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를 때 우리는 제목과 표지를 먼저 봅니다. 그런데 같은 문장이라도 어떤 종이에 놓이느냐에 따라 읽는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종이의 표면이 눈에 들어오고, 책장을 넘기는 손의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11월에 시작하는 《2026 한지도서 특별전》은 한지를 오래된 공예 재료에서 오늘의 독서 재료로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2026년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이 특별전을 엽니다. 문학과지성사·문학동네·민음사·비룡소·창비가 협력해 만든 한지도서 11종을 선보입니다. 시와 소설, 동화와 그림책까지 장르가 나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하나의 전통 소재가 서로 다른 독서 경험과 만나는 자리입니다.
전통 소재를 보존하는 일에서, 실제로 쓰는 일로
이번 사업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한지를 전시대에만 놓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공진원은 출판사들과 도서 제작을 지원하고, 완성한 책을 서점과 출판사의 유통 채널로 연결했습니다. 전통 소재를 알리는 전시와 일상에서 구입해 읽는 책이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장인이 만든 재료가 계속 쓰이려면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것만큼 실제로 쓰이는 자리를 만드는 일도 필요합니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먼저 6종을 공개했고, 이번 특별전에는 새로 제작한 5종을 더해 11종을 모았습니다. 이 숫자를 곧바로 전체 한지 출판 시장의 성장률처럼 읽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서로 다른 출판사가 같은 소재를 각자의 책에 적용했다는 사실은, 한지의 쓰임을 넓히는 구체적인 사례로 살펴볼 만합니다.

이미 아는 책도 다른 물건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참여 도서에는 안도현의 『연어』, 박완서의 『쥬디 할머니』,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가 있습니다. 시를 좋아한다면 최승자의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와 『백석시전집』을, 그림책에 관심이 있다면 이수지의 『강이』와 이영경의 『아씨방 일곱 동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익숙한 작품이 있다면 그 책부터 살펴보는 방법을 권합니다. 내용을 이미 알면 책의 형태와 재료가 만드는 차이에 조금 더 집중하기 좋습니다.
먼저 표지와 본문에서 한지가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해보세요. 모든 책의 모든 종이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짐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전시에서는 도서별 한지의 종류와 특징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설명을 읽은 뒤 표면의 결, 글자와 바탕의 대비, 펼쳤을 때 생기는 그림자를 차례로 보면 소재를 단순한 분위기 이상의 요소로 읽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백이 넓은 시집에서는 글자 주변의 종이 표면이 눈에 더 오래 머물 수 있습니다. 그림책에서는 그림의 색과 종이 바탕이 어떤 관계를 만드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는 각 책의 실제 인쇄 결과를 미리 단정하는 설명이 아니라, 현장에서 비교해볼 수 있는 감상 방법입니다.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견본이 있는지도 먼저 확인하고, 전시용 도서는 안내에 따라 다뤄주세요.
소장하고 싶은 마음과 편하게 읽고 싶은 마음 사이
재료가 특별한 책을 보면 펼치기 아까운 물건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은 읽고 넘기는 동작이 더해질 때 비로소 다른 생활용품과 구별됩니다. 이번 특별전을 볼 때도 한지의 고급스러운 인상만 찾기보다 무게와 두께, 책이 펼쳐지는 방식처럼 독서와 맞닿은 요소를 함께 살펴보면 좋습니다. 가격이나 제본 방식은 도서별로 다를 수 있으므로 실제 상품 안내를 기준으로 비교하세요.
선물로 고른다면 소재만큼 받는 사람이 좋아하는 글과 그림을 먼저 떠올려보세요. 종이의 특별함과 내용의 취향이 만나는 책이 오래 곁에 남기 쉽습니다. 같은 문장을 다시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익숙한 작품의 새로운 판본이, 처음 책을 고르는 사람에게는 부담 없이 펼칠 수 있는 장르가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한지라는 공통점 안에서도 선택의 기준은 달라집니다.
11월에 찾아간다면 살펴볼 네 가지
- 기간과 장소: 2026년 11월 1~30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입니다. 공식 안내상 운영시간은 09:30~22:00이며 무료로 관람합니다.
- 책의 적용 부분: 한지가 어느 부분에 어떻게 쓰였는지 도서별 설명을 비교해보세요.
- 체험 운영: 도서 속 문장을 한지에 활판인쇄해 달력을 만드는 체험이 예정돼 있습니다. 회차와 참여 방법은 최신 공지를 확인하세요.
- 별도 포럼: 11월 25일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한지국제문화포럼을 엽니다. 특별전과 장소가 다르며 사전 신청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포럼의 주제는 ‘전통종이의 새로운 장–창작과 유통’입니다. 해외 종이 관련 기관·기업 전문가와 국내 관계자들이 한지의 쓰임과 시장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일반 독자에게는 서점에서 책을 먼저 만나고, 더 궁금해지면 제작과 유통의 이야기로 관심을 넓히는 순서도 가능합니다. 한 번의 전시가 모든 내용을 알려주기보다 다음 질문으로 이어지는 입구가 되는 셈입니다.
궁금한 점
한지도서는 모두 같은 종이를 사용하나요?
공식 안내는 도서별로 사용한 한지의 종류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개별 책의 설명을 기준으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책을 사야만 전시를 볼 수 있나요?
공식 발표상 특별전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책의 판매와 전시 관람은 구분해서 생각하면 됩니다.
사진은 이번 특별전 현장인가요?
기사 사진은 한지와 한지 상점의 모습을 보여주는 과거 자료사진입니다. 이번 특별전의 현장이나 출품 도서를 촬영한 사진과는 구분해 보세요.
한지도서의 재미는 종이의 역사를 아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익숙한 책 한 권을 다시 펼쳤을 때 무엇이 먼저 보이는지, 문장을 따라가는 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데 있습니다. 11월의 서점에서 글의 내용과 책의 재료를 번갈아 본다면, 평소 무심히 넘기던 한 장도 새로운 감상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자료: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26년 10월 22일 공식 발표. 대표 사진: SJ Yang, 한지·공예 재료 자료사진(2005), 원본 · 사진 이용조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