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식물이 자라는 대구미술관, 스테판 티데 《시간의 어긋남》

침대에서는 사람이 잠드는 대신 식물이 자라고, 배는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허공에서 천천히 돕니다. 대구미술관의 《스테판 티데: 시간의 어긋남》은 이렇게 익숙한 물건의 쓰임을 바꾸어 놓습니다.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내기보다, 움직임과 변화를 잠시 지켜보는 감상이 잘 어울리는 전시입니다.

2026년 10월 20일부터 2027년 2월 14일까지 대구미술관 어미홀에서 열립니다. 프랑스 작가 스테판 티데의 작품세계를 국내에서 처음 소개하는 전시로, 설치와 드로잉, 영상을 함께 선보입니다. 높이 18미터의 공간 안에서 사물과 자연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스테판 티데와 어미홀 프로젝트

스테판 티데(Stéphane Thidet)는 197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현대미술가입니다. 자연 현상과 일상의 사물을 낯선 관계에 놓는 작업을 합니다. 어미홀 프로젝트는 대구미술관의 큰 홀 공간을 활용하는 전시이며, 이번에는 식물과 배, 불의 흔적 등이 서로 다른 시간의 감각을 만듭니다.

침대 위의 식물, 누군가의 자리를 바꾸다

〈불면〉에는 여러 개의 철제 침대와 식물이 등장합니다. 사람을 쉬게 하는 침대에 식물이 자라고, 침대 위 조명은 사람 대신 식물을 비춥니다. 침대라는 물건은 그대로인데 누가 그 자리를 사용하는지가 달라지면서 낯선 장면이 됩니다.

이 작품은 완성된 모습을 한 번에 확인하고 지나가기보다, 살아 있는 식물의 시간을 떠올리며 보면 좋습니다. 잎은 한꺼번에 같은 방향으로 자라지 않습니다. 전시 기간 동안 식물이 조금씩 달라지므로 오늘의 모습과 나중의 모습이 완전히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하루 시간표와 식물이 자라는 속도를 나란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불면’은 잠들지 못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제목을 알고 나면 쉬어야 할 침대와 계속 자라는 식물 사이의 관계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편안해 보이는지, 오히려 쉴 수 없는 자리처럼 보이는지 각자 감상을 골라 보세요. 한 가지 답으로 맞추지 않아도 됩니다.

대구미술관 《스테판 티데: 시간의 어긋남》 공식 개막 현장 영상 · 공식 자료 보기

목적지 없이 도는 배, 모래에 남는 선

〈공허의 회전〉에서는 길이 약 5미터의 목조 범선이 허공에 매달려 천천히 회전합니다. 돛대의 끝은 바닥의 모래 위를 지나며 원을 그립니다. 바다를 건너기 위한 배가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한자리에서 움직인다는 점이 이 작품의 낯섦입니다.

배 자체와 모래에 남는 흔적을 번갈아 보세요. 하나는 움직이는 물체이고, 다른 하나는 그 움직임이 지나간 기록입니다. 잠깐 바라볼 때는 배의 모양이 먼저 눈에 들어올 수 있지만, 시간을 두고 보면 무엇이 반복되고 무엇이 새로 남는지가 감상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는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설치와 드로잉

설치는 물건과 빛, 공간의 관계를 함께 구성하는 미술 방식입니다. 드로잉은 선과 점 등으로 그리는 일을 말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움직이는 배가 모래 위에 선을 남기기도 합니다. 그리는 도구가 연필이나 붓일 때와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 보세요.

불이 남긴 작은 점과 사라지는 순간

작가의 드로잉에는 불로 만든 작은 점들이 반복됩니다. 점들이 가는 선을 이루고 선이 겹치면서 화면에 질서가 생깁니다. 가까이에서는 개별 흔적을 살펴보고, 조금 떨어져서는 그 흔적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는지 보세요. 규칙적으로 보이는 부분과 미세하게 달라지는 부분을 찾는 방법입니다.

영상에서는 풀과 민들레가 있는 풍경에 불붙은 나뭇가지가 등장합니다. 민들레 홀씨에 닿는 순간 빠르게 사라지는 모습은 식물이 천천히 자라는 〈불면〉과 다른 시간을 보여줍니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장면에도 불편한 감정이 함께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 차이를 느끼는 일도 작품을 읽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세 작품의 실마리를 묶으면 자라는 것, 반복해서 움직이는 것,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전시를 다 본 뒤에는 가장 오래 머물렀던 작품을 떠올려 보세요. 그 앞에서 시간을 길게 느꼈는지, 짧게 느꼈는지도 함께 생각하면 ‘시간의 어긋남’이라는 제목이 일상의 경험과 이어집니다.

대구 나들이, 11월부터 달라지는 시간 확인

대구미술관은 수성구 미술관로 40에 있습니다. 4~10월은 오전 10시~오후 7시, 11~3월은 오전 10시~오후 6시에 운영합니다. 발권과 입장은 종료 1시간 전까지입니다. 11월에 방문한다면 오후 5시 입장 마감을 기준으로 이동 계획을 잡는 편이 좋습니다. 월요일과 1월 1일, 설·추석 당일은 휴관하며,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다음 평일이 휴관입니다.

일반전 성인 관람료는 1천 원이며 매주 수요일에는 일반전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다만 11월 17일 별도 특별전이 시작되면 전관 관람과 특별전의 요금 구성이 달라집니다. 《시간의 어긋남》과 다른 전시를 함께 볼 예정이라면 방문 날짜에 맞는 관람권을 확인하세요. 교통편도 오래된 셔틀 안내 대신 미술관의 최신 공지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궁금한 점

작품이 움직이니 체험 전시인가요?

사물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설치 작품입니다. 직접 만지거나 작동하는 체험으로 생각하지 말고, 안전선과 현장 안내를 따라 감상하세요.

얼마나 시간을 잡으면 좋을까요?

정해진 관람 시간으로 서둘러 돌기보다, 배의 움직임과 모래의 흔적을 충분히 볼 여유를 두는 방법을 권합니다. 다른 전시와 함께 본다면 입장 마감 시간부터 확인하세요.

작품 내용을 미리 공부해야 하나요?

침대는 쉬는 곳, 배는 이동하는 도구라는 익숙한 쓰임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그 쓰임이 무엇으로 바뀌었는지 찾아보세요. 작가의 설명을 읽은 뒤 처음의 느낌과 비교해도 좋습니다.

대구미술관 전시 자세히 보기 ↗

자료: 대구미술관 전시 소개 · 관람시간·요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