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북은 왜 직접 만져봐야 할까, 서울아트북페어가 여는 작은 출판의 세계

같은 그림을 보아도 휴대전화 화면에서 넘길 때와 종이책으로 펼칠 때의 느낌은 다릅니다. 종이가 얇으면 뒷장의 색이 비치고, 두꺼우면 한 장씩 넘기는 속도가 달라집니다. 아트북은 이런 작은 차이까지 작품을 경험하는 방법으로 삼습니다. 책에 무엇이 실렸는지와 함께, 왜 이 크기와 종이로 만들었는지 살펴보면 읽는 재미가 한층 넓어집니다.

11월 6일부터 8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제18회 언리미티드 에디션―서울아트북페어 2026은 그 차이를 직접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주최 측은 국내외 255팀의 제작자와 출판사가 참여하고, 처음 공개되는 신간 100권 이상을 모아 소개한다고 안내합니다. 이번 행사에서 눈여겨볼 것은 책의 수만이 아닙니다. 만든 사람을 가까이 만나고, 하나의 생각이 물건으로 완성된 과정을 물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 장을 넘기는 일에도 디자인이 있습니다

사진집을 펼쳤다면 먼저 두 쪽이 만나는 가운데를 보세요. 사진이 중앙을 가로질러 이어지는지, 여백이 둘 사이를 나누는지에 따라 시선의 움직임이 달라집니다. 한 장에 사진을 크게 놓은 책과 작은 이미지를 여러 개 배열한 책은 같은 장면도 서로 다른 리듬으로 보여줍니다. 사진의 주제만큼이나 사진 사이의 관계가 중요해지는 순간입니다.

종이도 단순한 바탕으로만 남지 않습니다. 매끈한 종이와 표면에 결이 느껴지는 종이는 색과 빛을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밝은 부분이 시원하게 보이는지, 잉크가 차분히 스며든 느낌인지 비교해보세요. 비싼 재료를 썼는지 평가하기보다, 그 선택이 책의 이야기와 어울리는지 생각하는 편이 감상에 도움이 됩니다.

제본(낱장을 묶어 책으로 만드는 방식)은 책을 여는 동작과 관계가 있습니다. 펼쳤을 때 잘 펴지는지, 접힌 종이를 차례로 따라가게 하는지, 별도의 낱장이 들어 있는지 살펴보면 됩니다. 다만 견본마다 다룰 수 있는 범위가 다릅니다. 펼쳐봐도 되는지 먼저 묻고, 접힌 부분을 힘으로 펴거나 판매용 책을 임의로 꺼내지는 않는 편이 좋습니다.

북서울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책을 살펴보는 제17회 언리미티드 에디션 행사장
제17회 언리미티드 에디션 현장(2025년).

만든 사람에게 물어볼 질문을 하나만 골라보세요

공식 소개는 제작자와 관람객이 책의 배경과 제작 과정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처음이라면 작가의 이력을 모두 알아야 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에 든 한 페이지를 가리키며 “이 장면은 왜 여기 놓았나요?”라고 물어보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눈앞의 구체적인 선택에서 시작하면 대화도 자연스러워집니다.

예를 들어 사진집이라면 촬영한 순서와 책에 실은 순서가 같은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림과 글이 함께 있는 책에서는 어느 쪽을 먼저 만들었는지 궁금해할 수 있습니다. 종이가 특별하게 느껴진다면 왜 그 재료를 골랐는지 물어보세요. 같은 답을 기대하는 질문이 아니라, 책마다 다른 작업 과정을 발견하는 질문입니다.

  • 배치: 이 두 이미지를 나란히 놓으면 어떤 관계가 생기나요?
  • 재료: 이 종이와 크기가 내용에 어떤 도움을 주나요?
  • 순서: 처음과 마지막 페이지를 이렇게 정한 이유가 있나요?

올해의 신간을 보고, 열두 달을 직접 조합합니다

올해 프로그램 〈초신간 환영회 Just Published〉는 처음 공개되는 신간 100권 이상을 한곳에서 만나는 자리입니다. 참가팀의 부스를 둘러보기 전에 관심 있는 책의 제목이나 제작자 이름을 기억해두는 출발점으로 삼아도 좋겠습니다. 다만 신간 소개와 개별 책의 판매 조건은 별개이므로 가격과 구입 가능 여부는 각 팀에 확인해야 합니다.

첫날인 11월 6일에는 2층 프로그램룸에서 〈함께 만드는 나만의 2027〉이 열립니다. 참가팀이 디자인한 열두 달의 인쇄물 가운데 한 장씩 골라 자신만의 달력을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주최 측 안내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한 사람당 한 권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달력을 가져가는 경험보다, 서로 다른 그림과 글자를 내 취향으로 이어보는 과정에 주목할 만합니다.

이 밖에도 낭독, 북토크, 워크숍과 드로잉 퍼포먼스가 예고되어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날짜와 시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방문한다면 첫날 달력 프로그램이 계속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공식 사이트의 당일 시간표와 참여 안내를 확인하세요. 책을 고르는 시간과 프로그램에 머무는 시간을 나누면 동선을 잡기에도 편합니다.

화면 속 이미지가 책으로 달라지는 이유

온라인에서는 표지와 대표 사진 몇 장으로 책을 만나기 쉽습니다. 실제 공간에서는 두께와 무게, 인쇄된 면의 빛, 다음 장을 넘길 때의 흐름까지 함께 경험합니다. 아트북페어가 보여주는 창작의 폭은 여기에 있습니다. 완성된 그림 한 장을 고르는 일에서 더 나아가, 여러 장을 어떤 순서로 묶고 누구에게 건넬지까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작은 출판이 언제나 같은 취향이나 제작 방식을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혼자 만든 소책자와 여러 사람이 협업한 사진집, 이미지 중심의 책과 글 중심의 책을 비교해보세요. 큰 출판과 작은 출판을 단순히 우열로 나누기보다, 서로 다른 제작 규모에서 어떤 선택이 가능한지 보는 편이 더 흥미롭습니다.

처음 방문한다면 책 두 권만 비교해도 좋습니다

공식 사이트에는 팀명 검색과 행사장 지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관심 있는 제작자를 먼저 찾아두되, 이름을 모르는 부스를 만날 시간도 남겨보세요. 사진, 그림, 시처럼 좋아하는 주제 하나로 시작해도 되고, 유난히 작은 책이나 접힌 종이처럼 형태에서 출발해도 됩니다. 모든 부스를 빠짐없이 봐야 한다는 목표보다 내 눈에 걸린 물건을 살피는 편이 부담이 적습니다.

비슷한 주제를 담은 책 두 권을 비교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한 권은 글이 길고 다른 한 권은 이미지가 중심이라면 읽는 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느껴보세요. 같은 사진이 표지와 본문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여백이 넓은 쪽과 좁은 쪽 가운데 어디에 더 오래 시선이 머무는지도 볼 수 있습니다. 정답을 고르는 비교가 아니라 내 취향을 알아가는 비교입니다.

마음에 든 책을 기록할 때는 제목과 제작자 이름을 함께 적어두면 나중에 다시 찾기 쉽습니다. 견본과 부스를 촬영하고 싶다면 먼저 허락을 구하세요. 책의 여러 페이지를 연속으로 찍기보다 기억하고 싶은 특징을 짧게 메모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질문과 기록이 쌓이면 그날의 나들이가 나만의 작은 디자인 수업으로 남습니다.

궁금한 점

입장권을 따로 사야 하나요?

입장은 무료입니다. 책과 굿즈 구매, 개별 프로그램의 운영 조건은 각 안내에서 별도로 확인하세요.

이번 주말에는 몇 시에 갈 수 있나요?

11월 6일 금요일은 12:00~19:00, 7일 토요일과 8일 일요일은 10:00~18:00입니다. 행사는 종료 30분 전 입장을 마감합니다. 일반 미술관 운영 시간과 구분해 보세요.

본문 사진이 올해 행사 모습인가요?

본문 현장 사진은 주최 측이 제공한 제17회 행사 기록입니다. 올해 제18회 행사 포스터와 구분해서 보면 됩니다.

책을 많이 사야만 잘 즐긴 것은 아닙니다. 마음에 남은 한 권에서 종이, 배열, 묶는 방식 가운데 한 가지를 발견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표지 뒤의 페이지까지 천천히 살피고, 만든 사람에게 질문 하나를 건네보세요. 작은 책 한 권이 생각을 전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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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UE18 공식 안내 · 서울시립미술관. 대표 포스터: 박선경(Every Move Counts). 2025년 행사 사진: 임효진, 유어마인드 공식 프레스킷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