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숙진 전시, 11월 사당역에서 만나는 나무와 빈 공간의 미술

11월 서울에서 조용히 머물 전시를 찾는다면 사당역 인근의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을 눈여겨보세요. 《조숙진: 지나가는 자리》는 11월 15일까지 무료로 열립니다. 반듯하게 다듬은 새 재료보다 시간이 남긴 나뭇결과 버려진 물건의 모양에 관심을 두는 전시입니다. 나무 한 조각을 가까이 보고, 조각 사이의 빈틈을 바라보는 작은 행동에서 감상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조숙진의 40여 년 작업을 돌아보며 회화, 조각, 설치, 사진, 드로잉과 기록 자료 등 100여 점을 소개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이어가는 ‘한국 대표 조각가’ 시리즈의 두 번째 전시입니다. 11월 한 달 내내 열리는 전시는 아니므로, 방문을 생각한다면 중순의 종료일을 먼저 달력에 표시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조숙진과 설치미술

조숙진은 나무와 사물, 공간을 통해 존재와 삶의 관계를 탐구해 온 작가입니다. 1988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여러 나라에서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설치미술은 작품을 공간 안에 배치해 관객의 위치와 움직임까지 감상에 관계하도록 하는 미술입니다.

익숙한 나무가 낯설게 보이는 순간

나무는 가구와 문, 바닥처럼 생활 곳곳에 있습니다. 평소에는 얼마나 매끈한지, 쓸모가 있는지부터 판단하기 쉽습니다. 이 전시에서는 그 순서를 잠시 바꾸어볼 수 있습니다. 갈라진 면과 구부러진 선, 서로 다른 조각이 만나는 부분부터 살펴보세요. 깨끗하게 지워야 할 흠처럼 보이던 흔적이 오히려 오래 바라볼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작품을 모두 ‘버려진 나무를 재활용한 것’으로 묶으면 놓치는 부분이 생깁니다. 초기에는 합판에 그림을 그렸고, 이후에는 수집한 사물과 나뭇가지를 조각과 설치로 확장했습니다. 재료가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하는 일과, 작가가 그것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보는 일을 함께 해보면 좋습니다.

전시는 도입부 ‘목격자’에서 시작해 ‘존재와 비존재’, ‘공간 사이’, ‘만물의 이치’를 거쳐 마무리 부분 ‘하나를 이루는 세계’로 이어집니다. 이름을 미리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한 부분을 지날 때마다 나무의 표면을 보았는지, 사물 사이의 관계를 보았는지 떠올리면 작품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따라가기 편해집니다.

《무위자연》, 색 아래로 나뭇결을 읽어보기

1983년 작품 《무위자연》은 합판에 유채로 그린 그림입니다. 미술관은 이 작품을 작가가 학생 때 제작한 자화상으로 소개합니다. 바다 위에 누워 물결에 몸을 맡긴 장면과 함께, 바탕인 나무의 결을 살린 채색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캔버스 위의 그림을 볼 때와는 다른 표면의 느낌을 비교해보세요.

먼저 멀리서 인물과 주변의 관계를 보고, 다음에는 허용된 관람 거리에서 색과 나뭇결이 만나는 부분을 살펴보는 방법을 권합니다. 그림 속 장면만 읽을 때와 재료까지 함께 볼 때 인상이 달라지는지 확인해보세요. 작품의 재료 표기는 감상을 어렵게 만드는 정보가 아니라, 눈길을 한 번 더 돌릴 곳을 알려주는 단서가 됩니다.

공식 영상으로 먼저 만나는 작가의 시선

서울시립미술관 공식 영상에서는 조숙진의 작업과 전시를 짧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작가의 목소리와 실제 작업 장면을 살펴본 뒤, 아래의 두 감상 포인트를 전시장에서 이어가보세요.

서울시립미술관 공식 《조숙진: 지나가는 자리》 전시 영상 · 공식 영상 바로 보기 ↗

《공간 사이》, 나무보다 빈틈을 먼저 본다면

1998~1999년의 《공간 사이: 우리는 물질을 다루지만, 실제로 쓰는 것은 빈 공간이다》는 나무와 나뭇가지 등을 쌓아 올린 설치 작품입니다. 높이는 약 3미터입니다. 부제처럼 이 작품에서는 채워진 재료만큼 그 사이의 비어 있는 부분도 중요한 감상 대상이 됩니다.

정면에서 전체 윤곽을 본 다음, 관람 동선 안에서 자리를 조금 옮겨보세요. 겹쳐 보이던 선이 갈라지고, 막혀 보이던 부분에 틈이 드러나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빈 공간을 단순히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여기지 않을 때 구조가 새롭게 읽힙니다. 휴대전화 사진 한 장을 찍었다면 잠시 내려놓고, 실제 눈으로 볼 때 생기는 깊이의 차이도 비교해보세요.

파운드 오브제

일상이나 주변에서 발견한 사물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처음부터 미술 재료로 만든 물건이 아니어도, 놓인 자리와 다른 사물과의 관계가 바뀌면서 새로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아래》, 눈높이가 바뀌면 보이는 것

《아래》(2012~2015)는 삼나무로 만든 작은 나무 토템 150개를 사용하는 가변 설치입니다. 가변 설치는 전시 공간에 따라 배치와 전체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미술관 설명에 따르면 작가는 뉴욕의 한국 전통 사찰 건설 현장에서 모은 삼나무 조각을 자르고 다듬고 채색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무엇을 보느냐와 함께 어디에서 내려다보느냐가 중요합니다. 미술관이 안내하는 위치에서 바닥에 놓인 작은 형태들을 바라보세요. 처음에는 하나의 무리로 보이다가 조금씩 다른 윤곽과 표정이 구분되는지 살펴보면 좋습니다. 작은 조각을 보기 위해 작품 가까이 들어가거나 설치물에 올라서는 대신, 정해진 관람 위치와 안내를 따라주세요.

함께 간 사람이 있다면 각자 눈에 먼저 들어온 모양을 하나 골라 이야기해보세요. 같은 작품 앞에서도 누군가는 색을, 다른 사람은 간격이나 높이를 기억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감상을 나누는 일 자체가 이 전시의 재료와 공간을 더 오래 기억하는 방법이 됩니다.

11월 방문 전에 확인할 정보

  • 전시 기간: 2026년 7월 29일~11월 15일. 11월 중순에 종료됩니다.
  • 장소: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층 전시실과 1층 야외.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입니다.
  • 관람료: 무료입니다.
  • 관람 시간: 화~금요일 10:00~20:00, 토·일·공휴일 10:00~18:00입니다. 입장은 종료 1시간 전까지입니다.
  • 휴관: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정상 개관한다고 안내됩니다.
  • 전시해설: 전시 기간 오후 1시로 안내됩니다. 당일 운영 여부는 미술관에 확인해주세요.
  • 관람 문의: 02-598-6246 또는 6247.

공식 교통 안내에 따르면 2호선 사당역 6번 출구에서 도보 1분, 4호선 4번 출구에서 도보 3분입니다. 미술관 안에는 주차 시설이 없으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인근 공영주차장 정보를 확인해주세요. 주말에는 평일보다 두 시간 일찍 문을 닫으므로, 늦은 오후에 출발한다면 입장 마감부터 확인하세요. 오후 1시 해설을 들을 계획이라면 그보다 먼저 도착해 장소와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건물 안 전시와 야외 작품을 함께 보는 일정에는 날씨도 고려해주세요.

휠체어로 2층 전시를 관람할 계획이라면 미술관에 먼저 문의해주세요. 공식 안내에는 계단 이동을 돕는 전동리프트를 사전 예약 후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궁금한 점

조각을 잘 몰라도 볼 수 있나요?

나뭇결, 빈틈, 눈높이라는 세 가지 단서부터 찾아보세요. 재료 이름과 작품 설명을 읽은 뒤 처음의 인상이 바뀌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감상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11월 말에도 갈 수 있나요?

이 전시는 11월 15일 종료로 안내됩니다. 11월 말 방문 일정이라면 다른 전시를 확인해야 합니다.

어느 작품부터 보면 좋을까요?

전체 전시 동선을 따르되, 그림과 재료의 관계가 보이는 《무위자연》, 빈틈을 살피는 《공간 사이》, 시점의 변화를 경험하는 《아래》를 감상의 길잡이로 삼아보세요. 실제 배치와 관람 방법은 현장 안내를 따릅니다.

이 전시에서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작품의 정답보다 사물을 한 번 더 바라보는 습관일지 모릅니다. 돌아오는 길에 만나는 나무의 갈라진 면이나 낡은 물건도 전과 조금 다르게 보이는지 살펴보세요. 익숙한 재료를 오래 바라보고 싶은 11월 나들이에 어울리는 선택입니다.

조숙진 전시 공식 안내 →
남서울미술관 찾아가기 →

자료: 서울시립미술관 《조숙진: 지나가는 자리》 전시 안내·주요 작품 설명, 남서울미술관 관람 안내 및 공식 전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