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한국공예관, 흙과 옻칠에서 발견하는 뜻밖의 풍경

공예품을 볼 때 그릇인지 장신구인지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순서를 조금 바꿔 보면 어떨까요. 빛이 표면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흙이 얼마나 단단하거나 거칠어 보이는지부터 살펴보는 것입니다. 청주 한국공예관의 개관 25주년 기념전 《공예라는 별에 관하여》는 재료를 바라보는 눈을 넓혀 주는 전시입니다.

전시는 2026년 12월 13일까지 문화제조창 본관 3층 갤러리6에서 이어집니다. 한국공예관과 인연을 맺어 온 작가 25명의 작업을 세 갈래로 소개하고, 시민 참여 프로젝트와 공예관의 발자취도 함께 다룹니다. 청주에서 실내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서로 다른 재료를 나란히 비교하며 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청주시한국공예관

청주 문화제조창에 자리한 공예 전문 문화공간입니다. 이번 25주년 기념전은 작가의 작품과 시민의 참여, 기관의 역사를 함께 연결합니다.

세 개의 전시 제목을, 세 가지 질문으로 바꿔 보기

전시의 큰 줄기는 ‘정신의 성좌’, ‘손의 궤적’, ‘물성의 좌표’입니다. 제목만 보면 조금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작품 앞에서는 간단한 질문으로 바꿔 볼 수 있습니다. 이 물건에는 어떤 생각이 담겼을까요. 손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요. 이 재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정신의 성좌’는 재료와 기술 너머에 담긴 이야기와 질문을 살핍니다. ‘손의 궤적’은 오랫동안 되풀이한 작업과 새로운 제작 방법에 주목합니다. ‘물성의 좌표’는 흙·금속·섬유 등 재료가 지닌 성질이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지 보여줍니다. 모든 작품을 같은 방식으로 읽기보다, 관심이 가는 질문을 하나 골라 따라가면 좋습니다.

《공예라는 별에 관하여》 전시 전경. 출처: 한국공예관 공식 유튜브 · 공식 영상 보기

옻칠, 흙, 금속을 비교하는 세 가지 장면

1. 정해조의 옻칠 — 검은색 안에서 움직이는 빛

정해조의 《흑광율2201》(2022)은 삼베와 옻칠을 사용하는 협저태칠기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삼베에 옻칠을 겹쳐 형태를 만들고, 바르고 말리고 다듬는 과정을 거듭합니다. 매끄러운 표면 뒤에 여러 차례의 손길과 기다림이 쌓여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는 색 이름보다 반사되는 빛을 먼저 따라가 보세요. ‘광율’이라는 이름에는 빛과 리듬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같은 검은 표면이라도 보는 위치에 따라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면에서 전체 형태를 본 뒤, 다른 방향에서 빛이 걸리는 자리를 비교하면 작품 이름도 더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2. 황인성의 도자 — 흙과 불이 함께 남긴 결과

황인성은 괴산의 대부요에서 흙과 불, 전통 도자의 제작 방식을 연구하는 작가입니다. 나무를 때는 가마와 자연 재료를 활용한 유약, 옛 기록과 도자기 조각을 살피며 오늘의 작업으로 이어 갑니다. 이번 전시에는 혼합점토로 만든 《한경도 韓硬陶 앵병》(2026)이 소개됩니다.

이 작품을 볼 때는 먼저 병의 윤곽과 표면을 따로 살펴보면 좋습니다. 형태를 따라 시선을 움직인 다음, 가까이에서 색과 질감이 고르게 이어지는지 비교해 보세요. 작가가 연구하는 것은 완성된 모양뿐 아니라 흙의 배합과 불의 조건입니다. 도자기를 하나의 색으로 기억하기보다, 재료와 제작 과정이 만난 결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됩니다.

3. 노경주의 장신구 — 목에 걸 수 있는 작은 풍경

노경주는 금속과 옻칠, 돌 같은 재료로 자연의 풍경을 몸과 공간에 옮깁니다. 《풍경의 조각 Fragments of a Landscape_Necklace08》(2026)은 금속·옻칠·돌로 만든 목걸이입니다. 같은 ‘풍경의 조각’ 연작에는 목걸이뿐 아니라 브로치와 모빌도 등장합니다.

장신구라고 해서 장식의 크기나 화려함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선이 어느 방향으로 이어지는지, 재료 사이의 빈 공간이 어떤 모양인지 찾아보세요. 나뭇가지나 섬, 수평선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벽에 걸린 풍경화와 달리, 몸의 움직임과 함께 보이는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작은 물건이 풍경을 품는 방법을 생각하게 합니다.

작품을 볼 때 만나는 말

물성은 재료가 지닌 성질입니다. 거칠기, 무게감, 빛을 반사하는 방식처럼 눈과 몸으로 짐작할 수 있는 특징을 말합니다.

협저태칠기는 삼베와 옻칠을 겹쳐 형태를 만드는 칠기입니다. 정해조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제작 방식입니다.

모빌은 매달린 부분들이 움직이도록 만든 작품입니다. 노경주는 장신구와 함께 공간 속에서 움직이는 풍경도 다룹니다.

서로 다른 재료를 다루는 세 작가

정해조는 옻칠과 삼베로 형태와 빛을 탐구합니다. 황인성은 흙과 가마의 조건을 연구하는 도예가입니다. 노경주는 금속과 옻칠 등으로 몸에 걸거나 공간에 놓이는 풍경을 만듭니다.

옷에서도 공예의 연결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시는 디자이너 이상봉의 작업을 소개하는 ‘또 하나의 별, 문화를 입는 옷’도 마련했습니다. 한국의 문화유산을 오늘의 의상으로 옮기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직지심체요절》을 모티브로 한 2010년 ‘직지 의상’과 단청을 바탕으로 한 의상이 소개됩니다. 직지는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청주의 인쇄문화와 이어지는 이름입니다.

여기서는 전통 문양이 그대로 반복되는지만 확인하기보다, 무늬가 옷의 어느 부분에 놓였는지 살펴보세요. 종이나 건축에서 보던 요소가 천의 주름과 몸의 움직임을 만났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흙과 옻칠을 보던 관람이 옷으로 이어지면서, 공예의 범위도 자연스럽게 넓어집니다.

방문 전 확인할 정보

  • 전시명: 청주시한국공예관 25주년 기념전 《공예라는 별에 관하여》
  • 기간: 2026년 9월 15일–12월 13일
  • 장소: 청주 문화제조창 본관 3층, 한국공예관 갤러리6
  • 주소: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
  • 운영시간: 10:00–19:00,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무료
  • 문의: 043-219-1800

기관의 공식 관람 안내는 단체 관람 시 예약하도록 안내합니다. 여러 명이 함께 방문하거나 별도 프로그램 참여를 계획한다면 미리 문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전시만 둘러보는 일정과 체험·프로그램 참여는 구분해 준비해 주세요.

궁금한 점

입장권을 미리 사야 하나요?

한국공예관 공식 관람 안내에 따르면 입장은 무료입니다. 단체 관람은 예약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

평일 저녁에도 볼 수 있나요?

갤러리 운영시간은 오후 7시까지입니다. 월요일은 휴관하므로 날짜를 먼저 확인하세요. 이동시간과 관람할 시간을 함께 계산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부터 보면 좋을까요?

마음에 드는 표면을 하나 골라 다른 재료와 비교해 보세요. 옻칠의 빛, 도자의 질감, 금속의 선처럼 비교할 지점을 정하면 작품마다 다른 선택이 보입니다. 공식 전시장 영상으로 전체 구성을 먼저 살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전시를 보고 난 뒤에는 가장 오래 눈이 머문 표면을 떠올려 보세요. 빛을 머금는 옻칠, 불의 흔적을 간직한 흙, 가는 선으로 풍경을 옮긴 금속은 서로 다른 기억을 남길 수 있습니다. 다음에 일상 속 물건을 볼 때도 재료의 표정이 먼저 눈에 들어올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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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공예관 공식 전시·작가 안내, 공식 관람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