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이 스마트폰과 만날 때, 길찾기부터 도시의 기억까지

낯선 동네에서 스마트폰 지도를 켜는 순간에도 공공디자인은 작동합니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이해하기 쉬운지, 필요한 입구를 찾을 수 있는지, 그 장소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지에 디자인의 역할이 숨어 있습니다. 10월 29일 서울 JCC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 공공디자인 포럼》은 이런 변화를 다뤘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마련한 포럼의 주제는 ‘디지털과 공공디자인: 경험의 새로운 방식’입니다. 공식 프로그램은 개인의 일상에서 공간, 도시 시스템으로 범위를 넓히는 세 가지 세션으로 구성됐습니다. 화면을 보기 좋게 만드는 일을 넘어, 사람이 실제로 움직이고 장소를 이해하는 과정까지 디자인의 범위에 넣은 점이 눈길을 끕니다.

공공디자인과 피지털

공공디자인은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시설·정보·서비스를 더 편리하고 이해하기 좋게 만드는 일입니다. 이번 포럼의 핵심 표현인 피지털은 물리적인 공간과 디지털 기술이 서로 연결되는 환경을 뜻합니다. 스마트폰 안내를 보며 실제 거리를 걷는 경험도 한 예입니다.

지도에 ‘그곳에 갈 수 있는지’를 더합니다

공식 프로그램에는 이동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생활시설을 알려 주는 ‘우리동네 무장애지도’가 사례로 포함됐습니다. 이동약자는 장애인뿐 아니라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함께 가리키는 말입니다. 같은 목적지를 찾더라도 누구에게는 거리보다 실제로 들어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유아차를 밀고 이동한다면 입구의 턱, 계단을 피해 가는 길, 이용 가능한 출입구가 있는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가 목적지의 이름과 주소만큼 눈에 잘 보이면 출발 전에 판단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납니다. 시설 정보가 언제 확인됐는지도 함께 알 수 있다면 이용자는 더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공디자인의 관심도 여기서 구체적이 됩니다. 지도가 얼마나 화려한지보다 필요한 정보가 어느 순서로 보이는지, 처음 쓰는 사람도 표시를 이해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작은 아이콘 하나와 짧은 설명도 누군가에게는 외출을 계획하는 데 필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도시의 과거를 지금 서 있는 거리와 연결합니다

또 다른 사례는 영국 엑서터대학교 연구진이 이끄는 HistoryCity, 히스토리시티입니다. 공식 소개에 따르면 역사 지도를 바탕으로 위치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앱 프로젝트입니다. 배우가 목소리를 맡은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유명한 장소뿐 아니라 평소 지나치기 쉬운 거리의 과거도 살펴보게 합니다.

각 지점에서는 전문가의 해설과 이미지도 제공합니다. 박물관에서 보았을 법한 유물의 이미지를 그 유물과 관계된 장소에 연결해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유물이 왜 그곳에서 의미가 있었는지, 지금의 건물과 거리가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 생각할 단서를 더하는 셈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속한 ‘히든 트렌토’ 앱에는 이탈리아 트렌토의 1943년 전쟁기 역사를 이야기로 따라가는 코스가 있습니다. 아래는 2025년 4월에 공개된 공식 소개 자료로, 기존 프로젝트의 방식을 살펴볼 수 있는 예시입니다.

HistoryCity의 기존 ‘Hidden Trento’ 코스 소개 이미지. 2025년 4월 18일 게시 자료. 출처: HistoryCity 공식 계정. 공식 사례 게시물 보기 ↗

이런 방식을 우리 동네에 대입하면 상상하기 쉽습니다. 오래된 시장 앞에서 과거의 거리 사진을 보고, 건물과 관련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같은 길을 걸어도 무엇에 주목하는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장소와 연결한 기록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도 함께 살펴볼 지점입니다.

HistoryCity와 위치 기반 이야기

HistoryCity는 엑서터대학교 연구진과 박물관·기록기관 등이 협력하는 도시 역사 앱 프로젝트입니다. 위치 기반 이야기는 지금 서 있는 장소와 관련된 내용을 연결해 들려주는 방식입니다. 포럼에서는 프로젝트를 이끄는 파브리치오 네볼라 교수가 사례를 소개하는 연사로 안내됐습니다.

이동하는 동안의 경험을 하나로 봅니다

포럼 프로그램에는 서울역 미디어 ‘플랫폼111’과 산업단지 출퇴근길의 불편을 다룬 서비스디자인 사례도 담겼습니다. 역의 화면이나 출퇴근길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사람들이 장소를 이용하는 동안 어떤 정보를 만나고 어떤 지점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살펴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기서 서비스디자인은 이용자가 어떤 순서로 서비스를 만나고 쓰는지 살펴보며 개선하는 접근입니다. 목적지를 검색하는 단계, 현장에 도착하는 단계, 입구를 찾고 실제 이용하는 단계가 매끄럽게 이어지는지 보는 것입니다. 앱 하나를 잘 만들어도 현장의 안내와 맞지 않으면 사용자는 중간에 다시 헤맬 수 있습니다.

독자도 일상에서 작은 관찰을 해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본 시설 이름이 현장 표지와 같은지, 안내된 길에서 출입구가 바로 보이는지, 글자와 배경이 잘 구분되는지 확인해 보세요.

새 기술이 생긴 뒤에도 사람의 질문은 남습니다

디지털 기능이 늘어나면 선택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지만, 누군가는 사용 방법부터 새로 배워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오래 보기 어려운 사람이나 앱 설치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현장의 짧은 안내와 도움을 요청할 방법도 중요합니다. 화면에서 얻는 편리함이 누구에게까지 닿는지 함께 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포럼의 사례들을 관통하는 관심사는 기술의 종류보다 사람의 경험입니다. 갈 수 있는 장소를 발견하는 일, 같은 거리에 남은 역사를 이해하는 일, 이동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 일이 디자인의 구체적인 과제가 됩니다. 새로운 화면을 만들 때 실제 공간에서의 경험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포럼이 연계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에서는 창작자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도 이어졌습니다. 공식 계정은 10월 26일 주한 스위스 대사관과 함께 연 ‘페차쿠차: 디자이너를 만나다’에 디자이너 8팀이 참여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서로 다른 작업의 과정을 듣는 자리 역시 디자인을 결과물 너머의 경험으로 살펴보게 합니다.

같은 축제에서 10월 26일 열린 ‘페차쿠차: 디자이너를 만나다’ 현장. 29일 포럼과는 별도 프로그램입니다. 출처: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공식 계정. 공식 현장 사진 보기 ↗

궁금한 점

소개된 서비스가 이번에 모두 새로 출시됐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소식은 10월 29일 국내 포럼에서 디지털과 공공디자인의 관계를 다룬 것입니다. 이미 운영해 온 프로젝트와 발표 사례가 함께 포함돼 있습니다. 개별 서비스의 출시·이용 조건은 각각의 공식 안내로 확인해야 합니다.

히스토리시티를 한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쓸 수 있나요?

공식 소개의 코스는 유럽의 여러 도시와 마을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번 자료에서 한국 코스나 한국어 지원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여행에서 이용하려면 해당 도시, 지원 언어, 현장 이용 조건을 먼저 확인하세요.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무엇이 흥미로운가요?

지도와 글자, 사진과 소리, 실제 장소를 어떤 순서로 만나게 할지 설계하는 일에 주목할 만합니다. 보기 좋은 결과물뿐 아니라 사람들이 이해하고 행동하는 과정을 만드는 것도 디자인의 창의적인 영역입니다.

공공디자인 포럼 공식 자료 보기 ↗

자료: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전통문화포털의 포럼 발표 자료,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공식 계정, HistoryCity 공식 소개, 10월 29일 포럼 현장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