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사과의 윤곽을 그린 뒤, 한쪽 면에 회색을 얹어보세요. 종이 위의 동그란 모양에 조금씩 부피가 생깁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명암입니다. 빛을 받은 곳과 덜 받은 곳의 밝기 차이를 살펴보면, 익숙한 사과에서도 그릴 거리가 많이 보입니다.
이번에는 집에 있는 사과 하나를 놓고 연필로 관찰해봅니다. 목표는 밝은 면·중간 면·어두운 면을 구분하고, 사과가 바닥에 놓인 느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윤곽이 조금 비뚤어져도 괜찮습니다. 사과를 한 번 보고, 종이를 한 번 보면서 차근차근 그려보세요. 처음에는 20분 정도 여유를 두고, 편한 속도로 진행하면 됩니다.
명암과 명도
명암은 화면이나 사물에 나타나는 밝고 어두운 차이입니다. 명도는 어떤 색이 얼마나 밝거나 어두운지를 말합니다. 빨간 사과를 연필로 그릴 때도, 표면의 밝기를 회색의 진하기로 나누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준비물은 연필과 종이부터
- 종이 한 장과 평소 쓰는 연필 한 자루
- 지우개와 사과 하나
- 사과를 놓을 무늬가 단순한 바닥이나 천
- 한쪽에서 들어오는 창빛 또는 책상 조명
집에 HB나 2B 연필이 있다면 사용해도 좋습니다. 여러 종류의 연필을 갖추기보다, 먼저 한 자루로 연한 회색과 진한 회색을 만들어보세요. 종이는 매끈하거나 거친 정도에 따라 선의 느낌이 달라지지만, 첫 연습은 가지고 있는 종이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사과가 없다면 작은 공처럼 형태가 단순한 물건도 괜찮습니다. 반짝이는 금속이나 무늬가 복잡한 물건은 처음에는 밝은 면과 표면 무늬를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한 번에 한 물건만 놓으면 관찰할 부분이 줄어듭니다.
HB와 2B
연필심의 굳기를 나타내는 표시입니다. 일반적으로 HB보다 2B가 더 부드러워 진한 선을 내기 쉽습니다. 이번 연습은 가지고 있는 한 자루로 밝기의 차이를 만들어보는 데서 시작하면 됩니다.
1. 빛이 오는 방향을 먼저 정합니다
사과를 창가 옆에 놓거나 조명을 한쪽에 둡니다. 정면에서 빛이 골고루 들어올 때보다, 한쪽 옆에서 들어오면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비교하기 편합니다. 연습하는 동안에는 사과와 조명, 앉은 위치를 가능하면 그대로 유지해주세요. 보는 위치가 바뀌면 밝게 보이는 부분과 그림자 모양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필을 들기 전에 세 곳을 찾아봅니다. 사과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곳, 넓게 이어지는 중간 밝기의 면, 가장 어둡게 보이는 곳입니다. 이어서 바닥에 생긴 그림자도 확인합니다. 사과 자체의 어두운 면과 바닥 위 그림자는 서로 다른 부분이므로, 각각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살펴보세요.
눈에 보이는 모든 작은 반짝임을 처음부터 옮기려 하면 복잡해집니다. 처음에는 밝기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덩어리 세 개만 정해도 좋습니다. 주변에서 빛이 여러 방향으로 들어와 구분이 어렵다면, 자리를 조금 옮겨 비교하기 쉬운 구도를 찾아보세요.
2. 종이 한쪽에 다섯 가지 회색을 만들어봅니다
작은 네모 다섯 개를 나란히 그립니다. 첫 칸은 종이의 흰색을 남기고, 두 번째는 아주 연하게, 세 번째는 중간 회색, 네 번째는 진한 회색, 마지막은 연필로 낼 수 있는 짙은 회색으로 채워보세요. 다섯 칸의 차이가 보이면 됩니다. 칸마다 완벽하게 균일한 색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연하게 칠할 때는 연필을 느슨하게 잡고 힘을 줄입니다. 더 진하게 만들고 싶을 때는 한 번에 세게 누르기보다 가벼운 선을 여러 번 겹쳐보세요. 종이를 깊게 눌러 자국을 내면 그 부분을 다시 밝게 고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종이 한쪽에서 먼저 시험해보면 손에 들어가는 힘을 조절하기 수월합니다.
이 다섯 칸은 그림을 그리는 동안 참고할 작은 기준표가 됩니다. 사과의 어느 면을 칠하기 전에 ‘지금 본 밝기가 내 표의 어느 칸과 가까울까’를 생각해보세요. 사과를 보는 일과 연필을 움직이는 일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3. 사과의 윤곽은 가볍게 그립니다
사과가 종이에서 차지할 크기를 정하고, 위아래 높이와 좌우 폭을 작은 표시로 잡습니다. 그 사이를 부드러운 선으로 연결해보세요. 사과를 완벽한 원으로 만들기보다 실제로 보이는 울퉁불퉁한 부분, 꼭지 주변의 들어간 곳을 조금씩 살펴봅니다.
윤곽선은 나중에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연하게 남깁니다. 바닥 그림자의 위치도 옅게 표시해주세요. 그림자가 오른쪽으로 길게 보인다면 그 방향을 따라 대략적인 범위만 잡으면 됩니다. ‘빛이 왼쪽 위에서 오니 그림자는 무조건 이 모양’이라고 정하기보다, 지금 눈앞의 모양을 기준으로 그려보세요.
그림이 자꾸 커지거나 한쪽으로 기운다면, 연필을 잠시 내려놓고 종이 전체를 봅니다. 꼭지나 작은 점을 다듬기 전에 전체 높이와 폭을 비교하면 수정할 곳을 찾기 쉽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선을 모두 지우기보다 더 맞는 위치에 옅은 선을 다시 그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4. 중간 밝기부터 얇게 쌓습니다
가장 밝은 부분은 우선 종이의 흰색으로 남겨둡니다. 그 주변의 중간 밝기 면에 연한 회색을 넓게 얹어보세요. 작은 점을 하나씩 채우기보다 면 전체가 어느 정도 밝기로 보이는지 확인합니다. 그다음 어두운 면에 선을 한 겹 더 얹어 두 면의 차이를 만듭니다.

이때 어두운 면과 밝은 면 사이를 굵은 선으로 가를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 사과에서 밝기가 서서히 바뀌는 부분은 선의 양과 겹치는 횟수를 조금씩 바꿔 표현해보세요. 경계가 갑자기 끊긴 부분은 그 주변에 연한 회색을 조금 더 넣어 연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로 뚜렷한 경계가 보이는 곳은 그 차이를 남겨도 좋습니다.
손가락으로 문질러야 부드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연필 선이 조금 보여도 밝기 차이가 이어지면 입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짧은 선을 비슷한 방향으로 겹쳐보고, 필요하면 방향을 바꾸어 한 겹 더 얹어보세요. 처음부터 전체를 매끈하게 만들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해칭과 하이라이트
해칭은 짧거나 긴 선을 나란히 반복해 밝기와 질감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선을 겹치거나 간격을 좁히면 더 어둡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빛이 강하게 반사되어 밝게 보이는 부분입니다. 위치와 모양은 표면과 조명에 따라 달라지므로 직접 관찰해 남겨주세요.
5. 바닥 그림자를 더하고 한 걸음 물러섭니다
사과 아래에 옅은 그림자를 넣어보세요. 바닥 그림자가 생기면 사과가 놓인 위치가 더 분명해집니다. 사과와 바닥이 맞닿는 부분이 특히 어둡게 보인다면 좁은 범위에 진한 회색을 더합니다. 바깥쪽 그림자가 흐리게 보이는 경우에는 가장자리를 가볍게 마무리해주세요.
바닥 그림자 전체를 같은 진하기로 채우기 전에 실제 모습을 다시 확인합니다. 조명과 주변 환경에 따라 그림자 안에서도 밝기와 경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과의 어두운 면을 무조건 가장 검게 만드는 대신, 사과와 바닥 그림자 중 어디가 더 어두운지 비교해보세요.
마지막에는 그림을 조금 떨어뜨려 놓고 봅니다. 밝은 면·중간 면·어두운 면이 구별되는지, 바닥 그림자가 사과와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밝게 남길 곳까지 회색으로 덮였다면 지우개로 조금씩 두드려 밝기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종이가 상할 정도로 계속 문지르기보다 작은 범위를 천천히 고쳐보면 좋습니다.
세잔의 사과에서도 밝기 차이를 찾아보세요
아래는 폴 세잔의 《사과 바구니》입니다. 시카고 미술관은 작품을 1893년경의 유화로 소개합니다. 먼저 흰 천에서 밝은 면과 접혀 들어간 어두운 부분을 찾아보세요. 같은 흰 천 안에서도 밝기 차이가 크게 나타납니다. 이어 사과의 표면에서 밝은 부분이 어느 쪽에 놓였는지 살펴보면 좋습니다.

지금은 그림 속 모든 물건을 따라 그릴 필요가 없습니다. 사과 한 알만 골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밝은 면, 중간 면, 어두운 면을 찾아보세요. 색이 서로 다른 사과를 비교하면서도, 각각의 표면 안에 어떤 밝기 차이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바구니와 병, 천이 서로 맞닿는 부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세잔은 붓질과 색을 통해 물건의 부피와 화면의 관계를 탐구했습니다. 미술관 해설도 기울어진 병과 어긋난 테이블의 선처럼 복잡한 공간 표현을 짚습니다. 이 작품을 관찰한 뒤에는 다시 눈앞의 사과 한 알로 돌아와보세요. 명화를 보는 일과 일상의 물건을 그리는 일이 서로 다른 발견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폴 세잔과 정물화
폴 세잔(1839~1906)은 프랑스의 화가입니다. 정물화는 과일, 그릇, 꽃처럼 움직이지 않는 물건을 놓고 그린 그림을 말합니다. 《사과 바구니》는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작품이며 시카고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궁금한 점
연필 한 자루로 진한 부분까지 그릴 수 있나요?
첫 연습은 한 자루로 시작해도 좋습니다. 낼 수 있는 가장 진한 색 안에서 밝기의 차이를 만들어보세요. 힘을 과하게 주어 검게 만드는 것보다, 연한 선을 겹치며 단계 차이를 확인하는 데 집중해보면 됩니다.
동그랗게 그렸는데 사과가 납작해 보여요.
사과 전체를 비슷한 회색으로 칠했는지 먼저 확인해보세요. 가장 밝은 부분을 남기고 중간 면과 어두운 면의 차이를 조금 더 만들어봅니다. 윤곽선만 진하게 고치기보다 면 안의 밝기와 바닥 그림자를 함께 살펴보면 좋습니다.
처음부터 진하게 칠해 고치기 어려워졌어요.
지우개로 작은 부분을 조금씩 밝게 해보세요. 종이에 깊은 자국이 남았다면 새 종이의 작은 칸에서 다시 연습해도 괜찮습니다. 이번 그림에서 확인한 빛의 방향을 기억하고, 다음에는 첫 겹을 더 연하게 시작해보세요.
오늘 그린 사과 옆에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한 곳을 표시해보세요. 다음에는 같은 사과를 두고 조명의 방향만 바꾸어 그려볼 수 있습니다. 익숙한 물건을 다시 보면서 전에는 놓쳤던 밝은 면과 그림자를 발견하는 일이 그림 연습의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게티 미술관 미술 요소 자료 → 세잔의 사과 바구니 자세히 보기 →
자료: 게티 미술관 ‘Elements of Art’, 시카고 미술관 《The Basket of Apples》 소장품 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