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만들고, 다시 풀어 놓고, 자리를 정리하는 일. 끝난 뒤에는 흔적이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울산시립미술관에서 10월 29일 개막한 박지혜 작가의 전시는 이런 평범한 행위에서 출발합니다. 바쁜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일이 조각을 바라보는 새로운 단서가 됩니다.
《2026 울산시립미술관 신진작가 성과전 : 박지혜》는 12월 6일까지 1전시실 앞 로비에서 열립니다. 공식 안내에 기재된 작품은 두 점입니다. 많은 작품을 빠르게 훑는 전시보다, 하나의 형태와 그 안에 남은 손의 시간을 천천히 살펴보고 싶은 분에게 권할 만합니다.
두 점의 작품을 오래 보는 방법
전시의 중심에는 일상의 노동과 그 과정에서 생기는 관계가 있습니다. 미술관은 만들기·해체하기·정리하기를 통해 작은 노력이 쌓이는 과정에 주목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해체는 만들어진 구조나 형태를 풀어 보는 일입니다. 무엇을 완성했는지만 따지기보다, 만들어지는 동안 어떤 일이 반복됐을지 생각하게 합니다.
처음에는 의미를 맞히려 하지 말고 전체 모습을 보세요. 위로 뻗는지, 옆으로 펼쳐지는지, 촘촘하게 모여 있는지처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다음에는 한 부분을 골라 형태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따라가 보세요. 같은 모양이 되풀이되는지, 조금씩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미술관이 공개한 작품 세부 이미지에서는 가늘게 펼쳐진 흰 형태들이 부채나 잎처럼 보입니다. 좁은 주름이 모여 넓은 면을 이루고, 줄기처럼 보이는 가는 구조가 여러 방향으로 뻗습니다. 정확한 재료와 제작 방법은 현장의 작품 설명을 확인하며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전시 작품 세부 이미지가 담긴 공식 안내. 출처: 울산시립미술관. 공식 작품 이미지 보기 ↗
이미지를 본 뒤에는 ‘이 형태를 만들려면 어떤 동작이 필요했을까’라는 질문을 더해 보세요. 접힌 듯한 면을 따라 눈을 움직이거나, 여러 부분이 만나는 지점을 찾아보는 식입니다. 실제 제작 과정을 단정하려는 질문은 아닙니다. 완성된 모습만 볼 때 놓치기 쉬운 수고와 반복을 떠올리는 감상 방법입니다.
작품이 놓인 자리도 감상의 일부입니다
이번 전시 장소는 별도의 큰 전시실이 아니라 1전시실 앞 로비입니다. 이동하면서 지나치기 쉬운 곳이지만, 작품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면 공간을 바라보는 속도가 달라집니다. 전체 형태가 한눈에 들어오는 거리에서 먼저 보고, 안전한 관람 거리 안에서 세부를 살펴보는 순서로 감상해 보세요.
조각은 한 장의 사진과 달리 보는 방향에 따라 부분들이 겹쳐 보이거나 벌어져 보일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이동이 허용된 범위 안에서 시선을 조금 바꾸고, 빈 공간과 채워진 공간의 차이를 찾아보면 좋습니다. 같은 작품에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연결이나 그림자가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작품이 두 점이라는 사실은 관람 시간을 짧게 정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두 작품의 형태가 어떤 점에서 닮거나 다른지, 하나를 보고 난 뒤 다른 하나가 새롭게 느껴지는지 비교할 여지가 있습니다. 관람객이 오가는 로비인 만큼 다른 사람의 동선을 살피며 작품 곁에 머물러 주세요.
박지혜와 신진작가 성과전
박지혜는 일상의 노동과 관계를 조각을 중심으로 탐구하는 작가입니다. 글·영상·퍼포먼스도 작업에 활용해 왔습니다. 퍼포먼스는 신체의 행동이나 일정한 행위를 작품으로 제시하는 방식입니다. 미술관은 2025년 포트폴리오 리뷰, 즉 작가의 작업 자료를 살펴보는 과정을 거쳐 선정된 작가의 창작 성과를 이번에 소개합니다.
누가 했는지 잘 보이지 않는 일을 떠올려 봅니다
방을 정리하거나 쓰고 난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그 자리는 말끔해집니다. 그런데 말끔해진 결과만 보면 누가 얼마 동안 일했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전시의 문제의식을 일상과 연결하려면 이런 경험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미술관은 돈으로 계산되는 쓸모나 눈에 보이는 결과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의 의미를 전시에서 돌아본다고 소개합니다. 작품 앞에서는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보다 ‘어떤 시간을 들였을까’, ‘누군가의 일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남길까’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함께 간 사람과는 답을 맞히기보다 서로 다르게 본 부분을 나눠 보세요. 한 사람은 반복된 형태를 보고, 다른 사람은 사이사이의 빈 공간을 먼저 볼 수 있습니다. 그 차이를 듣는 일도 작품을 더 오래 보는 방법입니다. 어려운 해석 한 문장을 찾는 것보다 내가 확인한 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말해 보세요.
관람 전에 확인할 정보
전시 기간은 2026년 10월 29일부터 12월 6일까지입니다. 장소는 울산시립미술관 1전시실 앞 로비이며, 주소는 울산광역시 중구 미술관길 72입니다. 미술관 일반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은 마감 30분 전까지입니다. 매주 수요일은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고 안내돼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일입니다.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다음 날 쉬며, 전시 교체 등에 따른 임시휴관은 별도 공지됩니다. 이 전시를 위해 방문한다면 당일 운영 공지를 한 번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공식 전시 소개는 작가가 활용해 온 여러 매체를 설명하지만, 특정 날짜의 퍼포먼스 실연이나 체험 참여를 약속하는 안내는 아니므로 구분해서 읽어 주세요.
궁금한 점
관람료는 얼마인가요?
전시 안내의 관람료는 성인 1,000원, 울산시민 500원입니다. 일반 관람 안내에는 대학생·군인·예술인 700원, 19세 미만과 65세 이상 무료 등의 기준도 제시돼 있습니다. 할인·면제 증빙은 방문 전 확인하세요. 매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무료로 안내됩니다.
예약해야 하나요?
미술관은 사전 예약 없이 현장 발권으로 관람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단체 관람이나 별도 교육 프로그램은 조건이 다를 수 있습니다. 대표 문의 전화는 052-211-3800입니다.
아이와 함께 볼 때는 무엇을 이야기하면 좋을까요?
어떤 모양이 반복되는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 볼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부터 이야기해 보세요. 작품을 만지거나 재료를 직접 다루는 체험 전시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현장의 관람 거리와 안내를 지키며 눈으로 감상하면 됩니다.
크고 화려한 볼거리 대신, 익숙한 행위의 무게를 다시 느껴 보고 싶은 날에 어울리는 전시입니다. 작품에서 발견한 반복과 연결을 기억한 채 밖으로 나와 보세요. 평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누군가의 수고가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자료: 울산시립미술관 전시 소개·공식 인스타그램, 미술관 관람정보. 운영 시간과 요금은 방문 전 최신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

