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궤 속 건물을 찾아서, 전주 《짓고 쓰다》에서 만나는 조선의 공간

오래된 건물을 볼 때는 지붕과 기둥부터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그 건물을 세우고 고치던 사람들은 무엇을 기록했을까요? 국립전주박물관의 《짓고 쓰다–건축과 기록》은 완성된 건물의 모습과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글과 그림으로 함께 살펴보는 전시입니다. 건축을 감상하는 눈에 기록을 읽는 시간을 더할 수 있습니다.

왕실기록문화 세 번째 테마전으로, 전시기간은 2026년 9월 8일부터 12월 7일까지입니다. 장소는 국립전주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전주와 조선왕실실’입니다. 『남별전중건청의궤』와 『경기전의』, 〈송정십현도〉, 〈이복수필 경기전〉 등 30여 점을 소개한다고 박물관은 안내합니다. 전시실 안의 기록과 실제 경기전의 공간을 연결해 생각해보기 좋습니다.

설계도 한 장보다 더 넓은 건축의 기록

박물관은 이번 전시에서 『남별전중건청의궤』를 중심으로 한양의 남별전과 전주의 경기전을 살펴본다고 설명합니다. ‘중건’은 건물을 다시 세운다는 뜻입니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 책이 단순히 멋있는 건물을 그린 그림책이 아니라, 다시 짓는 일을 남긴 기록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건물은 도면대로 세우는 순간 끝나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 안에 무엇을 모시고 누가 드나들며 어떤 행사를 여는지에 따라 공간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건축에 관한 기록을 볼 때도 형태와 사용을 함께 읽어보면 좋습니다. 전시 설명에서 건물의 이름을 찾고, 다음에는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는 순서입니다.

한문을 모두 읽지 못해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먼저 책이 펼쳐진 면에서 제목과 그림의 배치를 살펴보세요. 글만 이어지는지, 공간을 나타내는 선이 있는지, 사람이나 물건이 등장하는지 찾는 것입니다. 읽을 수 있는 짧은 표제와 번역 설명을 연결하다 보면 기록이 무엇을 중요하게 남기려 했는지 질문하게 됩니다.

경기전 사진을 기록과 나란히 놓아보세요

본문 사진은 전시 현장이 아니라 전주 경기전 정전의 실제 건축을 보여주는 2022년 자료사진입니다. 전시에서 소개하는 경기전의 기록을 이해하는 참고 자료로 함께 실었습니다. 사진에서는 기둥 사이의 간격과 지붕의 윤곽, 건물 앞의 공간을 눈으로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그림이나 문서에서 보았던 공간의 구성이 실제 건축에서는 어떻게 느껴지는지 비교해보세요.

경기전 정전의 목조 건물과 앞마당
Bernard Gagnon · 전주 경기전 정전(2022), 전시장 모습이 아닌 건축 자료사진 · 사진 원본 ↗

사진과 기록이 서로 완전히 같아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건물은 오랜 시간 수리되고 달라질 수 있으며, 그림도 특정 목적에 따라 장면을 골라 보여줍니다. 현재의 사진을 옛 건물의 모든 모습을 증명하는 자료로 쓰거나, 기록화의 선 하나를 실제 치수로 곧장 바꾸어 읽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무엇을 보여주는 자료인지부터 구분하면 비교가 더 정확해집니다.

가장 쉬운 관찰은 문에서 건물로 이어지는 방향을 찾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건물과 마당, 주변 구조물이 어디에 놓였는지 살펴보세요. 높낮이나 비례처럼 전문적인 말이 나오더라도 처음에는 ‘어디가 넓어 보이나’, ‘어느 쪽으로 시선이 모이나’처럼 눈으로 확인할 질문으로 바꾸어볼 수 있습니다. 건축 감상은 이런 작은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기록화에서는 빈자리와 사람의 크기도 보입니다

이번 전시는 창경궁과 창덕궁의 전각, 전북의 승금정과 송정 등이 등장하는 그림도 함께 소개합니다. 건물의 외관만 따로 그린 그림과, 그곳에서 열린 행사나 모임을 보여주는 그림을 구분해보세요. 사람이 그려진 장면에서는 건물의 크기뿐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방향을 보고 어떻게 자리를 나누었는지도 감상의 실마리가 됩니다.

그림 속 인물의 크기나 배치를 모두 사진과 같은 원근법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공간을 강조하거나 행사 질서를 보여주려는 그림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제작 목적은 작품 설명을 통해 확인해야 하지만, 먼저 그림이 무엇을 가장 크게, 자세히 남겼는지 보는 방법은 누구나 적용할 수 있습니다.

〈송정십현도〉처럼 제목이 낯선 작품은 이름을 외우려 하기보다 현장 설명에서 장소와 등장인물, 그려진 상황을 찾아보세요. 글과 그림을 오가며 읽으면 건물이 풍경의 배경인 동시에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장소였다는 점이 보입니다. 지붕의 모양만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공간의 역할을 기록이 보완해주는 셈입니다.

짧게 보더라도 한 가지 비교를 남겨보세요

  • 기록과 실물: 경기전이 등장하는 자료를 보고 실제 건축 사진과 어떤 점을 비교할 수 있는지 찾아보세요.
  • 형태와 쓰임: 건물의 생김새와 그 안에서 이루어진 일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세요.
  • 글과 그림: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는 부분과 그림에서 강조하는 부분을 나누어보세요.
  • 관람 장소: 전시는 경기전 현장이 아니라 국립전주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에서 열립니다. 두 장소의 관람 조건은 별도로 확인하세요.

건축을 좋아하는 사람과 역사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이 함께 가도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져올 수 있는 전시입니다. 동행이 있다면 같은 자료에서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을 하나씩 말해보세요. 한 사람은 문과 기둥의 선을, 다른 사람은 등장인물이나 글자의 배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관찰을 들으며 다시 보는 과정이 자료를 더 오래 기억하게 합니다.

궁금한 점

한문이나 건축 용어를 알아야 관람할 수 있나요?

우선 자료의 이름과 번역 설명, 그림 속 공간의 배치를 연결해보세요. 모르는 말을 모두 외우기보다 한 자료에서 확인할 질문을 하나 정해보는 방법을 권합니다.

전시기간의 마지막 날에도 바로 가면 되나요?

기간 표기와 실제 개관일은 구분해야 합니다. 휴관일과 운영시간, 전시실 사정은 방문 전 박물관 최신 안내에서 확인하세요.

《짓고 쓰다》를 보고 나면 오래된 건물을 바라보는 질문이 조금 늘어날 수 있습니다. 누가 세웠는지에 더해 누가 기록했고 어떤 장면을 다음 세대에 남겼는지 궁금해지는 것입니다. 건축의 눈에 보이는 형태와 기록에 담긴 시간을 함께 읽어보는 전주 나들이를 계획해보세요.

공식 안내 확인하기 →

자료: 국립전주박물관 공식 전시 안내. 대표 사진: Bernard Gagnon, 경기전의 문(2022). 사진 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