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오이’라는 제목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자라는 채소와 차가운 금속이 한 이름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경남도립미술관의 정연두 전시는 이 낯선 조합을 통해, 낯선 땅에서 삶을 이어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사진과 영상, 조각과 소리가 함께 놓이는 전시입니다.
《알루미늄 오이: 정연두》는 2026년 11월 1일 일요일에 막을 내립니다. 이번 주말인 10월 31일과 11월 1일이 마지막 관람 기회입니다. 창원에서 전시를 찾는다면, 작품을 빠르게 훑기보다 영상과 소리에 시간을 내어 볼 만한 자리입니다. 전시는 경남도립미술관 1·2층에서 열립니다.
정연두
경남 진주 출신의 미술가입니다. 사진·영상·조각·설치 등 여러 방식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다뤄 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제작을 의뢰한 신작 4점을 포함해 총 36점의 작업을 소개합니다.
왜 ‘알루미늄 오이’일까요?
제목은 빅토르 최가 이끈 록밴드 키노의 1982년 노래 〈알루미늄 오이〉에서 가져왔습니다. 미술관은 실제로 자랄 수 없는 작물의 이미지를, 강제된 이동 속에서도 삶을 이어야 했던 고려인의 조건과 연결해 설명합니다. 전시 제목을 수수께끼의 정답처럼 풀기보다, 생명과 물질이 어긋나게 만나는 이미지로 기억하면 작품에 다가갈 실마리가 됩니다.
전시는 1937년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떠나야 했던 고려인과 그 후손들의 경험을 살핍니다. 정착 이후의 삶뿐 아니라, 소련 해체 뒤 한국으로 다시 이주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이어집니다. 큰 역사 속에서 한 사람이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삶을 계속했는지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제목과 배경을 이해하는 말
빅토르 최와 키노는 이번 전시 제목의 출발점입니다. 빅토르 최는 소련에서 활동한 고려인 출신 록 음악가이며, 키노를 이끌었습니다.
디아스포라는 본래 살던 땅을 떠나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경험을 가리킵니다. 이 전시에서는 고려인의 강제이주와 정착, 재이주의 역사를 이해하는 말입니다.
커미션은 기관이 작가에게 새로운 작품의 제작을 의뢰하는 방식입니다. 작품 정보에서 ‘경남도립미술관 커미션’이라는 표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세 작품을 따라, 눈과 귀로 살펴볼 지점
1. 《알루미늄 오이》 — 한 편의 영상에 시간을 내어 보기
전시와 같은 이름의 《알루미늄 오이》(2026)는 영상과 사운드, 조각 설치로 구성됩니다. 공식 작품 정보에 적힌 영상 길이는 59분 17초입니다. 작품 앞에서 잠깐 멈추는 관람과 한 편을 오래 따라가는 관람은 서로 다른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을 충분히 보려면 방문 일정에도 그 시간을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먼저 영상에 시선을 두고, 이후 주변의 조각과 소리가 어떻게 함께 놓이는지 살펴보세요. 화면이 전하는 이야기와 눈앞의 물질이 같은 감각을 주는지, 다른 생각을 불러오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제목 속 ‘금속’과 ‘작물’의 관계를 떠올리면서 보아도 좋습니다. 영상의 한 장면만으로 전체 이야기를 판단하기보다, 앞뒤의 흐름을 기다리는 방식이 어울립니다.
2. 《산조 열차: 1937》 — 두 화면을 번갈아 바라보기
《산조 열차: 1937》(2026)은 2채널 비디오 작품으로, 길이는 12분 15초입니다. 2채널은 두 개의 영상 화면으로 구성된다는 뜻입니다. 제목에 놓인 1937년은 전시가 다루는 고려인 강제이주의 역사와 연결되는 숫자입니다.
두 화면을 볼 때는 시선이 어느 쪽으로 먼저 가는지 의식해 보세요. 한쪽을 본 다음 다른 쪽을 보면, 놓쳤던 장면이나 소리를 다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한눈에 붙잡으려 애쓰기보다 화면 사이를 오가며 관계를 살피는 방법입니다. 두 화면이 어떤 방식으로 시간을 나란히 놓는지 생각해 보면, 영상 설치를 보는 일이 영화 한 편을 보는 일과 어떻게 다른지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
3. 《발효산조》 — 항아리와 빛, 소리가 만드는 공간
《발효산조》(2026)는 모두 60개의 항아리와 12채널의 조명·사운드로 구성된 설치작품입니다. 공식 안내에 적힌 길이는 11분 52초입니다. 익숙한 생활 물건인 항아리가 빛과 소리를 만나 전시장 안의 공간을 구성한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이 작품에서는 물건의 개수를 세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세요. 항아리 사이의 간격, 빛이 머무는 자리,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차례로 살펴보는 것입니다. 제목의 ‘발효’를 떠올리면, 시간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는 과정에도 생각이 미칩니다. 전시가 다루는 정착과 삶의 지속을 이 물건과 어떻게 연결해 볼지, 관객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역사와 개인의 이야기를 함께 보는 방법
전시의 역사적 배경을 먼저 알아두면 작품 제목과 장면의 관계를 짚기 좋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작품을 하나의 역사 설명으로만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사진 속에서 눈이 머문 부분, 영상의 속도, 들려오는 소리처럼 각 작업이 선택한 표현 방식에도 시간을 내어 보세요. 같은 주제가 서로 다른 매체를 거치며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동행이 있다면 관람 뒤 한 가지씩만 나눠 봐도 좋습니다. 가장 오래 머문 작품은 무엇이었는지, 제목을 알기 전과 후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말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장면을 기억했다면 그것도 대화의 시작이 됩니다. 이주의 역사를 숫자로만 접하던 시선이, 한 사람의 기억과 삶을 생각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 주말 방문 정보
- 전시: 《알루미늄 오이: 정연두》
- 기간: 2026년 7월 29일–11월 1일
- 장소: 경남도립미술관 1·2층
- 주소: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로 296
-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오후 5시 30분 이후 입장 불가
- 개인 관람료: 어른 1,000원(25–64세), 청소년·군인 700원(19–24세 및 부사관 이하 군인, 중·고등학생 제외)
- 문의: 055-254-4600
18세 이하, 65세 이상 등은 공식 안내의 무료 관람 대상에 해당합니다. 19세 이상 중·고등학생도 무료 대상에 포함되며, 무료 입장권 발권을 위해 해당 증빙을 제시해야 합니다. 전시 해설의 회차별 시작 장소는 홈페이지 공지와 현장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
궁금한 점
이번 주말에도 볼 수 있나요?
10월 31일 토요일과 11월 1일 일요일에 관람할 수 있으며, 11월 1일이 전시 마지막 날입니다. 오후 5시 30분 이후에는 입장할 수 없습니다.
관람시간은 얼마나 잡아야 할까요?
전체 관람시간은 감상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표 영상만 59분 17초이므로, 끝까지 보고 다른 작품도 감상하려면 입장 마감에 맞추기보다 일찍 방문하는 편이 좋습니다.
사진 전시인가요, 영상 전시인가요?
사진·영상·드로잉·조각·설치·사운드가 함께 소개됩니다. 화면을 보는 시간과 공간 속 물건·소리를 살피는 시간이 이어지는 전시입니다.
자료: 경남도립미술관 전시·작품 안내 · 이용안내 · 공식 접근성 영상 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