰였는지 살펴보세요. 실제로 남아 있는 글자와 표시를 읽고, 발행 시기나 사용 장소는 전시 설명으로 확인하면 됩니다. 낡은 종이라는 인상에서 출발해 당시의 이동 방식과 여가 생활을 생각해보는 순서입니다. 보이지 않는 정보를 상상으로 채우기보다 확인할 수 있는 흔적부터 보는 편이 흥미롭습니다.
생활 물건은 사용자의 손과 연결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전화를 거는 동작, 불을 가까이하는 생활, 표를 꺼내 확인하는 순간을 떠올려보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사용법이나 재료는 각각의 설명을 따르되, 오늘날 비슷한 일을 어떤 물건으로 하는지 비교해보세요. 어린이와 함께라면 어른이 기억하는 물건을 한 가지씩 이야기하는 계기로 삼아도 좋겠습니다.
4. 같은 자리에서 다시 찍으면 무엇이 보일까요
‘그때 그리고 지금’ 공모 사진은 10년 이상의 간격을 두고 같은 장소에서 찍은 두 장의 사진과 사연을 보여줍니다. 한 장의 옛 풍경을 보는 것과 달리, 두 화면을 오가며 바뀐 부분을 직접 찾을 수 있는 구성입니다.
비교할 때는 먼저 두 사진에 공통으로 남아 있는 모양을 찾아보세요. 건물의 윤곽이나 길의 방향처럼 기준이 될 만한 부분을 정한 뒤, 사람·주변 시설·비어 있는 공간으로 범위를 넓히는 방식입니다. 촬영 계절이나 화각(사진에 담기는 범위)도 인상을 바꾸므로, 모든 차이를 시간의 변화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사진 옆 사연은 눈으로 찾은 변화에 사람의 시간을 더해줍니다. 같은 장소를 왜 다시 찾았는지, 오래된 사진을 누가 간직했는지에 주목해보세요. 사진에 보이는 것과 글로 알게 된 것을 나누어 읽으면 기록의 여러 층을 만날 수 있습니다. 팸플릿이 소개하는 네 번째 공간에서는 원도심과 공원, 전주천 등의 옛 풍경으로 시선을 이어갑니다.
관람을 마치고 동네를 다시 걷는 방법
전시에서 기억에 남은 장소 하나를 골라 지금의 풍경과 비교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모든 명소를 한 번에 돌기보다 사진에서 눈에 들어온 길이나 장소에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촬영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면 옛 사진과 똑같이 찍는 데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눈에 들어온 모습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한 장이 남습니다.
휴대폰에 사진을 저장할 때 날짜와 장소,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를 짧게 적어두어도 좋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본인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정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주 기록사진전이 보여주는 즐거움은 거창한 사건에만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 계속 간직한 평범한 장면이 다른 사람에게도 읽을 만한 풍경이 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궁금한 점
전주를 잘 몰라도 볼 수 있나요?
사진 속 사람의 몸짓, 생활 물건, 같은 장소의 전후 모습을 비교하는 데서 시작해보세요. 장소의 이름과 시기는 전시 설명을 함께 읽으면 됩니다.
언제, 어디에서 열리나요?
2026년 10월 27일~11월 8일, 전주 하얀양옥집(완산구 경기전길 67)에서 열립니다. 월요일은 휴관하므로 기간 중 11월 2일은 관람일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방문 전에 무엇을 확인하면 좋을까요?
관람시간·관람료와 현장 이용 조건은 방문 전 전주시민기록관(063-281-2934)에 확인하세요. 공식 공지의 일정과 안내도 함께 살펴보면 좋습니다.
자료: 전주시 10월 28일 전시 개최 보도자료, 10월 19일 공식 공지와 첨부 팸플릿, 전주시청 공식 Instagr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